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데 기억을 끄적거려서 이렇게 문장화 하려다 보니 새삼 다시 깨달은 것은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여기에 적어보려 합니다.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늦기 전에 예전부터 생각해온 이야기들을 적어라도 두자에서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으로는 "그래, 중소기업인을 위한 책이 없네. 내가 겪은 것들을 나름 일기에 적어두었으니 꼭 언젠가 글로 바꿔야지. 일기에 근간해서 적으면 다 기억이 날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12년이 지났습니다... ㅠ_ㅠ
며칠 전에 시간을 내서 일기를 좀 읽어봤습니다. 아.... 이런..... 일기의 내용이 대부분 과도하게 개인적이거나 일반화해서 끄집어낼 수 있는 에피소드들은 거의 없더군요. 간간히 조금 도움이 될까 한 내용이라도 한 단락이 될까 말까... 책화 하겠다!!라고 생각한 뒤에 떠오른 것들을 좀 정리해둔 메모장의 내용들은 이미 한 꼭지 씩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다소 난감해졌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많이 써봐야 늘 듯하여 어떻게든 시간이 나면 몇 자라도 적고자 하는데 쓸 내용이 없다니... 그래서 여전히 나의 기억 한 구석에 새겨져 있던 이야기들이 갑자기 생각이 날 경우 이렇게 글로 적어놓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오늘의 떠오른 기억... 그 문구와 그 말을 들은 장소가 기억에서 지워지지가 않네요.
저의 보스였던 분은 많이 독특했습니다. 지금에야 말도 안 되는 상황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미팅에서 욕을 먹기도 하고 머 두루마리 휴지 등이 날아오기도 하고... 다소 듣기가 버거운 성적 농담도 아무렇지도 않게... 보스라면 쓸 수 있는 환경이었네요. 하하... 그래 봤자 10년 남짓의 시간이 흘렀는데 굉장히 낙후되어 보이고 오래된 듯하네요.
출장을 가면... 선진국이든 중국이든 담배들을 피워대고... 특히 중국에 가면 담배를 피우면서 고량주를 마시기도 했지요.. 물론 공식 회의 시간에 말입니다. ㅎㅎ
여하튼 저희 회사도 머 그랬습니다. 특별히 나을 것도 떨어질 것도 없는 그냥 일반적인 분위기(그 일반적인 분위기는 위에 적어두었습니다).. 당시 저의 보스는 영업부의 부장이셨고(후에 임원이 되심) 그런 일반적인 분위기를 가장 잘 활용하는 분이었죠. 단어의 욕만 쓰지 않았지, 본인의 감정을 전부 표출하시고, 말은 시도 때도 없이 바뀌고... 개인사의 힘든 일이 있으면 회사 와서 푸시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이게 머 우리만 힘든 것은 아니고요, 다른 회사의 그 정도 위치에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 저랬다고 봐도 될 듯합니다.
웃긴 일 중 하나는 저희 부서 내의 통역사가 있었다는 것과 알람을 담당하는 분도 있었다는 거죠. 통역사는 전체 회의 시간에 오더가 떨어지면 그 오더가 무엇인지를 다시 별도의 회의 공간에서 전달하는 역할을 했었습니다. 즉... 이 통역사가 없으면 분명 회의 참석자가 10명이고 보스의 오더는 하나였을텐데, 각기 다른 10개의 보고서가 나오는 경우가 허다했었거든요... 하하..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경험이었고요. 또 알람을 담당하는 분은 보스가 출근했을 때 혹은 사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왔을 때 등 보스의 기분이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듯하면 회사 메신저로 "가스 가스" 이렇게 일종의 단톡방에 남겨두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면 업체를 나가든 연구소를 가든 전부 자리를 이탈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보스의 화가 풀릴 때까지 소위 "까입니다"
예를 들어 자리에 남아있는 인원이 있다고 하시죠. 보스는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그대, 이거 했어?"로 시작입니다. "네 했습니다"... 이후의 대사는 무엇일까요? 그거 가져와봐? 머 이런 걸까요? 아닙니다. "이건 했어?"입니다. 이렇게 안 한 것이 나올 때까지 질문이 이어집니다. 결국 하지 않은 것이 나오면 자존감이 0에 수렴할 때까지 까입니다....
다른 예도 있습니다. 이건 어쩌면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을 수도 있는데... A라는 업무에 관해 보고서를 작성해서 결재를 올렸다고 하시지요. 바로 반려가 나옵니다. 이유는 안 가르쳐주십니다. 도대체 머가 문제인지를 알 수가 없지만 여하튼 다시 보완합니다. 이제 A'를 올려봅니다. 또 반려입니다. 아.....
이렇게 계속 7차, 8차까지 가다가... 어느 날 실수로 9차 보고서를 올려야 하는데 처음 썼던 그 보고서를 결재로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 그래 진작부터 이렇게 하지"라고 하시면서 결재 처리해주십니다.
머 결국 안 보고 계속 반려를 했다는 건데.... 머 당시에는 동기끼리 혹은 과장 이하의 그룹원들의 즐거운 술안주였으니 쌤 쌤 하면 될 듯합니다.
이 분과 어느 날 함께 출장을 갔습니다. 제 스코틀랜드 출장의 그분이죠...
업무가 끝나고 호텔로 복귀하는 택시 안이었습니다. 업체와 가볍게 술 한잔 했고 왜인지 좀 센티해졌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저는 그분과 나름은 친했다(?)라고 볼 수 있는데.. 뜬금없이 저에게 "내가 좀 심하지?"라고 하는 겁니다.
"내가 좀 심하지?"
"아니요.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니...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를 때도 있고 너희들에게 미안하고... 이하 생략"
한참 이야기를 듣던 중 궁금했습니다. 정말 이제 저런 랜덤 성, 화풀이, 두서없음, 인격모독 등을 고치겠다고? 아님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나?
"근데 그거 아냐? 이렇게 자아비판하는 사람도 별로 없어. 역시 난 괜찮은 놈인 거 같아..."
띠로링... 제 딸이 놀랐을 때 쓰는 표현입니다... 띠로링....ㅋㅋㅋ
헌데 요새 이런 분들이 더 많아지는 듯합니다.
저도 어쩌면 저런 사람일 수도 있지만 조심하려고 노력은 합니다. 나름대로는 내가 생각하는 나, 남이 생각하는 나, 그리고 실제 나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거든요. 이걸 못하면 이직했을 때 난감해질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 회사의 나라서 만들어진 관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이직했는데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몇몇은 물론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회에서 만들어진 관계 중 적지 않은 수는 이해관계에 기반하는데 제 직장이 변하면 이해관계가 변했을 텐데 그걸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더라고요. 삼성의 A 씨인데... 삼성 타이틀 띄어도 삼성의 A 씨이길 기대하면 안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