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은 않은 이야기 4

시스템의 개선과 개인의 삶

by 뽀야아빠


어떤 일에 있어서 제도 혹은 시스템 그 자체를 바꾸려고 한 적이 있을까요? 전 설명이 어려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해하고 있는 사회는 불합리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세상이 불합리하며 특정 계층에 속박되어 있다고 생각을 해왔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만들어진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선 전 보수보단 진보의 성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보수와 진보라는 의미가 정치적인 이슈만으로 치부되는... 아니 정치색깔이라는 "이슈의 이슈"만으로 치부되는 듯해서 맘이 아픕니다만... 원래 의미의 보수와 진보를 어어엄청 단순화해서 정리했다고 보시면 될까요? 즉 현 상황에 만족하는가... 보수, 현 상황에 불만족하는가...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전 사회에 대한 시각은 더 나아져야 한다고 보고 그런 쪽에 힘을 실을 수 있는 활동들을 하기는 합니다. 기부라던지, 작은 도움이나마 드릴 수 있는 간단한 재능 기부 혹은 봉사라던지... 헌데 나의 삶에 대한 방식은 조금 다릅니다. 대부분 그럴 것이라 봅니다만 "나의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합니다. 허나 제가 몸담고 있는 단체, 회사를 바꾸는 것에 있어서는 신중합니다. 제 비즈니스 철학의 근간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회사 내에선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변화들은 만들어 왔습니다. 힘들어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주면서, 제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위치가 되면 실제로 조금이나마 개선을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도 있더라고요. 그럴 땐 그걸 하기 위해 나를 소진시키기보다는 다른 선택지를 찾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그리 행동해 왔습니다. 물론 이것이 가능한 것은 제가 그럴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고,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압니다.


삶에 대한 방향성은 주어진 환경에서의 최선을 다하자가 아마 맞을 겁니다. (제가 일하는 필드에선 그걸 최적화라고 하죠...ㅎㅎ) 단지 그 최선이 나를 평가하는 사람이 봤을 때 의미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어필을 하곤 했습니다. 또한 나를 제대로 평가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사회생활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그런 사람을 찾고 그런 사람을 주위에 늘리는 것이 어쩌면 제 사회생활 네트워크의 방향성이 아니었나라고 생각합니다.


단적인 예로 전 버니샌더스라는 미국 정치인 같은 접근을 선택하지 못합니다. 그의 이론과 이상은 동의하나 선택한 방법들이 제게는 너무 급진적으로 느껴지거든요. 급진적 변화는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향이 올바르다고 해도 빠르게 나아가는 것만으로도 방치되고 고려되지 못하는 일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로보택시/버스를 급격히 도입하면, 현재 택시/버스기사들이나 업계에서 일하는 수만 ~ 수십만 명의 일자리가 단기간에 사라집니다. 이들의 재취업, 재교육은 누가 책임질까요? 이런 디테일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변화는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든다고 봅니다.


물론 역사를 보면 급진적 변화가 때로는 필요했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급진적 변화가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그 혼란이 권위주의적 해법에 대한 유혹을 낳은 사례들도 많았습니다. 모든 급진적 변화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위험성은 제대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그런 불확실성을 감당할 여유가 없습니다. 저에겐 가족에 대한 책임이 있고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하니까요.

샌더스 같은 정치인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문제를 테이블 위로 올리고, 사회 내에서 대화의 창을 넓히는 기능은 분명 중요합니다. 다만 저는 제 역할을 이렇게 나눠두었을 뿐이죠.


그래서일까요? 이상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되 속도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며 살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현실 생활을 지속하면서 그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인생의 또 다른 방향성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나하나만 책임질 수는 없더라고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책임은 확장되니 고려해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고요.


저는 제가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개선을 추구합니다. 작은 조직이지만 회사 내에서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변화들을 만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는 제 능력과 가지고 있는 자원(?)을 넘어섭니다. 그래서 그 영역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여합니다. 누군가는 사회제도 개혁에 생을 바치지만요.


결국 시스템을 바꾸고자 한다면 시스템을 바꿀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힘을 가졌을 때 확실히 바꾸고 싶은 무언가가 뚜렷하지 못하고 왜 해야 하는지 동인도 약해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면 의미가 없을 테니 도달할 때까지 계속 준비를 잘해두어야 할 듯합니다. 그 준비가 제 작은 실천들이고, 제가 가진 능력 범위 내에서의 개선이며, 동시에 더 큰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고 믿고 있네요.


다소 개혁적이고 래디컬(?)한 분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니 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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