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의 기록.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아른거리는 노을을 바라보며 길을 따라 걸었다. 길가에 피어있는 꽃 한 송이가 왜 그리 위태로워 보였는지, 사실은 무엇보다 굳건했을 것인데 내 눈에는 꽃이 지기 직전으로 보였다.
세상에 지는 것들이 참 많다. 해가지고 꽃이 지고 사람도 진다. 사람도 시들어 버린다. 결국 시간에 지고 만다.
쫓아오는 걸음은 없었는데 나는 누구보다 바쁜 걸음을 옮겨야 했고, 좇는 것 하나 없었는데 늘 눈앞에 허상이 있었다. 허무했다.
영원할 줄 알았던 것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어느덧 겨울의 끝을 달리고 있는 내가 보이고,
그렇게 다음 계절이 왔다.
왜 나는 겨울에만 머물러 있는가 내 겨울은 이미 빛바랜지 오래인데 나는 왜 겨울을 그리는가 내가 그리는 것들은 모두 언젠가 사라졌다.
그런데, 왜 나의 우울은 저물지 않는 걸까
이제 그만 저물어줘, 이제 그만 지나가줘
우울을 길가에 놓고 낡은 상자 안에 넣었다.
손만 닿으면 누구라도 꺼내볼 수 있는 곳에
많은 시선들이 모이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여러 개의 눈동자들이 흔들리면, 우울도 흔들리지 않을까, 여러 해를 지나오면서 느끼는 것들이 참 많다. 어떤 문제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대로 두어야 했었고, 떠나보내야 했다.
당신은 어떻게 지내는가,
나처럼 지고 있는 중일까,
아니면 피어나는 중일까,
아름답게 피어나는 중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지고 없어져도
당신만은 예쁘게 피어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