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납골당

by 기로

23년에 돌아가신 할머니의 납골당에 3년만에 찾아갔다

가야겠다고 마음먹은지는 오래됐지만 늘 에너지가 없다는 핑계로 미뤄왔다. 퇴사를 하고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책을 읽다가 주인공의 할머니 이야기가 나오는 구절을 읽고 문득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타고 할머니가 계신 인천가족공원에 도착했다.

설연휴 며칠전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들 손에 작은 꽃다발을 들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나도 살까말까 망설이다 방문이 처음이라 일단은 그냥 가보기로 했다.


가기전에 검색해서 봤을때는 산일거라 생각했는데 큰 부지에 중간중간 길을 내고 납골당을 모시는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공원이였다.

가는 길목에는 당연하게도 꽃집들이 즐비해 있었고 꽃집의 상인들은 하나둘씩 가게 앞으로 나와 꽃을 팔기위한 호객을 했다. 누군가의 슬픔의 증표를 상술로 이용해야하는 모습이 조금 낯설고 불편했다.


할머니가 있는 별빛당은 10분정도를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있었다. 사실 누군가가 떠나고 난 뒤 납골당을 찾은것은 인생처음이라 모든것이 낯설고 생경했다. 건물은 생각보다 밝고 조용했다.

3-07622.

누군가가 죽고 나서 남는게 고작 번호 몇자리라니 이상했지만, 자리를 기억하는데에 그만한것이 없겠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할머니의 자리는 깨끗했다 마치 도서관 같이 생긴 서랍장 곳곳에 납골당들이 모셔져 있고 거기엔 꽃들과 생전의 모습, 가족들의 사진들이 붙여져 있었다. 할머니의 자리엔 아무것도 없었다. 꽃이라도 사올껄.


할머니에게 잘지내는지 안부를 묻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잡히는것 하나 없이 흘러가듯이 말해버렸다. 오기 전엔 좀 더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거나 그곳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꿈에라도 나타나 달라거나

다들 말하는 조상신의 도움을 받기 위해 할머니한테 청탁이라도 해보려고 했었는데 막상 앞에 서니

언어의 형태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할머니가 여기 없는것 처럼.

납골당이 모셔져 있는 칸 유리에 이물질을 물티슈로 닦고 다음을 기약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동안 돌아가신거면 끝이라고 생각해왔다.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할머니한테는 나의 최선을 다해서

전화도 받고, 찾아가기도하고 했었다고 생각했다. 근데 한편으론 그 모든게 나의 필요에 의한 것이였고

할머니를 위한 것이였는지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 다시 떠올랐다. 확실하게 정의내릴수 없는 마음만 남았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내가 이세상에서 가장 가족이라고 여겼고 가장 의지했고 그나마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모든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저 그곳에서 편안하기만을 바라본다.


또 올게 할머니,

잘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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