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쪽에 있습니다. 한 회사의 반도체로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완제품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RDK라고 부르는 데모 보드를 만드는데 완제품과 거의 같은 기능이 구현되도록 만들어진 보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소 복잡한 듯 하지만 저희 회사의 반도체는 카메라에 사용되는 제품입니다. 즉 저희가 RDK를 만들면 카메라의 형태라는 거죠.
카메라는 크게(아주 간단히) Image sensor, Signal Processor, Transmitter로 구성됩니다. 저 하나하나가 반도체인 겁니다. 물론 어떤 영상을 어떻게 취급하느냐에 따라 메모리가 붙게 되고 전원 공급을 위한 전원 공급 반도체가 추가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여하튼 여러 반도체들이 연결되어야 카메라라는 제품이 만들어진다고 보시면 되지요.
그러니 우리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서라도 카메라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반도체 회사들과 연계해야만 고객에게 영상이라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헉헉... 길게 설명했지만 반도체 영업을 할 때 첫 발은 바로 파트너십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반도체가 아니더라도 시너지를 기대하면서 공동 마케팅을 하는 사례는 너무도 많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은 산업의 경계가 무너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무너진 경계에서 이득을 얻는 가장 기초이자 확실한 방법이 바로 파트너십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다시 예전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파트너십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윈윈이라고들 쉽게 이야기합니다. 그도 이득을 보고 나도 이득을 보고... 한데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비즈니스 관련 서적들을 보다 보면 성공한 사람의 입장에서만 이야기가 서술되기 때문에 대부분 어떻게 그런 거래가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모호한 측면도 있고 머가 윈윈이지? 하는 생각도 들고... 보편화할 만한 조건들이나 심지어 마음가짐조차도 불분명하다고 느꼈습니다.
전 파트너십의 핵심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 그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뚜렷하고 명확하다면 내가 줄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도 처음부터 명확하게 설정하고 회의 석상에 들어가야 합니다.
제가 파트너십을 포함하여 고객과 미팅을 갈 때 가장 가장 싫어하는 마음가짐이자 멘트가, "머라고 하는지 일단 들어보자"입니다. 좀 세게 표현하면 10에 9는 초기 미팅에 이런 식입니다. 저와 함께 일하고 저보다 늦게 들어온 후임들에게도 이러지 말라고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과장급이 되면 저렇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흠... 준비 안 한 사람들의 변명 정도가 아닐까요? 물론 뜬금없이 보자고 할 때도 있습니다. 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몰라서 일단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중소기업에서는 극히 드물지 않을까 합니다. 주로 제가 제안하는 쪽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뜬금없는 경우 역시 그들의 사업영역이나 최근의 행보 등을 체크해보면 대략 짐작이 가는 바 1-2개는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얻고자 하나? 무엇을 줄 수 있나를 상정하고 파트너십 미팅에 들어가야 합니다. 줄 수 있는 카드를 3-4개 준비하고 Bottom line을 설정하세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줄 수 있는 카드가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가지고 와야 하나입니다. 그 레벨도 설정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최선, 보통, 그래도 하면 나은 정도의 3단 계면 충분합니다. 저도 매번 이렇게 준비하고 들어가지는 않습니다만 10년 넘게 이 일을 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몇 개는 반드시 준비해서 들어갑니다.
상정 범위 외에서 안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답하기 곤란하다면 그건 상급자가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하고 미팅을 마무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2차 미팅은 이제 정보가 충분하니 누가누가 더 많이 가져오나의 싸움이거든요.
파트너십 미팅이 망쳐지는 경우와 상급자 레벨에서 합의해서 진행되는 Co-개발, 프로모션이 망가지는 것은 별개입니다만 내부를 보면 유사할 수도 있습니다. 저렴하게 표현하면 서로서로 지들 이야기만 해서 깨지는 거거든요..
초기 미팅에서는 안 주고 많이 가져오려고 해서 망가지는 경우가 많고 진행되다가 안 되는 경우는 이제 합의했으니 우리는 최소한으로 일하고 상대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일하게 만들려고 하다가 망치는 경우입니다. 후자의 경우는 갑을이 이제 좀 더 명확하게 설정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실무선에서의 작은 이기심(?)이 걸러지지 못하고 양사에 전달되고 보고되는 내용들이 담당자들의 왜곡된 시각으로 각색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매니저로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파트너십임에도 우리가 갑이에요라고 묻는 담당자들이 많았다는 것, 전부 상대 책임이라고 컴플레인했던 것들, 혹은 왜 우리가 더 많이 일해요라고 물어보는 동료들이 항상 발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러저러해서 이렇게 진행한다. 우리 회사에 이런 이득이 된다니까라고 설명하고 시작하지만 저의 설명이 부족해서 혹은 리소스가 부족해서 안 되는 경우들이 동인을 상실케 하기도 하지요.
중소업체들의 경영진과 만나면 파트너십이 작은 회사에서 가당키나 하냐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습니다. 그냥 우리가 하는 것이 편해라는 추가 멘트도 딸려오지요.
우리가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한계를 돌파하려면 쉬운 길을 고집해서는 안된다라는 말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1조를 할 거야라는 높은 이상도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다 가지고 있습니다.
비즈 환경에서 저는 파트너십이 가장 쉬운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 일의 성공에 우리의 지분이 꽤 들어있으니까요. 파트너십의 성공 = 금전적 이익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파트너십 성공의 이력, 프로모션으로는 0은 존재하지 않으니 비물질적인, 마케팅적인 이득은 반드시 된다고 생각합니다.
욕심을 줄이자... 이런 이야기하는 거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바만 가져오고 줄 수 있는 거는 주자입니다.
흠...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파트너십은 항상 공짜는 아닙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이 그들의 비즈모델이라면 페이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누구는 공짜로 진행하는 파트너십이지만 누구는 유료 모델을 가져가기도 하거든요. 우리가 이런저런 이득을 제공하는데 무료로 해줘라고 이야기는 할 수 있습니다만 난 공짜만 해는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회사와의 코웍의 경우 아시아권에서는 공동 프로모션이라고 엮어두면 제약은 있습니다만 무상인 경우가 있죠. 한데 유럽권에서는 공동 프로모션이라도 소프트웨어 회사의 비즈모델이 인력 투입임으로 무상인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무상이야 in Asia겠죠.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코웍하고자 한 이유와 목적은 무상이어야만 했던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