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과, 사물, 사랑 그 어떠한 대상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 장담했던 지난날, 지난날 자신했던 내 모습을 후회한다. 후회란 이미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는 일이기에 쓸모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지난날의 잘못이 뭔지 알고 인정하게 해주며, 그 과정을 통해 나를 한층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늘 외로움이 없다 자신하며 살아왔는데, 사실 나는 누구보다 외롭고 고독하고 공허했다. 고독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묵은 공기들 속에서의 그동안 나는 이 사무치는 외로움을 어떻게 견뎌왔던 걸까. 내가 나 스스로를 관찰자로서 공감하고 연민해 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나는 실제로 이런 외로움과 공허감이 있으면서도 실제로 누군가와 대면했을 때 내 방어기제가 발동하기 시작하며,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내뱉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내가 과연 나를 보는 것처럼 그도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 성격, 무엇보다 나의 아픔을 온전히 아픔 그 자체로 마주 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인생은 말이지 정말 권태와 고통 사이를 오가는 시계 축”이라고 했다.
결핍이 가져오는 상실은 어른이 되어서도 나를 성장시키지 못했고, 늘 어딘가 모르게 생기는 빈틈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그 노력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긴 했지만, 너무 많이 고통스러웠다. 살이 뼈를 뚫고 나오는 고통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처절한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도 그저 아름답게 흐르는 것들을 지켜보며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들. 너무나 순수한 동경만으로 위안을 얻는 선함.
매일 나는 내 외로움을 아름답게 꾸미며 마무리로는 리본을 묶고 하루를 시작한다. 어둠이 내리고 나서야 리본을 풀고 외로움과 마주해 하루를 마감하는 삶, 오늘도 나는 외로움이라는 독무대에서 고독이라는 드레스를 입으며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