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출시되지 않은 제품을 구입할 때 겪는 자자란 경험들은 덤
오늘은 업무와는 특별히 관련은 없지만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며 겪은 경험을 적어본다. 제품 하나를 구매하면서 굉장히 오랜만에 깊이 제품에 몰입하게됐고 비록 전문가처럼 세세한 리뷰를 작성할 수는 없겠지만 일반적인 고객으로서 구매하고 사용하며 느낀 것들을 쭉 적어본다.
먼저 구매 동기. 3년 넘게 사용하던 핸드폰의 보안패치가 끝나고 슬슬 다른 폰으로 눈이 가던 시점에 픽셀3의 대폭 할인 소식을 들었다. 다소 황당하지만 이 소식을 듣고 내가 구매에 고려한 시간은 0에 가깝다. 이유는 내가 구글의 이전 모바일 제품의 라인업인 넥서스 제품을 3년 넘게 써봤었기 때문인데 덕분에 나는 내가 어떤 제품을 추구하고 무엇을 사야할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물론 구글이 픽셀 제품을 출시하였고 어떤 제품인지에 대해서도 가볍게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전까지 구매할 생각은 없었다).
구글의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국내의 삼성이나 엘지처럼 여러 서비스(대표적으로 AS인데 넥서스보다 더욱 픽셀의 AS가 더 어려워보인다)를 기대할 수 없고, 다른 최신폰에 비해 겉모습의 화려함이나 최첨단 기술이 탑재된 것은 아니었지만 구글스러운 디자인과 부드러운 소프트웨어 경험 그리고 매달 업데이트되는 신속한 보안패치 등이 구글 제품에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이다.
특성이 뚜렷한 제품을 이용해봤다면 이 제품이 나와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텐데 이전에 사용했던 넥서스 제품 덕분에 구글의 모바일 제품이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가까운 요소를 띄고 있다고 느꼈던 것이다.
다만, 문제는 픽셀은 넥서스와 달리 정식 발매하지 않은 제품이라는 점이다. 처음으로 배송대해 서비스를 통해 결제를 하고 주문을 기다렸고 이 단계부터 고생하게 되는데, 배송대해 서비스 세 곳에 가입했다가 조악한 웹사이트의 기능에 질려서 (주문 후 수정이 안된다던가, 주문 취소가 안된다던가....) 제법 시간이 소요됐고 배송대행 주소로 제품을 주문하다보니 구글의 구매 정책에 맞지 않아 주문이 자동 취소되기도 했다.
또, 주문이 정상 진행될 때 통관 절차를 거치는데 보통 고가의 제품에 관세가 붙는데 비해 모바일은 10%의 부과세가 발생하였고 이걸 기존에 사용하던 은행앱을 통해 납부하는 경험도 해볼 수 있었다. 이전에는 이런 과정이 있는지 사실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했다. 위 경험들은 모두 웹서핑을 하며 스스로 하나하나 찾아서 인지하고 행동해야 했다.
그렇게 주문한지 8일째 되는 날에 주문한 제품을 만져볼 수 있었다.
배송대행을 제외해서 생각해보면 구매까지 단계라고 느낄만한 과정은 사실 거의 없었다. 제품 판매 페이지에서 제품의 색상과 용량, 케어 프로그램 가입/미가입 여부를 확인했고, 결제카드는 이미 구글 계정에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로 작성없이 배송대행지 주소를 적고 확인 버튼을 누른게 다다.
이와달리 얼마전 삼성 갤럭시 S10 제품을 구매했을 때는 커머스에서 통신사에 맞는 제품을 찾아 구매해야 했고, 삼성 공식 페이지에서는 정작 제품을 팔지 않았다. 더불어 갤럭시 제품을 사는데 일부 고객들이 고민하던 부분이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 사은품으로 주는 무선이어폰의 가치 때문에 s10과 s10e 제품을 고르게하는 삼성의 의도는 내 기준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용 경험이다.
