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감상평
“김부장은 대기업 부장까지 지낸 서울 아파트를 소유한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다. 남부러울 것 없던 그의 삶에, 25년 회사생활의 보상처럼 여겨지는 상무 승진의 기회가 찾아온다. 백상무가 대리부터 상무를 달기까지 수족처럼 일하며 자신의 차례만을 기다려온 그, 그러나 김부장의 팀에 큰 위기가 찾아오고 믿었던 백상무 마저 자신보다 라이벌 도부장을 더 믿는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김부장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까?”
[개요]
이 드라마는 총 12부작으로 송희구 작가의 원작 소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야기’ 를 각색해 25년 10월부터 방영되었다.
[줄거리]
Act라는 대기업 통신사에 다니는 김낙수는 25년 동안 기업에서 살아남아 부장까지 달았다. 서울 자가 아파트를 소유하고 단란한 가정에서 아내와 좋은 대학을 다니는 아들까지 남부러울 게 없는 인생이다. 한없이 탄탄대로일 것만 같았던 그의 인생은 믿었던 임원 승진이 무산되며 삐그덕거리게 된다.
그동안 친형처럼 따르며 온갖 뒤치다꺼리와 상황 수습을 하며 무마해 주던 백상무는 그를 배신하고, 결국 라이벌이던 타 팀 부장을 남기고 김부장을 좌천시킨다. 하루아침에 대기업 부장자리에서 지방공장 팀장으로 가지만 그는 지켜야 할 것이 많기에 좌절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를 보고 마음에 남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드라마의 애매한 톤과 캐릭터성을 사용하는 방식]
초반부 회사생활을 다룬 부분은 서로를 견제하고 회사생활에 드러나는 정치질과 상사의 가스라이팅등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에 반해 좌천 후 퇴사까지 이어지는 부분, 그 이후는 갑자기 서로를 위로하고 의타적 희생, 따뜻한 회복등 현실적이라기보다 판타지스럽게 느껴졌다. 다만 이 톤들이 중구난방으로 이어지면서 장면장면은 몰입이 되었지만 리듬은 흔들리는 부조화를 낳았다. 인물들이 개연성과 서사를 쌓아 선택했다는 느낌보다는 정해진 메시지와 결말을 정해둔 채 이용된 듯한 인상을 남겼다.
예시로 아들 수겸의 에피소드가 결국 아버지와는 다르게 선택했지만 현실의 냉혹함을 깨닫고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도구로 사용되거나, 도부장이 초반에 김부장과 대치되는 캐릭터성을 보여줬으나 결국 마지막에는 초반부의 그런 대치되는 캐릭터성이나 서사는 사라지고 어떤 결말을 위해서 이용된 것처럼 말이다.
**아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김부장의 변화에 대한 의문]
이야기의 큰 축은 김부장의 회사생활, 공장으로 좌천된 김부장, 퇴사 이후 김부장, 이렇게 김부장을 중심으로 김부장이 겪은 세 가지 상황에 대한 것이다. 회사생활 안에서의 김부장은 자신의 승진을 위해서 혹은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다른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자신의 말이 옳다고 믿고 밀고 나가는 전형적이고 가부장적인 상사로 그려진다. 공장으로 좌천되었을 때의 김부장은 초반에는 무기력하다가 결국 후반부에서 공장 직원들의 서사에 감화되어 자신을 희생한다. 회사 초반의 김부장이라면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또 퇴사 이후의 김부장은 또 다른 모습인데, 그동안의 가부장적인 성격이 아닌 가족들을 위하는 따뜻한 가장으로 분한다.
문제는 이러한 캐릭터의 변화가 하나의 인물이 사건을 통해 축적 혹은 성장한 결과라기보다, 각 상황에 맞게 부여된 인물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김부장은 성장 혹은 변화했다기보다 그 상황에 맞는 다른 사람이 된 것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이 인물이 하나로 연결되어 보이는 이유는 서사의 설득력이라기보다 류승룡의 연기가 만들어낸 개연성 덕분이라고 느꼈다.
[부동산 사기 등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의 피로감]
김부장은 퇴사 이후 가장의 책임을 지고 자신의 자존심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대리운전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대기업 부장이었고 서울자가를 소유했다는 그동안의 자신의 자존심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한다. 그는 최소한의 체면을 지킬 수 있는 선택이라 믿고 상가를 구입하게 되는데 그게 뉴스에도 나온 퇴직금을 노린 부동산 사기 수법임이 드러난다. 모든 것을 잃은 충격으로 김부장은 공황장애를 얻게 되고, 대리운전을 하다가 사고까지 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김부장에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시련이 닥치게 된 피로감으로 하차를 고민할 정도였다. 다만, 김부장이라는 캐릭터에게는 그동안 지켜온 자존심이 외부사건으로 무너지게 되면서 그가 변화하게 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였다.
[“고생했다”는 한마디의 위로가 주는 의미]
김부장이 희망퇴직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내 하진은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이내 그에게 다가가 꼭 안아주며 “그동안 고생했네” 그 한마디 만을 전한다.
이 장면을 보며 나도 두 사람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프로젝트나 일을 마무리하는 순간 누군가에게 듣는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어쩌면 우리는 그 한마디를 듣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생각보다 서로에게 “고생했다”라는 말을 쉽게 건네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장면은 지금까지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에게 건네는 인사처럼 느껴졌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어요”
+ 류승룡의 연기도 좋지만, 아내 명세빈, 백상무, 도부장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의 연기가 좋아서 개연성을 떠나 몰입이 잘되었다. 특히 작업반장으로 나오는 정은채의 체념과 책임을 넘나드는 연기가 일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