가장 강력한 것은 시간(채칵 채칵 흐르는 시간이 아님)이다. 무엇이든 가능하고, 어떤 것도 만들 수 있고, 무엇이든 없앨 수 있다. 우주를 만들고, 지구라는 별이 안정을 찾아 물고기에서 사람으로 만들고, 행성을 파괴하고, 태양이 빛을 잃고 차가운 행성으로 변할 때까지 모든 것들을 원하는 상태로 만드는 시간이다. 최강의 정복자와 제왕들, 모든 것을 가진 사람부터 아무것도 갖지 않은 사람까지 예외 없이 시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죽음이 강한 게 아니라 언젠가 자신의 시간이 멈춘다는 사실이 두렵고 공포스러운 것이다. 위대한 사상과 건축물, 지식과 지혜, 인간이 만든 사회적 현실에 붙여진 이름표마저 시간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든다. 시간 앞에서 인간은 뽐낼만한 게 하나도 없다. 누군가가 무한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을 보장하기만 하면 그는 타임머신을 만들고, 웜홀을 지나는 우주선을 제작하고, 다른 은하계에 지구와 똑같은 별을 창조할 것이다. 인류는 아마도 모든 것을 이룰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워런 버핏은 자신이 부자가 된 이유를 미국에 태어났고, 오래 살았고, 오래 인내한 것으로 설명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시간에 관련되어 있다. 오래 시간을 인내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이룬다는 말이다. 유일하게 한 순간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을 통제하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
우리가 시간에 대해 알고 있던 것들, 즉 시간이 어디서나 균일하게 흐르고, 과거에서 미래로 흐른다는 생각은 현대 물리학에 의해 잘못된 것임이 밝혀졌다. 시간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가, 어떤 상태에 있는가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 과거에서 미래로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흔히 "지금"이라고 말하는 현재는 우주 전체에 해당되는 순간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대상으로 할 때만 성립한다. 우주는 하나의 시간 순으로 정리할 수 없는 복잡한 것이다.
뉴턴의 법칙, 맥스웰 방정식, 아인슈타인의 공식 등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온 그 어떤 물리 방적식도 시간이 한쪽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는다. 시간이 역방향으로 흐른다 해도 이미 알고 있는 방정식에는 문제가 없다. 물리학에서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하나의 법칙이 있다. 열은 뜨거운 것에서 차가운 것으로 흘러간다는 법칙이다. 열역학 제2법칙이다. 반대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바로 우주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정리된 것은 흩어지고, 유리잔은 깨지고, 건물은 무너진다. 과거와 미래를 구분 짓는 것은 '엔트로피' 하나다.
현대 물리학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론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저자는 과거는 왜 엔트로피가 낮았는가? 시간은 어디서 생기는가? 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양자의 불확정성, 우리가 세상의 세부적인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 엔트로피는 상호작용과 관점에서 생긴다는 것, 이 세 가지로 설명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유일한 공식 하나는 "△S ≥ 0"이다. 여기까지 보면 시간이란 개념은 없는 것이고, 흐르지도 않고, 방향도 없다. 도대체 무엇이 지나가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