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3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원래는 장황하게 나의 생각을 적었었는데 저장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요 며칠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에 감사를 느끼며 여러 생각이라는 것들을 해봤습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나"라는 사람에 그래도 한 발짝 가까워졌을까?
모르는 것이 있으면 답답해하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관심이 있는 분야는 공부를 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요 근래에는 재무회계를 이해해보려고 했습니다.
사업 쪽에 있다 보니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데에만 집중해 왔는데 그러다 보니 기업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기업이 어떤 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충당되는지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재무회계 쪽 사람들과의 대화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투자를 받아야 하는 역할을 부여받았을 때의 저는 그냥 물건을 팔 듯이 우리 회사에 대해 잘 설명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었습니다. 용어도 이해가 안 되고 돈을 투자하고자 하는 분들의 결정 메커니즘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백그라운드 지식이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그건 제가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못 외워서입니다...^^;;; 이제 용어나 혹은 그 상황에 대한 분석 정도는 가능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입니다. 그저 이수준에까지 올라오는데 3년이란 시간이 분산투자되었거든요. 이제 나이가 있어서 3년도 아쉽습니다.
무언가를 설명할 때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최대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는 어법을 사용하지만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직급이 올라가고 노하우라는 것이 생기면서 이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결과를 예단하는 쪽으로 변경된 듯합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그 한정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럴 것이다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그것도 요새 느낀 거지만.... 무언가 알면 알수록 예단은 불가능합니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집니다. 한정적인 지식과 경험으로 세상을 보면 그 프레임 내에서 답이 명확하게 보이는 듯합니다. 하지만 실제 더 넓은 배경이 있고 더 많은 지식이 존재합니다. 그걸 모르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이건 이럴 겁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맘이 불편합니다.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이젠 단정적으로 무언가에 대해 답을 내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는 것이 많아지고 경우의 수가 더 많아지다 보니 설명이 길어지기도 하고 그리 싫어하던 불분명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비즈니스는 결국 물건을 팔아서 성공을 하는 것이니 성공할 수 있느냐 못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어느 정도의 위치가 된다면 정말 많이 받게 됩니다. 답을 내야 하는 자리인 경우도 있죠. 지금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아는 것이 적어서 그리될 것이다라고 쉽게 이야기했던 듯합니다. 아는 것이 늘어나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지다 보니 변수가 너무 많더라고요. 확정적인 답은 어렵습니다. 이제 못하게 되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지 말자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제 주변은 미래 예측을 해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성공의 길을 만들어달라고... 아니 어쩌면 그들의 요구는 당연합니다. 저는 나름 사업부를 책임지고 있으니 성공의 길을, 가장 높은 확률의 길을 만드는 사람이니까요. 한데 그리 노력은 합니다만 저에게 100% 확정의 답을 만들어내라는 것은 아니해야 하는 일인 듯하네요. 미래를 예측하지 않겠습니다. 현실에 충실하겠습니다. 어려서 제 주변의 동료들에게 항상 이야기했었는데 제가 그저 말뿐이었나 봅니다. "결과는 그저 딸려오는 거야.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야. 현재에 충실하게 옳게 일하다가 보면 결과가 나타나는 거거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합니다. 저는 그리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저 알기만 했나 보네요. 많이 알려고 노력한 것은 무엇이든 답을 아는 사람이고 싶어서였는데 그건 잘못된 꿈이었습니다. 많이 알려고 노력해서 많이 알게 되면 정말 아는 것은 없게 되는 듯합니다. 단지 많이 알려고 노력하면 더 나아지는 것은 맞지 않을까요? 많이 알지 못함을 계속 알게 되니 겸손할 수밖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 아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답을 내지 못하는 나에게 만족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