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판단

그놈의 선택과 집중

by 뽀야아빠

일을 하다 보면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가 있으니 선택은 항상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선택을 할 때에 가장 좋지 않은 부분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회사의 상황이 좋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내년 계획은 좀 더 소극적으로 혹은 몇몇 돈이 되지 않은 부분은 보류하거나 캔슬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을 해봅시다.


내년은 안정을 추구하고, 매출보단 이익을 최우선으로 놓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를 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자리에서 무조건 나오는 멘트가 선택과 집중입니다. 누가 만든 용어인지... 제가 비즈니스 환경에서 가장 싫어하는 관용어이기도 합니다. 선택과 집중이라.. 원래부터 회사의 모든 일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먼 일이 있을 때마다 제일 먼저 이야기되는 이 선택과 집중은 전가의 보도가 아닙니다.


여러 부운~ 이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해요...


'헐... 어쩌라고'라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여하튼 이제 어떻게 안정화를 할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죠. 돈이 안 되는 부분과 돈이 되는 부분을 먼저 정리하고 돈이 안되더라도 미래에 필요한지도 체크하고 미래에 필요하다는 것이 어떻게 증명될지 얼마만큼의 투자금과 시간이 필요한지도 체크해보고 해야겠지요. 돈을 벌고 있는 쪽은 내년에도 돈을 벌 수 있을지 준다면 어떻게 줄지 않게 해야 할지 등을 예측합니다. 안타깝지만 이런 예측 데이터들은 결국 의미가 없습니다.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런 데이터도 없이 어떻게 결정을 하겠습니까...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이런 데이터들을 다 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입니다. 데이터를 본다기보단 각 부서 담당 임원들의 기본 보고에 의존하죠. 각 담당 임원들은 Silo라는 말처럼 자기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하는 것이 다른 조직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정성스러운 단어들과 정중한 어조로 선행 기술이나 신사업 쪽은 돈 못 번다고 비난 아닌 비난을 합니다. 그래서 다시 선택과 집중이라는 상투어로 회귀하죠. 투자보단 안정이라고 했으니 무얼 줄여야만 한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순식간에 함몰됩니다. 저희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컨설팅을 조금 했었는데(대단하게 한 것은 아니고요) 저런 류의 미팅에 들어가면 대동소이하더라고요.


결국 데이터도 제대로 보지 않고 비난과 힐난이 난무하다가 회의 시간이 길게 늘어지니 일단 줄이자로 갑니다. 그리고 무엇을 줄일 지에 대해 이제 선택을 하자가 됩니다. 무얼 잘라내야 한다로 가는 겁니다. 아... 답답하더라고요. 안 잘라내도 될 때가 참 많거든요. 조직이 최적화되어 있나, 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는 건가, 낭비가 있는 부분이 있나 등을 체크한 후에 최악의 경우로 잘라낸다도 가능하거든요. 제대로 된 고민도 없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어에 함몰되어 어떻게 최적화를 할 지에 대한 특정 목표치도 없이 말만 하다가 잘라내는 쪽으로 정리가 되는 것이 태반이었습니다.


결국 성급하게 판단이 되고(머 이해당사자들, 혹은 임원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죠) 목표가 순식간에 도출이 됩니다. 이후부터는 이 목표가 맞다는 것을 전제하게 되죠. 결정을 하기 전 심사숙고의 시간보단 결정 이후에 이 결정이 맞다는 증명을 하는데 시간을 쓰는 경우가 많은 듯해요. 그러니 그 증명들이 쌓여서 잘못된 판단임이 자명해지는 순간에도 그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믿어 의심치 않아 방향전환이 안 되는 겁니다.


다소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보고 임원회의를 하든 결정권자 미팅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무작정 힘들어졌으니 비용을 줄이자. 비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얼 제거하는 거니 제거해서 여유를 가져가자(도대체 무슨 여유일까요?)라는 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가는 편도행 티켓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아직 대리시절의 영업 회의 때의 일인데 먼 말 만하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하던 매니저급 인원이 있었습니다. 그 좋아하는 선택과 집중을 인생에 적용했을 텐데 지금 멀하는지 궁금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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