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 글래스 어니언 리뷰
영화에서의 글래스 어니언은 까발려져 폭파되었지만, 현실의 글래스 어니언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남은 건 우리가 그 속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2019년에 개봉한 나이브스 아웃의 속편으로 2022년 개봉했다. 알파의 창시자 마일스가 친구들 5명을 그리스에 있는 자신의 섬에 초대하는데 거기에 탐정 브누아 블랑이 함께 초대되면서 까발려지는 진실을 이야기한다.
글래스 어니언은 속이 텅 비어있는 양파모양의 유리형상을 말한다. 마일스는 앤디가 이어준 친구들과 ‘글래스 어니언’이라는 펍에서 앤디가 내놓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성공한다. 억만장자가 되어 섬 중앙에 글래스 어니언을 설치하지만 단어 그대로 자신이 이룬 것이 아닌 앤디가 이뤄준 부와 명성일 뿐이었다. 아무런 알맹이도 없는 현실. 결국 그 알맹이 없는 현실은 붕괴자들이라는 친구들과 함께 붕괴하고 만다. 겉에선 아무런 진실을 알 수 없고 보이는 아름다움으로 느껴지지만 겉만 번지르르하고 까면 그 안은 허무한 공허함만 있을 뿐이다.
다만, 더 허무하게 느껴지는 건 그렇게 악행을 저지른 이가 붕괴해도 이미 저질러진 일들은 돌이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붕괴자들에 대해 마일스가 이야기하는 부분을 보고 최근에 읽은 자기 계발서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붕괴자들은 사람들이 건드리지 않을 법한 이미 질린 어떤 것들을 가지고 새롭게 다듬어서 상품으로 만들어 제공한다는 점. 그래서 성공으로 이끈다는 것. 어떻게 성공했는지가 너무 궁금했는데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이미 성공을 했고, 그 성공으로 인해 처음 관계들은 무너진채 자본의 노예가 되어 서로에게 이득만 바라기 시작했다는 것. 자신들의 안위와 명성을 위해서라면 자신들을 이어주고 이끌어준 친구도 배신하고 만다는 것.
붕괴자들의 성공 비법에 대해서 다루지 않는다면, 그 악행으로 이뤄낸 허무한 성공이라도 제대로 비판하거나 어떤 교훈 같은 걸 기대했는데 그런 것 역시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현실고증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더욱 씁쓸했다.
개인적으로 게이 캐릭터를 부여한 블랑이 왜 게이캐릭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어떠한 것도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단지 카메오로 등장한 남편 역의 휴그랜트 만이 남았는데 그 정도의 웃음포인트로 소비하는 게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의 이야기 중 알파의 실제 모델이 세계적인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언급이 있었다. 마일스가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것은 앤디의 훔친 아이디어, 회사 운영을 위해 값싸게 착취한 노동력, 무분별한 생산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오염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글래스 어니언의 진짜 의미는 실제로 까도 까도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거나 의도적으로 숨긴 것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우리는 보고 있지만, 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오락영화로서 그리고 추리물로 1편의 반전만큼은 아니었지만, 계속 새로운 사건을 일으키며 달려가는 점은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또 글래스 어니언이라는 상징물에서 보여주듯이 현재 우리가 느끼는 자본주의 사회의 거대한 흐름들이 결국엔 상술과 허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현실에선 그것이 영화에서 처럼 붕괴될 일은 없겠지만 그런 것을 인식하고, 허영보다는 본질을 추구하고,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삶이 아닌 자신의 명예를 추구할 수 있는 그런 알맹이 있는 삶을 살라고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의 글래스 어니언은 까발려져 폭파되었지만, 현실의 글래스 어니언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남은 건 우리가 그 속을 들여다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