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업체 실예
실제 어떻게 미팅 준비를 했고 진행되는지에 대해 제가 기존에 적어놓았던 회의록을 이야기처럼 재구성해서 예제로 들어볼까 합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보다는 이렇게 흘러가는 경우가 10에 7은 되고 이런 이야기가 오가야지만 비즈니스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나름의 확신을 하고 있습니다. 그저 회사소개하고 제품소개로 미팅이 흘러간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대기업의 경우와 중소기업의 경우를 좀 나눠서 적어보겠습니다. 대기업은 잘 알려진 기업이라도 그 특정 분야의 비즈니스가 다를 수 있으니 기업소개는 진행합니다. 헌데 여기서 원래 우리 S사는요... 블라블라 다 아는 내용은 스킵하거나 줄이는 것이 좋은데 PPT에 있다고 무조건 다 읽는 수준으로 발표하는 것은 좋지 않죠. 조금 말이 샜습니다. 기본적인 순서가 미팅 참석자 소개 - 회사 소개 - 제품이 있다면 제품소개(로드맵)로 흘러가고 제품이 아니라 협업 관련이라면 미팅을 제시한 쪽에서 어떤 류의 협업인지를 설명하는 겁니다.
중소기업은 좀 더 콤팩트하게 하게 됩니다. 주로 중소기업이 미팅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고 상대 기업이 더 덩치가 큰 경우라서 참석인원 소개 이후에 상대 쪽은 회사소개를 생략하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갑니다. 협업은 중소기업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요청한다고 미팅이 성사되는 것이 아니라서 거의 상대 대기업 쪽이 요청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중소 - 중소라면 사전 조율 해서 미팅 자체는 콤팩트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요.
오늘은 제품 미팅의 실예를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비즈니스미팅을 하자고 했던 오래된 고객사이자 파트너사입니다. 거의 10년을 함께 일했는데 양산 경험은 몇 건이 안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선 소규모 양산이라도 대기업 건으로 진행된 것은 소중한 시장 Record(평판)이 되기도 하고 언젠가는 큰 건을 수주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어서 고객사지만 파트너십처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어차피 너희들의 기술은 잘 아니 비즈니스 관련으로만 미팅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또한 시기나 시장마다 차이가 있으나 주로 9월 10월 경에 신규 프로젝트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 시기적으로도 좋았고 비록 독일 기업이라 독일까지 가야 하지만 바로 수락하고 미팅 준비를 했습니다. 신규 프로젝트는 전방 고해상도 카메라 건이라고 하더군요. 기본 스펙에 만족하는 제품 준비도 하고 로드맵도 좀 정비해서 저희 팀들이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기본 스펙이 이미 공유가 되었기 때문에 필요한 기술적인 내용들은 연구소에서 검토했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카메라 담당 연구소 인원도 데려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미팅이 진행되었습니다. 회사 소개는 스킵하고(그래도 새로운 인원이 들어오면 회사 소개를 간단히 다시 하기도 하는데 그날은 스킵..)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하더라고요. 일단 저희 회사가 고객사에서 제시한 스펙에 맞춰 제품을 선정했고 그 제품에 대한 소개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저희 제품을 가지고 카메라를 만들 엔지니어들도 들어왔지만(독일 자동차 기업의 경우는 테크니컬 구매라고 해서 구매도 초기 미팅부터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매와 특히 이 카메라의 영상을 받아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한 분석 부분 제어장치를 만드시는 분들도 들어왔더라고요. 이미 명함을 교환할 때부터 아... 이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카메라는 저희가 오랫동안 해온 일이라 저희 영업마케팅 매니저들, 그리고 엔지니어까지 있어서 어떤 대응이라도 가능했지만 인공지능 쪽은 좀 애매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카메라 관련은 일사천리로 진행돼서 미팅 전체로 봤을 때 20분도 안 걸렸습니다. 준비도 잘해왔고요. 이제 인공지능 쪽의 엔지니어 분의 질문이 시작되었습니다. 명함을 받고 초반에 엄살을 좀 떨어두었거든요. 저희 쪽 인공지능 담당 엔지니어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대응에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부족할 수 있다고... 어떤 질문들이 오갔을까요? 요새 인공지능 쪽에서 사용하고 있는 알고리즘의 논의, 카메라 관련 기술을 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센싱(무언가를 찾아내는 카메라) 카메라 쪽의 기술 트렌드에 대한 집요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기술이지만 기술이라고 보기 어려운... 마켓 관련이죠.
이전 꼭지들에서도 이야기했었지만 반도체는 하나의 반도체로는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주변 다른 반도체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었습니다. 주변 반도체, 제품 자체(카메라와 같은)의 트렌드, 기술의 방향성 등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자동차 시장에 카메라가 본격적으로 쓰인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인공지능까지 결부시켜서 소비자 가치를 만들어야 하니 숙고(느림)에 기반한 안전을 우선하는 이 시장에서 일하는 플레이어들은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ㅠ_ㅠ 여하튼 특정 알고리즘의 문제점, 이 문제점은 카메라의 어떤 요소에서 기인하는데 이것에 대한 대책을 고민한 적이 있느냐 혹은 요새 트렌드인 신규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카메라 영상을 "이렇게" 처리하는데 너희의 입장은 무엇이냐? 고민을 했다면 어떤 방식으로 다음 로드맵에 반영되었냐 등을 묻습니다.
심지어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그 엔지니어분이 저희가 맘에 들었는지 따라와서 본인의 고충을 설명하더군요. 같은 시장에서 일하는 동료로서 이러저러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을 계속 물어봐서 좀 난감하기는 했습니다만 답변을 충실하게 했으니 좋은 결과의 사이드 이팩트라고 생각을 했네요. 그 미팅은 안타깝지만 저희가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단가 이슈가 있었죠. 저희가 중국 제품에 비해서는 비싸고 성능도 그저 그랬거든요. 헌데 이런 대답을 받았다고 해도 포기하면 안 됩니다. 나름의 시장 조사를 통해 저 중국업체의 가격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고 성능 역시 스펙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었거든요. 머 이런 정보가 없더라도 일단 최종적으로 프로젝트의 모든 요소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계속 Follow-up을 하는 것이 기본이기도 하죠. 또한 시장이 실제를 받아들이는 것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소문이나 초기의 의욕이 높은 시장 초창기 플레이어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실제 경험(Track record)이 필요하니 무조건 던지고 보자가 많아서 어떤 광풍이 지나간 후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합니다.
해외 비즈니스는 기회를 잡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많이 가기가 힘들거든요. B2B인데 얼굴 맞대고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그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중소기업은 더더욱) 정말 이것저것 준비를 잘해야 합니다. 우리 제품, 경쟁사 제품, 파트너 제품, 시장 트렌드, 시장 소문들을 조합해서 알고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한 번 정도 기회를 잡을까 말까입니다. 그냥 가서 미팅하고 이후부터는 그 고객님이 시키는 대로 팔럽 해야지! 머 이런 맘으로는 택도 없다고 이야기드릴 수 있겠네요.
결국 그 중국 업체는 채택되었으나 초기 개발에서 여러 문제로 아웃되었고 저희가 현재 기준으로는 재입찰(?)까지는 아니나 제품을 실제 검토해주시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지만 중국 업체 것을 선고려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어도 의연하게(?) 그럴 수 있다 혹시 문제가 있다면 그래도 우리 함 생각해 줘, 근처에 가면 얼굴 함 보자라고 잘 대응해 주신 우리 팀에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