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의 정의
제 커리어의 대부분은 영업팀에 속해 있었습니다. 해외 영업이기도 했었고 그냥 영업팀이기도 했었지요. 저는 전기전자 공학부를 졸업했습니다. 그다지 이과스럽지도 않은 성향이었는데.. 아버지의 강요(?)로 이과를 갔었네요. 졸업할 즈음에 영어를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정도의 스킬 밖에 없었습니다. 졸업학점이 아마도 2.8 이 정도였던 듯하네요..
여하튼 졸업할 즈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했었고 동시통역사가 되겠다고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하면서 밥벌이를 하다가 통역대학원을 떨어진 후 학원 강사일을 했었습니다. 그 일이 고되기도 했고 저랑 그다지 맞지 않는 듯해서 일반 기업을 들어갔었습니다.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경력도 없고 나이도 많은 저를 받아 줄 회사는 당연히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첫 발을 어설프게 디딜 수는 없어서 무역일(영어를 활용할 수 있는)과 더불어 마케팅이라는 것을 하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영업이 아닌 마케팅을 선택한 사유도 간단했었습니다. 물건을 판매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기도 했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래서 판매 전략 혹은 판매에 도움이 되는 일 등을 보니 마케팅이라고 하더군요. 영어를 당연히 쓰기도 하는 듯했고요.
또다시 서론이 길었네요.
영어를 쓰고 판매의 스트레스를 덜 받고 혹시 나중에라도 내가 무언가를 하려면 무역업을 목표로 삼자라고 생각한 거죠.... 치기 어렸네요.
영업과 마케팅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한동안 확신을 가지고 있던 정의가 있었는데 결국 저희 필드에서나 적용되는 것이라고 이젠 생각하네요. 그래도 최대한 보편성을 담보하면서 설명하려고 합니다.
실제 정의는 중요하지 않아요. 자신이 어떤 쪽에 가까운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영업은 전술, 마케팅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도출하는 것이 마케팅, 이 전략을 고객, 시장에 맞춰 어느 정도 수정하면서 판매를 이루어내는 쪽이 영업이 아닐까 하네요.
제가 정한 정의라서 인지 저는 이 마케팅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제품이 나왔을 때 어떤 부분을 강조해야 하는가, 경쟁사 대비 어떤 부분이 매력적으로 보일까,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메워낼 것인가, 적정 판가는 어느 정도인가를 고민하는 쪽이었죠. 이런 정의를 가지고 일을 하다 보니 일반적인 마케팅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케팅 인원을 뽑는다라고 하면 광고, 홍보 쪽 분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물론 저희 마케팅 부서에서도 광고나 홍보를 담당하지만 그 비중은 아마도 20%가 안되지 않을까 합니다. 상기 판매전략 도출, 기술 트렌드 체크 등의 업무가 태반이거든요. 그래서 구인 광고에는 테크니컬 마케팅이라고 명기하고 있습니다.
영업은 어떨까요? 마케팅이 설정한 전략을 그대로 이행하는 수동적 조직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마케팅이 도출한 전략은 "시장 특성"이라는 부분이 약합니다. 중국에서 요구하는 제품과 유럽에서 요구하는 제품은 아마도 다를 겁니다. 제품의 기획 단계에서 특히 중소기업이라면 어느 정도 시장 의존성이 적은 보편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제품 특징 중에서 시장에 어필할 만한 기능들을 도출하고 그 부분을 강조하여 매출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조직입니다.
마케팅과 영업은 그래서 서로 도와야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마케팅은 초기 비즈를 담당하고 양산에 이르는 순간이 되면 영업으로 이관하는 형태의 조직 구성을 가지고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그래서 초기 제품 어필에 대한 부분을 마케팅 조직이 담당하고 비즈가 어느 궤도에 올라와서 고객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단가 네고도 하고 개발을 포함한 이슈들에 대한 Follow-up(일반적으로 고객 요구 사항 처리를 의미)을 영업이 담당하기도 합니다.
어떤 회사는 마케팅을 순수 홍보와 광고만 전담하게 하고 전략-전술 모두를 아우르는 비즈니스 디벨로프먼트 조직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요. 머... 몇몇 기업은 영업이 좀... 올드스쿨 같은 느낌이라서 비즈 디벨로프먼트 조직으로 영업팀의 이름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고요.

마케팅은 성과지표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A제품의 판매 전략을 만들었는데 이게 매출로 이어지는 길에 영업이 있으니... 또 영업은 매출로 성과지표가 나오는 것이니 마케팅 입장에선 매출을 성과지표로 가져가기가 어렵거든요. 전략만 도출하세요라고 하면 전략의 유효성과 무관하게 되니... 지표로도 좀 애매하고요. 성과 지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는 다소 이야기가 벗어나는 듯 하니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여하튼 마케팅은 과정을 만들어내는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트렌드를 체크하고, 제품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요소들을 도출하고, 이를 설명해내는 전략을 만들어내서 영업에게 전달하는 쪽이니까요... 이제 결과는 영업이 만들어 올 겁니다...ㅎㅎ
영업/마케팅 부서가 저희 회사에는 합쳐져 있습니다. 영업마케팅의 지원자에게 물어보는 성향 파악 질문이 있습니다. 장황하게 영업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제부터가 본론입니다.
과정을 즐기는 편입니까, 결과를 즐기는 편입니까라고 물어봅니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인지 좋은 인상을 줘야 한다는 학원에서의 가르침 덕분인지 본인의 성향을 알려주지 않고 과정이라고 답변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개의 질문을 통해 성향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결과를 중요시하면 영업 쪽이 더 낫고 과정을 중요시하면 마케팅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네요. 실제 매출만 나오면 너무 신나 하는 직원들도 있고 매출이 나온다고 해도 심드렁한 인물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 매출은 그저 결과의 산물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과정이 충실하면 어차피 결과는 나오는 거니까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희 회사의 영업직원들이 적극 반발합니다...ㅎㅎ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매출 숫자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 숫자를 달성하기 위해 리스크가 큰, 혹은 명확한 리스크가 있는 전략은 잘 택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달성하고 보자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회사의 녹을 받는 입장에서 불법이 아닌 다음에야 오더를 수행한다는 것은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혹은 보너스 등의 보상을 위해 다소 위험하고 과한 방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블레임은 못할 겁니다. 그건 선택의 문제니 까요.
영업마케팅을 지원하는 분들께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본인의 성향도 잘 파악하셔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안타깝게도 본인 성향은 200퍼센트 마케팅이고 본인도 알고 있음에도 영업을 다른 이유로 선택하시는 분들도 봤었는데... 혹은 그 반대도 많고요... 대부분 직무에 힘듬을 느끼시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영업이신가요? 마케팅이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