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내기

24년 어느날의 기록

by girok

삶은 애잔하고 애틋하고 애달픔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한 걸음 내디뎠다 생각했는데, 두 걸음 내딛기가 어려운 것이 삶인가 봅니다. 길었던 여름의 페이지가 접히고 어느덧 성큼 찾아온 가을의 추위가 아직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낯설다는 표현이 정확할까요?

삶이 힘이 들어 기댈 곳을 찾을 때쯤 음악을 틀었고, 같이 음악을 들을 이들을 찾았어요. 찾아다녔지요. 지나고 보면 이 얼마나 허무한 행위들이었는지 이 행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저를 더욱더 칠흑 같은 고독 속에 가두려고 했습니다.

어디선가 본 글이 있어요. 간혹 어떤 이는 제 글이 핀란드의 겨울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어요. 핀란드의 겨울은 수치상으로는 끝이 있지만 사실은 거의 끝이 없다고 해요. 기온도 자기 마음대로 내려가고 춥고 어둡고 해가 아예 뜨지 않는 시기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 핀란드 사람들도 겨울은 힘들대요. 우울과 좌절, 눈이 왔을 때의 약간의 희망, 봄이 올까에 대한 기대, 다시 차가워지는 공기의 좌절을 반복해서 겪는다고 해요.

그래도 결국엔 여름이 찾아온다는 희망, 그리고 그 3개월간의 여름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네요. 저도 여러분도 분명 나중엔 지금보다 더 단단해져서 스스로에게 진짜 너무 고생했어 잘 이겨냈어 나 자신 너무 잘 살아왔구나 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칠흑 같은 어둠이 가득했던 서늘한 바람만이 존재하는 겨울이 아닌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거리에 피어난 꽃 맑은 하늘과 떠다니는 구름 속 한 줄기의 빛과 같은 작은 희망들로 어둠이 지나고 난 자리가 얼마나 밝게 빛나는지 경험해 보기로 해요.

길고 길었던 여름의 끝에서, 가을의 초입에서 늘 눈부신 아침과, 따스한 오후의 햇살과, 선선히 부는 바람맞으며 두 눈 감고 깊은 잠에 드시길 바라요. 언제 어디서나 우리 모두 살아있고, 움직일 힘이 있고, 두 다리 움직일 수 있다면 그걸로 됐어요.

그러니, 하루 그저 무탈하길 늘 멀리서 소망합니다.

과잉 공감의 시대, 또는 그 반대인 개인주의가 난무하는 사회와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늘 생각하고 고뇌하며 자신의 위치를 지치고 소신을 지키며 마음을 보호하며 하루 이틀 일주일을 살아가요.

어떤 이들에겐 “겨우”일지 몰라요. 연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요?

저도 아직 모든 것이 분명하지 않고 불분명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사실 보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언제 어떤 일로 제 중심이 무너지기 전에 저를 붙잡아야겠지요.

제가 서 있을 수 있는 건, 제 자신의 소신과 마음, 따뜻한 마음, 애정 어린 시선,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 이런 것들이 가끔은 절 살게 하기도 하더군요.

24년도 3개월밖에 남지 않았어요. 부디 내년에도

제가 살아있기를, 살아있어서 보고 싶은 이들에게 따스한 안부를 물으며 지내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요.

이제부터 가을과 겨울이 길 겁니다. 이 긴 계절을 우리 잘 지내보자고요. 강렬한 햇빛의 따사로움도, 매서운 추위도 얼어붙은 마음들까지도 녹아내릴 수 있을 만큼 조금 더 힘을 내어 좋아하는 생각들을 하며 그 생각의 힘으로 단 오분일지라도 그 오분의 생각으로 하루를 살아내 봐요.

저는 저의 방식대로 힘을 내어 갈 테니 당신은 당신들의 방식대로 힘을 내어요. 살아가요. 살아내요. 아프고 힘들어도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잘했다 고맙다고 말해주는 이들이 분명 있어요.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그럼 오늘도 우리 열심히 나의 소신과 마음을 지키며 살아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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