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에 들어오기 까지
첫 번째 기업은 실험 기자재 같은 것을 판매하는 회사였습니다. 무역업을 하는 회사였죠. 일본의 장비들을 수입하여 국내 학교나 기관에 재판매하는 것이 핵심 업무였습니다. 이 회사에 들어가려 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무역을 배워두자.
물건을 해외에서 들여와서 판매하는 방법, 수출하는 방법을 배워두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기술도 없고 잘하는 것도 마땅치 않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남에게 부탁도 잘 못하는 저였기에 먹고 살려면 무언가 판매를, 가급적이면 영어를 사용해서 판매를 하는 방법을 배우고자 했습니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처음에 제품 카달로그를 받았었습니다. 이걸 숙지하라고 하더군요. 어떤 기계인지 잘 모르겠는데 누구 하나 가르쳐주진 않아서 물어물어 배워야 했습니다. 직원은 총 4명이었고... 사장이 직접 돌아다니며 영업을 하고.. 혹은 기존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적어오면 그걸 어떻게든 구해서 재판매하는 형태였네요. 슬프게도 수출입 업무를 직접하지 않더라구요... (요새 누가 그걸 직접하겠습니까.. 그저 제가 무지했던 거죠) 관세사나 통관 관련을 대행해주는 업체들이 있어서 1차 목표는 그 업무를 배우고, 회사에는 그 업체에 지불하던 금액만큼을 이득을 제공해보자였습니다.
헌데.. 그걸 배우기도 좀 어려웠고.. 이해도 되지 않던 찰나에 사장이 적어온 물건들을 소위 "sourcing"해서 구매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거창하게 적었지만 제품명 등을 검색엔진에서 찾아보고 해외 업체가 나오면 메일을 쓰거나 전화를 해서 견적서를 최소 3-4개 업체에서 받아내는 업무였죠... 전화는 소심해서 못하고 여전하지만 전 그닥 제 영어실력에 자신은 없습니다....
그런데 당시 사장님이 엄청 칭찬을 해주는 겁니다... 견적서만 받았는데... 잘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제품 판매에도 데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참 웃긴 일이긴 한데.. 이 회사가 일본업체의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다보니 일본 업체의 신제품이 나오면 본사에서 담당 영업직원이 오고 그를 수행하면서 투어를 다니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영어만 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그분들이 영어를 하시고 영어 하시는 것을 좋아하셔서 일을 맡게 되었네요.
그 때....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통역을 할려면 그 제품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냥 단어 to 단어의 통역으로는 절대 판매가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잠깐이지만 통역사를 목표로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통역학원 선생님께서 말씀주신 것이 떠올랐습니다.
"모르는 것은 통역할 수가 없다"
조금 과장한 것이지만 영어 실력도 실력일 수 있으나 모르는 내용은 통역하기가 힘듭니다. 솔직히 한국어로 주식 방송 같은 것을 보면 하나도 모르는 것과 같이 모르는 내용은 당장 모국어로도 힘든데 그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ㅠ_ㅠ

그래서 출장을 다니면서 그 신제품을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 제품은 정말 비쌌고 그걸 처음 판매한 사람이 저라는 점만 기억이 납니다. 왜곡 되어 있을 수 있지만 통역을 잘해서 당시 그 제품을 구매한 고객사의 소장님이 스카웃제의도 해주셨었습니다.
제 인생을 바꾼 경험 2가지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스카웃 제의를 받을 수 있구나라는 것과 제품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물건을 팔 수 있다는 것... 당연해 보이지만 이런 경험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저에게는 걸어가는 길에 지시등이 켜진 듯 한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나름 작은 회사였지만 인정도 받고 있었고 좀 더 배울 일도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반도체 회사에서 연락이 온 겁니다. 면접을 한 번 보러 오라고 하더군요. 심장이 뛰었습니다. 회사를 찾아보니 50명도 넘는 사람이 있더라구요. 큰 회사였습니다. 큰 회사에서 시스템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오고 있었습니다. 헌데 반도체회사임이 맘에 걸렸습니다. 전 제 전공에 대해 그닥 아는 것이 없었거든요. 부담스러웠습니다. 글을 적다보니 당시 맘이 떠오르네요. 실제 그 맘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ㅎㅎ 제가 아는 저라면 분명히 부담스럽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면접은 그다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루 만에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퇴사의 과정은 정상적이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생략하겠습니다.
회사에 입사했더니 많은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작은 셀이었지만 관리부서도 있고 인사과도 있고 영업도 총 3명이 있고 그 중 한 명은 미국에 있다고 하길래... 와... 나도 미국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희망도 갖게 되고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어떤 업무를 하게 되나도 궁금했고 연구소라고 별도로 존재하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순탄치는 않았지만 반도체를 배우게 되었고.. 전자 공학인데 암 것도 모른다고 혼도 났습니다. 물어보기 전에 공부를 하고 물어봐야 한다는 것도 배웠구요. 혼나고 혼나면서 무서웠고 오기가 생겨서 더 공부하고 또 혼나고의 반복이었습니다. 제 사수라는 분도 저보다 나이도 어렸고 경력도 많지 않았습니다. 서로 서로 도우면서 일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당시의 저는 배우기만 했을 수도 있겠네요. 마찬가지로 이 회사도 시스템은 없어서 알아서 공부하고 알아서 실적을 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그래도 반도체를 이해하는데 연구원분들이 너무 많이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지금의 제 기술에 대한 지식의 기반은 그때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였습니다.
당시의 경험은 후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반도체 영업에 대해...아..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시스템 반도체 영업의 기초에 대해 제 나름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기초 중의 기초인데 반도체 하나로는 제품이 될 수가 없습니다. 쉽게 설명해보면 카메라를 만들고자 할 때 반도체는 크게 3가지를 쓸 수 있습니다. 이미지 센서 + 프로세서 + 전송칩이라고 볼 수 있지요. 카메라의 용도에 따라서 더 많은 반도체가 쓰일 수 있고, 여기에선 메모리는 생략했습니다.
저희가 프로세서를 만드는 곳이라고 한다면 저희 프로세서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미지 센서와 전송칩을 다른 업체들에게 협력을 받아 공수해서 카메라를 하나 만들어야 하는 겁니다. 협력이라고 적었지만 결국 빌려오는 거죠. 이미지 센서만 만드는 업체도 저희 같은 프로세서와 전송칩이 필요하니 서로서로 빌려주고 빌려오고 협력하는 거죠...
파트너쉽이 기본 오브 더 기본입니다.
파트너쉽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좀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