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플레이하시겠습니까?

드라마 <대장금> 감상평

by 기로

“장금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수라간 생각시로 궁에 들어가게 된다. 스승인 한상궁 밑에서 요리수련을 하며 최고상궁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은 녹녹지 않다.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정치에 이용하는 무리들에 의해 매번 고난에 놓이고 만다. 과연 장금은 고난을 이기고 어머니의 유언이자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수라간 나인 서장금에서 의녀 대장금까지 그녀의 흥미진진한 대서사시가 펼쳐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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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대장금>은 수라간 나인에서 의녀 대장금에 이르기까지 장금이의 성장과 성취를 그린 드라마이다. 방영당시에도 본방사수를 하며 열렬히 시청했지만 이후에도 매년 한 번씩 다시 보게 되는 인생드라마이기도 하다.


[여러 번 보게 하는 드라마의 매력]


1) 주인공 장금이 가진 힘 - 위기를 대하는 태도와 솔선수범형 리더십

장금의 힘은 물론 재능이 있지만, 가장 큰 힘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닥쳤을 때 그것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미각을 잃었을 때도, 스승을 잃었을 때도, 온갖 모략에 몰려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장금은 분명 그 순간엔 힘들어하고 좌절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안다. 좌절하고 툭툭 털고 어떻게든 한걸음이라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선택을 한다.


이런 태도가 드러나는 에피소드는 많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건 다재헌으로 쫓겨났을때였다. 동무를 도우려고 한 행동으로 인해 수라간에서 약초를 재배하는 다재헌으로 쫓겨나는데 한번 쫓겨나면 수라간으로 돌아갈수 없기에 처음에는 좌절한다. 하지만 좌절을 끝내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기 시작한다. 적극적으로 약초를 재배하기 위해 이것저것 공부하고 결국 다재헌의 사람들까지 감복시켜서 함께 백본을 재배하는데 성공한다. 여기서 장금이의 힘이 한가지 더 드러나는데 그건 바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주변사람들까지 그의 행동에 동참하게 한다는 것이다.

혼자 힘으로 해결하는것도 있지만 대게는 스승이 있거나, 조력자, 함께 하는 이들이 분명히 그를 돕는다. 요새말로 팀플을 하는데 그 팀의 지시형 주장이라기보다 자신의 몰입과 솔선수범으로 스스로 참여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주장의 면모를 보인다.


또한 장금은 과정에서의 본질을 지킨다. 요리할 때는 편법 대신 정성을 다하라는 한상궁의 가르침을 따랐고, 의녀가 된 후에는 어떤 이해관계보다 환자의 생명을 우선시했다. 결국 이 드라마가 장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한 천재의 성공담이 아니다. 숱한 역경 속에서도 끝내 방향을 잃지 않았던 한 인간의 '태도'가 결국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2) 입체적인 등장인물

- 금영

: 어린 시절 민정호를 흠모했지만, 집안의 뜻을 따라 수라간의 나인이 된다. 자신에게 대적할만한 상대인 장금이 등장하고, 두 사람은 경쟁자이면서도 서로를 돕는 동무로 함께 성장한다. 그러나 가문의 뜻에 따라 부정을 저질러야 하는 상황이 주어지자 금영은 처음에는 이를 거부한다. 하지만 자신이 흠모하는 민정호가 장금을 흠모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집안에서 요구하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이후 최상궁과 함께 한상궁과 장금을 궁밖으로 몰아내는데 일조하고 최고상궁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처음에는 이러한 금영의 변화가 단순하게 민정호에 대한 흠모 때문이라 생각했다. 단순히 남자 때문에 그런 악행을 저지른다는 게 이해가 안 갔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곱씹어보면 금영은 등장인물 중에 가장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민정호의 마음이 직접적인 변화의 계기였지만 그것이 변화의 전부는 아니었다. 함께 성장해 온 장금에 대한 열등감, 자신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오로지 민정호를 흠모하는 일뿐이었는데 그것마저 무너지니 체념하듯이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최고상궁자리까지 오르긴 하지만 한상궁의 교육방식을 받아들여 생각시들을 교육하고, 장금의 어머니 편지를 계속 간직해 두고 있었던걸 보면 완전한 악이 되지 못한 채 계속 내면의 갈등을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영은 장금과 같은 출발선에서 장금은 될 수 없었던 또 다른 가능성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런 입체적인 캐릭터이고 납득이 간다고 해서 금영이 저지른 악행을 용서받을 수는 없다. 아무리 자신이 그런 상황에 놓여있었다고 모두가 그런 선택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금영을 좋아하는 캐릭터로는 꼽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민정호 : 금영이 좋은 라이벌 캐릭터의 정석이라면, 민정호는 순애보 캐릭터의 정석을 보여준다. 오로지 나랏일에 대한 걱정과 열심 이외는 모든 관심은 장금이에게 쏠려있다. 장금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제주로 유배를 떠나자 제주로 발령을 받아 장금의 곁을 지키고, 나중에 의녀가 된 후 역병이 창궐한 지역에서 모략으로 인해 장금이 궁에 돌아오지 못했을 때도 그를 찾기 위해 다시 역병지역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장금의 안위를 지키면서도 그녀의 성장과 성취를 기꺼이 응원해 주고 그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한다.

