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영업에 대하여 5

by 뽀야아빠

해외 영업 실무에 대한 이야기를 이번에는 해볼까 합니다. 업체마다의 사정이 있고 시장마다의 특성이 있으니 제가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맞다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듯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해왔더니 많은 업체들로부터 좋은 오퍼들을 받았었고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좋은 기회들을 제안받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반도체를 넘어서 시스템을 만드는 벤더사들, 자동차 회사들, 심지어 인공지능 회사들로부터도 좋은 기회들을 받아왔으니 "틀리지는 않지 않을까"의 맘이 있습니다.


이전 꼭지들에서도 이야기는 슬쩍 했습니다. 해외 영업을 가게 되면, 특히 중소기업에서 해외 영업을 가게 되면 여러 명이 간다는 것은 참 힘듭니다. 그리고 처음 미팅에선 저희의 기술적 한계를 탐구해야 하기 때문에 업체 측에서 나름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이 나오면 질문이 광범위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의 스펙을 어떻게 정했나? 어떤 소프트웨어를 올리기 위해 혹은 어떤 어플리케이션을 타겟해서 이런 스펙을 정했냐? 누구로부터 이런 정보들을 취득하고 있냐 등의 구체적인 질문들이 나옵니다. 답을 다 할 수 없는 경우들도 많아서 이건 내가 알지 못하니 물어서 답하겠다고 해도 됩니다만 모든 질문을 다 그렇게 답할 수 없어요. 몇몇 해외 영업들은 엔지니어가 답하는 것을 통역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던데... 진짜 어이없는 겁니다. 통역은 모르는 내용은 못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라고 해도 주식에 대한 용어등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거시경제 기반의 주식 분석 뉴스를 들으면 얼만큼 알아듣겠습니까? 똑같습니다. 영어의 능력과는 상관없습니다. 본인이 나의 제품, 나의 기술과 관련 있는 부분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갖춰야 통역이든 답변이든 할 수 있거든요. 실제 엔지니어가 답을 했는데 통역을 담당한 영업실무자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통역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를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수백 번은 본 듯합니다. 국내 대기업 - 협력사인 저희 - 해외 대기업 - 해외 협력사 이런 4자 미팅을 했는데 국내 대기업이 답변을 해야 하는 자리였습니다. 외국에서 대학을 나오신 그 해외 영업분은... 통역을 거의 못했습니다. 비즈 주선이 저희 쪽과 무관하지 않아서 저희 제품도 아닌데 양사에 양해를 구하고 제가 통역한 적도 있어요... (전 영어를 잘 못합니다... )


본인이 설명할 회사의 기술에 대해 얕고(깊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질문은 연구소가 답해야지요) 넓은 지식을 습득해야 합니다. 그게 시작입니다. 얕고 넓은 지식은 사석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내가 왜 이걸 공부했는지, 왜 내가 여기까지 아는지를 설명하면 좋은 술안주 거리도 되고 그들이 여러분의 속한 회사를 넘어 여러분 그 자체를 능력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게 될 겁니다. 단편적인 지식의 습득으로 스펙이나 외워서 들어가면 그 미팅은 거기서 끝인 거예요. 대기업이라면 이후에도 끈이 이어질 수 있겠지만 세상에는 중소기업이 너무 많아요.. 거기서 거기인 회사를 머 하러 만나요?


저희 회사의 경험 있는 매니저들도 "우리는 달라요. 그 업체들이 필요하다고 연락한 거잖아요"라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저도 그 매니저들 중에 하나였던 시절도 있죠. 저희 회사 제품의 스펙이 그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서, 혹은 특정 부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걸 혹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안고 미팅을 요청한 것일 수 있죠. 하지만 담당이 영 시원찮으면 "제품은 괜찮은데 저 업체랑 일하면 힘들 수도 있겠어. 담당이 잘 몰라..."라는 이유로 비즈가 깨지는 경우도 많거든요.


요새는 인공지능이 있지 않나요? 인공지능에게 모르는 것을 상세히 소위 구겨 넣으면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이 상상을 초월하더라고요. 공부를 쉽게 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봅니다.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다만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인공지능을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영업은 대리던 과장이던 출장을 자주 다닐 수 없으니, 그리고 중소기업이라면 더 그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으니 매 미팅마다 그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별히 다니는 회사가 죽기 살기로 싫은 것이 아니라면 미팅 시 회사의 대표자로서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봐요. 어차피 영업은 회사의 제품과 나 자신을 판매하는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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