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몰입, 짐 퀵 저
우리가 사는 세상은 뇌에 건강한 환경이 아니다. 단 몇 가지 방법만으로 뇌를 더욱 강하고 학습 능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우리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심혈관계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뇌의 능력 또한 크게 개선할 수 있고 더불어 삶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은 깨닫지 못한다. 우리 안에 잠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몰입의 방법을 제시하기 전에 우리 뇌의 능력을 시험하는 네 가지 악당을 고발한다.
첫 번째 악당은 디지털 홍수다. digital deluge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기대는 턱없이 높은 세상에서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들며 압박감과 불안을 양산하고 있다. 산더미 같은 데이터와 급속한 변화에 묻힌 우리에겐 어느 정도 눈에 보이는 생산성과 성과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아줄 전략과 도구가 절실하다. 지금과 같은 연결성의 시대에 어찌 보면 무지는 선택이다.
2015년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8시간 동안 미디어를 소비한다고 한다. 아무리 많은 정보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적당한 휴식 시간이 없다면 기억할 수 없다. 더군다나 다른 생각을 하거나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면 기억력 저하, 의식 혼탁, 피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정보 과부하로 사회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정보의 맹공격에 이제는 정보를 관리하는 단순한 루틴조차 실행할 수 없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정보의 반감기도 감소하고 있다. 정보의 반감기란 어떤 정보가 다른 새로운 정보나 정확한 사실로 대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기껏 공부해봐야 얼마 안 가 낡고 쓸모없는 정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해결방안: 잠시 짬을 내어 매일 30분을 비워두자. 주변의 정보기기와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 정신을 맑게 하고 긴장을 풀고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쓸 시간을 마련하라.
두 번째는 디지털 주의 산만이다. digital distraction
디지털 기기가 선사하는 일시적인 쾌락에 빠진 우리는 깊이 있는 인간관계나 학습 및 작업에 필요한 주의력 지속 능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우리를 길들인다. 우리는 늘 온라인에 연결되어 있고, 하루 종일 디지털 기기에 접속하고 있다. 연결이 끊어지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늘 접속상태를 유지한다.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식사를 하거나, 버스나 약속 시간을 기다릴 때 잠시나마 긴장을 풀고 쉴 수 있음에도 곧장 휴대전화를 꺼내 도망간다. 즉, 산만함의 근육을 계속 훈련하여 단단하게 만든다. 항상 네트워크에 접속하거나 인터넷 정보에 연결되어 있다면 안정감은 줄 수 있을지라도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
"현대 기술은 경이로울지는 몰라도 우리가 어떤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옆길로 새게 만든다. 또 친구나 가족과 함께하는 특별한 순간의 즐거움들을 앗아간다." - Ryan Dwyer
뇌가 한 가지 활동에서 다른 활동으로 주의를 돌리도록 요구받으면 전전두피질과 선조체에서 산소를 함유한 포도당을 태운다. 한가지 업무를 계속할 때와 같은 연료를 쓰는 것이다. 또한 멀티태스킹으로 신속한 주의 전환을 계속하다 보면 뇌의 연료가 금방 바닥나서 금세 지치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말 그대로 뇌의 영양분을 고갈시킨 탓이다. 이는 인지 저하와 신체 활동의 저하로 이어진다. 이것은 성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기술의 가용성과 함께 온라인에서 소셜미디어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 때문에 많은 아동과 청소년도 디지털 주의 산만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해결방안: 휴대전화를 멀리하고 알림 설정을 바꿔라.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불필요한 알림 소리를 모두 끄도록 한다. 지금 당장 바꿔라. 모든 알림을 '알리지 않음'으로 변경하라.
세 번째는 디지털 치매다. digital dementia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외웠던 게 언제였던가? 가족이나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를 아직도 외우고 있는가? 디지털 기술의 남용과 지나친 스마튼 폰 의존으로 단기 기억 경로가 퇴화되기 시작했다. GPS, 전화번호부, 캘린더에게 대신 기억하게 하는 상황에 익숙하다.
