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이하는 자세

마지막 20대 기록해“봄”

by girok
겨울에는 몸도 마음도 다치기 쉬우니 조심하셔야 해요. 그랬더니, 어느덧 봄이 찾아왔어요. 봄도 같아요. 어른이 되고 나니 넘어져도 일으켜 주는 사람이 없더라고요. 이십 대 후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자주 슬퍼지고요. 요즘엔 인생의 본질이 고통이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어요. 인간은 행복해서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해져야 한다는 말이 자주 떠오릅니다. 행복이 끝내 우릴 배신하고 불행이 끝까지 우릴 찾아내더라도요. 짧은 행복들에 속아 넘어가며 잘 살아가고 싶어요. 그럼 삶이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계절은 오고, 가지 않을 것 같았던 계절이 간다. 늘 길가에 핀 꽃을 바라보기만 했는데, 하루 중 고작 몇 초 꽃을 보며, 그렇게 피어날 틈도 없이 설렘을 느낄 틈도 그 무엇도 없이 나의 봄은 늘 그렇게 끝이 났는데, 올해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늦은 저녁 아름답게 피어난 꽃을 보며 봄이 왔음을 몸소 느끼게 된 하루였다.

겨울이 지나 찾아온 봄에 고개를 들어 반갑게 안녕이라는 인사 한번 건네지 못한 채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빠진 적이 많았다.

이상하게도 사람은 타인에게는 관대하면서도 나에겐 그토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 타인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넨 줄 알면서 나에겐 흔하디흔한 힘내라는 말 한마디 건넬 수 없던 날들이 많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지만 이십 대 후반이 되기까지 여러 과정들을 거치면서 여러 상황들과 부딪혀보고 경험하며 이를 통해 많은 걸 배우기도 했다.

인생을 온 무게를 실어서 무겁게 사는 것, 또는 한없이 가벼이 사는 것 우린 늘 그 사이에서 방황했다. 방황 속에서도 움직이고 있다면 그걸로 된 것, 움직이고 경험하면서 보내는 하루가 편안하다면 그걸로 됐다. 조금 더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고 살기 시작하니 경직되어 있던 몸과 마음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살다 보니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흘러 보내야 할 건 흐르게 두고, 그대로 두어야 할 것은 두다 보니 신기하게도 점점 삶이 살아졌다.

요즘은 그렇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특별한 일 하나 없는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그 속에도 소소한 즐거움은 있더라고 무언가를 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나의 불안을 조금은 눌러준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그런가 보다 하고 흘려보낼 수 있는 조금의 힘과 여유가 생겼다. 계절이 바뀌고 따사로운 햇볕 속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워졌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사연들이 있지만 그 사연을 품고 봄의 기운을 느낀다. 짧은 순간 느낀 기운들로 내일을 살아간다. 그때의 나도 나고, 지금의 나도 나다. 돌아갈 수 없음을 인정하고, 지금의 나를 사랑해 주자.

살다가 지치고 힘이 들면 채찍질하면서 나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고, 누구보다 나를 믿으며 기다림이란 여유를, 쉼이라는 틈을 주는 것. 늘 되새기는 말이 있다. 온 힘을 다해 온 마음을 써서 스스로를 아프게 하지 말자고. 그저 하루하루 말하고 걷고 움직이며 보내기만 하여도 그걸로 충분하다고, 그것들로 삶이 충만하게 느껴진다면 그걸로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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