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서 상장이야기를 좀 더 해보려고 합니다. 페북 담벼락에 정리했던 내용입니다만 좀 더 수정하고 과도한 구어체는 지양했습니다.
시리즈 A를 투자받고 이제 기술성 상장 트랙으로 진행을 하게 됩니다. 좀 시간이 지난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정리해 둔 글들 기반으로 적다 보니 상장 관련 정확한 프로세스가 기억이 나질 않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장황하게 적었지만 나이로 인한 혹은 알콜성 치매일 수도....
2021년 당시에는 일반기업 상장과 특례상장 제도가 있었습니다. 특례상장은 여러 트랙(방법)이 있었네요. 일반기업 상장 조건으론 수익성이나 시가총액, 매출요건 등이 있었지만 특례상장은 상기의 조건들, 즉 재무조건에 해당하는 것을 완화해 주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특례 상장 내에서 위에 적었듯이 몇 가지 트랙으로 나뉘는데 기술성장기업 상장, 테슬라 요건이라고 해서 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 등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기술성장기업 특례 중에서도 소부장 특례로 진행했습니다. 기술성장기업 상장은 기술에 대한 평가를 받고 요건에 부합하면 재무구조와 관계없이 상장을 시켜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중 소부장 특례는 추가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일반 기술상장은 한국 거래소가 지정한 2곳의 전문평가 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 등급 A, BBB 이상을 받아야 합니다만 소부장의 경우는 그중 한 곳에서만 A등급 이상을 받으면 됩니다.
기술성 특례상장 절차는 기술평가, 상장 예비심사, 공모의 3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대표주관사의 선정입니다. 당시 임원 기준으로 one of them이었는데 운 좋게도 대표주관사 선정 Bidding에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었습니다. 그냥 제 의견을 던지는 수준이었고 어차피 결정은 대표님과 CFO님이 하셨지만 전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나름 즐겼습니다.
3곳 이상이었나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지만 PT자료도 보고 설명도 들었는데 나름대로는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이쪽 용어들을 거의 몰라서 책 사서 보면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쪽으로 결정되는 것이라 PT스킬이 좌우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PT를 잘하셨냐고 물어보면 제 일기장에는 PT는 기대이하라고 적혀있으니 특별한 것은 없었던 듯합니다.
주관사 선정 이후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기평(기술평가) 자료의 작성입니다. 이때부터가 고난의 시간이죠. 제가 다니는 회사는 이미 모회사가 상장을 해서 상장을 해 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 있었지만 이미 10년 이상 전의 이야기라 상장제도도 좀 바뀌었으니 큰 도움은 되지 않았던 듯싶습니다. 저희 회사 스타일(?)상 우선 저는 기평 자료 작성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워낙 업무 분장을 좋아하는 기업인지라 기평자료의 작성은 연구소에서 전담하게 되었지요. 연구소 작성 -> 관련자 리뷰 -> 주관사 리뷰 -> 피드백 후 연구소에서 수정과 같은 루프였던 듯합니다. 물론 시장 관련 내용을 메워야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요약정도만 저희 사업부가 작성하고 숫자는 재무회계 쪽에서 담당해서 정말 사업부가 적어야 하는 부분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기평자료 작성은 제가 경험한 안 좋은 일들 중 최악 중 상위 랭킹입니다. 연구소의 각 그룹장이 정해진 인덱스를 대강(?) 지키면서 나름대로 작성한 기술문서를 연구소장님이 취합하고 정리했습니다만 내용이 제각각이고 작성룰이 명확하지 않아 일일이 피드백을 주면서 수정하다 보니 세월아 네월아, 오월아 머 이런 상황이 된 거죠. 또한 당시 연구소장님은 마이크로 매니징이 강하셔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넘어가도 되는 부분을 계속 수정하시니 연구소 직책자들이 매번 우는 소리를 하셨습니다. 그러면 오월이(?)까지 불러서 만든 자료는 적정 수준 이상이었을까요? 주관사와의 공동 리뷰를 진행하는데 저도 출장 다녀와서 운 좋게 참석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문서 리뷰는 한 번 했는데 좀 답답한 상황이라 제 출장일정에 맞춘 것이라고 하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자료를 당시 담당 임원들이 리뷰를 했었고(저는 해외 출장...ㅋㅋㅋ 일단 관여 안 한 것이 핵심이자 탈출구...) 그들 나름대로 또 수정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주관사에 전달 전 대표님이 보시고 또 수정하셨다고 합니다. 결국 주관사에선 장황하고 논조 없고 긴 기술서 하나를 받은 건데 대표님까지 보신 자료라 머라고 하기가 어려워서 그래도 제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니 융통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신 듯합니다.
그래도 기술문서 아닙니꽈! 장황은 문제없지 않을까요? 하지만 장황하더라도 핵심이 명확하면 좋았을 텐데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기술 설명서가 되어 버렸으니 다들 힘 빠지고 답답해하며 결국 서로를 탓하는 상황까지 흘러가게 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쉬운 점이, 명확한 작성룰을 통해 문서를 만들고 이들을 취합하면서 최종 Host가 논조 정리를 했다면 좋았을 텐데 당시에는 그런 프로세스도 정보도 많이 부족했다는 변명을 해봅니다. 열심히 해주신 부분들도 있는데 제가 독단적으로 수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서 최대한 자료를 살려가며 골자를 만들었습니다. 골자 만들고 사장님과 소장님께 컨펌받아서 자료 배치 만들고 부족한 설명은 몇 장 추가, 중복된 설명은 삭제 정도를 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만든 최종본이 또 수정을 거치게 되는데... 아휴 괜찮습니다. 기평 이후에 우리는 또 엄청난 일을 겪거든요.
여하튼 다행히 기술평가 A를 받아서 예비 심사패스라는 직행(AA면 가능)은 못했지만 이제 예비심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예비심사는..... ㅡ_ㅡ;;; 저에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두 번째가 됩니다. 결국은 다 패스해서 상장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은 지난하고 짜증 나고 비 효율적인 문제들이 속출했었습니다. 생각보다 길어져서 예비심사는... 다시 새 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