이것은 장기기억도 손상시킨다. 정보를 찾는 일뿐만 아니라 우리는 기억을 기억하기 위해 디지털기기와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검색부터 하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다.
기억은 근육과 같은 것으로 그동안 우리는 이 기억이라는 근육을 방치해 왔다. 우리 손 안의 슈퍼 컴퓨터는 뇌의 전기 자전거와도 같다. 전기자전거는 타기 쉽고 재미있지만 체력 단련 효과는 약하다. 치매 연구는 학습 능력이 향상될수록, 즉 두뇌 운동을 할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이 낮아짐을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는 기억을 슈퍼컴퓨터에 아웃 소싱해서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있다.
외부 출처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정보를 회상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영구적인 기억을 형성하고 강화하는 방법이다. 사소한 일들을 디지털 기기에 아웃 소싱하는 일은 더 중요한 업무를 처리할 뇌 공간을 남겨주므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가 의식적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너무 자주 뇌를 외부 기기에 아웃 소싱하고 우리를 멍청하게 만든다.
해결방안: 잠시 기억 훈련을 한다. 가족의 전화번호를 떠올려보고 기억나지 않으면 외우고 떠올리기를 반복한다. 많은 전화번호를 외우고, 긴 자릿수(원주율, 2의 제곱수)를 외우는 훈련을 정기적으로 한다.
마지막 네 번째 악당은 디지털 추론이다. digital deduction
풍부한 정보를 너무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지나치게 정보에 의존하며 비판적 사고와 추론의 많은 부분까지 기술에 맡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온라인에 사람들이 내려놓은 결론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다른 사람에게는 우리 대신 생각하게 하지 않을 테지만 정보 기기에 그 권한을 넘겨주는 데는 너무 익숙해졌다.
모든 정보의 편재성(한쪽으로 치우침)은 의견과 판단의 편재성을 의미한다. 불과 10년 전에는 모든 활동은 자신의 사고와 습관, 스스로 내린 결정으로 실행하였다. 지금은 모든 활동에서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디지털 정보가 주는 분석과 추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른다. 우리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필요한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창의성의 결합체인 추론까지 자동화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하고, 여러 주제에 대한 관점을 두루 아는 일은 자신의 의견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과정은 드물다. 자신이 동조하는 소수의 정보원을 알아낸 다음 그 정보원을 통해 자신의 사고와 의견을 결정한다.
"사고는 경험과 지식, 통찰을 바탕으로 숙고하고 추론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으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고 우리가 소통하고 창조하고 건설하고 전진하고 문명화할 수 있게 해 준다. 기술은 아이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방식에 유익할 수도, 해로울 수도 있다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 심리학자 Jim Taylor
대학생이 강의 중에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도록 하는 일은 전혀 효과적이지 않다.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은 학생은 훨씬 많은 강의 내용을 기억했고, 추론을 통해 더 많은 답을 내놓았고, 화면 스크롤 없이 뉴스를 시청한 학생들이 앵커가 토론한 내용을 더 많이 기억했다.
해결방안: 당신이 내려야 할 결정 중 한가지를 생각하고 일정 시간 동안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그 결정을 내려보자. 이왕이면 여러가지 결정사항으로 적용을 넓힌다.
이 네 가지 디지털 악당은 우리의 집중력과 학습력, 가장 중요하게는 제대로 된 사고력을 앗아가고 있다. 디지털 기기와 네트워크 연결은 우리의 명료한 정신을 앗아가고 두뇌 피로, 주의 산만, 학습의 어려움, 불행을 초래한다. 우리 시대의 기술은 도움이 될 수도 해를 끼칠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은 과부하, 기억력 손상, 주의력 분산, 의존성을 널리 확산시키고 이러한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참고: 마지막 몰입, 짐 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