하나 딴 얘기를 하자면 상품이 배송오기까지 혼자 제품의 리뷰들을 찾아봤던 것인데, 이전에 넥서스를 구매할 때와 달리 지금은 먼저 서비스를 이용해보고 느낀 점들을 유튜브로 촬영해서 제품의 모습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전문 리뷰어들이 제품의 특징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컨텐츠들이 다채로워졌다는 점이다. 이 리뷰가 단순히 제품을 잘 아는 사람이 리뷰한다기보단 유저의 관점에서 제품을 사용할 때 어떤 경험을 기대할 수 있을지 상상하게 만드는 소위 컨텐츠로써 소비하는 경험까지 제공했다. 이건 리뷰어들 덕분에 경험한 부분도 있지만 다르게보면 구글이 만들고 있는 영상 컨텐츠의 생태계가 나처럼 라이트한 인터넷 세대에게도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새삼스러웠다.
제품의 모습을 보면 겉모습도 그렇고 실제 UI가 주는 느낌도 매우 간결하다. 이 제품이 유저에게 주는 가장 좋은 경험은 불필요한 경험을 배제한 간결함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만섞인 몇가지 이슈를 나열해보자면.. 일단 안드로이드 9로 올라오면서 추가된 현재의 제스처 UI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버튼보다 제스처로 화면을 전환하거나 움직이는 행위는 충분히 좋지만, 그 행위들의 규칙이 일관성이 없다고 느껴지며 전체 화면을 올리는 동작은 픽셀이 크지 않은 기기임에도 내 한손가락으로는 자연스럽지 않다. 이외에도 자자란 버그가 제법 눈에 띄며 일부는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이 됐지만 일부는 여전히 해결이 돼지 않은 상태다(예를 들어 잠금해제시 번쩍거림이 발생하는데 이건 내가 따로 설치한 스크린오프 앱으로 화면을 종료시킴으로써 발생하는 이슈가 아닐까 싶긴한데..). 또 셋팅을 하면서 여러가지 기능을 설정하는데 한국어임에도 읽어도 이해하기 기능이 있었다(개인적으로 진동 설정).
그럼에도, 위 경험들은 넥서스도 그랬고 픽셀도 어느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이슈들이었다. 문제는 픽셀이 정식 발매되지 않음으로써 VOLTE가 자동 제공되지 않는 것인데, 이건 넥서스때도 그다지 통화품질이 좋지 않아 예상했음에도 꽤나 거슬려서 버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 주말까지 기다린다음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핸드폰의 소프트웨어를 건드리는 작업을 통해서 개선을 시도해봤는데, 아마도 국내에 발매되는 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전혀 해볼 일이 없을 작업이었고, 내가 IT 업종에서 근무하는 것과 무관하게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언락하는 과정에서 제품에 이상이 생기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전혀 상상이 안되었다.... 실제 VOLTE 결과는 내일 통신사를 통해서 마무리 작업을 해야 완료되기 때문에 내일까지 한번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
이 제품이 비싼 출고가로 좋은 평을 못받기도 하는데, 실제로 사용해보고 다시 한번 느낀거지만 이 제품이 가격이 싸다 비싸다를 논하기 어려운게 구글이 자랑하는 UI나 AI로 제공되는 높은 품질의 사진 등은 보통 우리가 가격에 포함시키지 않는 현실에서 잘 눈에 띄지 않는 경험들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격을 판단하는데 외형적인 요소나 판매사가 강조하는 첨단 기술들에 비중을 크게 두는 경향이 있는데, 픽셀은 그러한 가치를 외형적으로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제품의 구매를 고려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인정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경험을 추구한다면 이 제품을 잘 이해하고 구매하는거라 생각한다.
이런 경험에 즐거움을 느끼는 유저로서 더 많은 제품/서비스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즐거운 경험을 돈을 주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픽셀3로 찍어본 사진 몇 장을 올려본다. 아래 사진에는 특별한 설정을 건드리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