오직 장금만 보고 직진하는 직진남이기에 시청자가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해 준 일등공신이다.


- 정상궁 : 등장하는 회차가 많지 않지만 성정이 올곧은 인물로 한동안 장고에 가있었지만 기회가 와서 최고상궁자리에 앉게 된다. 최고상궁자리에 앉고 나서는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으로 정치나 다른 것에 이용되지 않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수라간을 운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좋은 어른의 표상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정상궁 같은 사람들만 있다면 세상이 어찌 깨끗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유머도 있으니 웃게 되는 건 금상첨화!


- 한상궁 : 장금의 스승이자, 장금의 어머니와 절친한 동무다. 너무 올곧고 바른 사람이기 때문에 고 지식 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가 있었기 때문에 천방지축인 장금이 자신의 성정을 다듬을 수 있었다. 특히 장금이 자신을 과신해 정성이 아닌 수법으로 음식을 대하는 것을 보고 장금이 정신 차리도록 내치는 장면에서는 진정한 스승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경합으로 최고상궁자리에 올라 정상궁의 뜻을 잇기 위해 노력하며 정의롭게 운영하지만, 결국 모략에 의해 죽고 만다.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가 한상궁을 아픈 손가락으로 꼽을 것 같다. 나에게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긴 등장인물 중 하나이다.


- 그 외에도 감초역할의 덕구부부내외, 제주에서 만난 또 다른 스승인 장덕의녀, 장금을 옆에서 무조건 믿고 의지하면서 결국 마지막엔 도움을 주는 동무 연생이 등등 등장인물들을 매력적으로 구축해 보는 사람들이 때에 따라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하며 볼 수 있었다.


3) RPG 게임 같은 전개

- 시청자를 롤플레잉 드라마의 플레이어로 초대하는 듯한 구조

거의 대부분의 회차에서 사건발생-위기봉착-좌절-해결책발견-사건종결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 예를 들면

금계를 잃어버림 (사건발생) - 다재헌으로 쫓겨남 (위기봉착) - 한동안 울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 (좌절) - 그냥 있을 수 없어서 다재헌에서의 본업인 약초 재배를 하기 시작하 (해결책 발견) - 백본의 재배를 이뤄냄 (사건 종결 및 해결)의 순으로 극이 흘러간다.

특히 이 구조대로 사건이 일어나지만 대부분 1화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면 2화, 길게는 3화에서는 해결이 되기 때문에 1화에서 고구마를 먹게 되는 이야기가 발생해도 한화만 지나면 해결이 되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몰입할 수 있었다.


위에 언급한 사건의 흐름 전개 말고도 크게 보면 이렇게도 볼 수 있다.

튜토리얼 단계 : 궁녀로 입궁 > 1차 퀘스트 : 수라간 나인으로의 과정 수행 > 1차 보스전 : 최고상궁 경합

> 시련 및 과제 : 제주 유배 > 2차 퀘스트 : 의녀가 되기 위한 시험 > 최종 보스전 : 의녀로 왕 진료하기


이렇게 장금이를 가지고 플레이를 하는 게임 같은 탄탄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했다.


[결론] 그래서 이 드라마는 어떤 의미인가.


이 드라마를 여전히 사랑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장금의 여정은 마치 우리내 인생사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롤플레잉 게임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장금이에게 끊임없이 주어지는 시련같은 퀘스트가 우리에게도 주어지고 그 퀘스트를 해결하면 또 다른 퀘스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는 장금의 행동으로 단순하고 명백한 진리를 보여준다.


‘위기가 오면 일단 부딪힌다. 충분히 아파하고, 좌절한다. 그리고 그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그리고 한다’


그리고 좋은 점은 장금이가 무적의 영웅이 아니란 것이다. 재능은 있지만 끊임없이 몰아치는 시련에 매번 좌절하고 때론 울고 때론 모든걸

포기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위기를 대하는 태도로 주변 사람들을 참여시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리고 한단계 발전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내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일 주어진 과제와 예상치 못한 위기 앞에서 좌절을 겪는다. 중요한건 그 좌절이 아니라, 그 이후의 태도와 행동이다. 무엇을 할것인가, 다시 한걸을 나아갈 것인가.

그래서 나는 삶에 좌절하고 막힐때, 이 드라마를 다시 꺼내본다. 결국 좌절앞에서 나아가는 선택을 하고 사람들을 감화시키는 장금의 태도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내 방식대로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장금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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