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프로덕트 매니저는 3개월간 어떤 일을 했나
일. 12월 말 출국하여 1월 10일까지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2022에 열흘간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은 CES에 전시된 모빌리티 제품들의 동향 탐색이었지만 전시 제품만 보고 듣는 것 이외에도 라스베가스에서 자율주행 택시, 베가스 루프같은 최신 모빌리티 제품들을 직접 보고 배워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출장에 동행한 동료들로부터 현재 쏘카의 기술 수준과 전시된 제품의 수준을 듣고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배우고 느낀 것. 사무실에서 앉아 일하는 것과 다른 일을 해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 평소 협업이 적었던 디바이스, 하드웨어, 데이터 전문가들과 출장을 함께하며 교류한 경험
- 자율주행 및 하드웨어 관련한 기술 지식
- 출장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프로젝트 리딩 경험(출장 계획, 역할 분담, 업무 보고 계획, 자료 정리)
- 오미크론 창궐하던 22년 1월에 미국 출장을 무사히 다녀옴으로써 얻은 자신감, 은근히 컸다..
일. 쏘카의 신사업 중 하나인 쏘카 플랜의 일부 업무를 맡게 되어 고객의 오프라인 경험을 개선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지금까지 오프라인 이용 경험 중 고객 관점에서는 불안감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었다.
별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잠시 일정에 변동사항이 생겼다. PM에게 프로젝트의 일정 관리는 큰 부담인 이슈지만 흔히 경험하던 일은 아니었기에 또 생각해볼 거리들이 있었다고 회고해본다.
배우고 느낀 것. 맡은 프로젝트가 중단됨으로써 PM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 기존 프로젝트의 목표 일정을 달성하기 위해 먼저 진행할 수 있는 범위들 파악하기 (예시. 지표 및 데이터 분석 업무, 테스트 가능 범위 선 진행하기, 보안성 검토하기 등)
- 변동사항을 포함한 일정 재산정 및 체크리스트 작성하기
- 프로젝트 진행 상태, 최종 목표 일정의 변동 여부 등
일. 쏘카의 조직이 커짐에 따라서 작년 말부터 내부에서는 일하는 법을 크게 개선하고 있다. 제품 조직으로 팀을 옮긴 이후에도 조직 문화가 바뀐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유사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듯 하다.
주요하게 내가 겪는 부분은 PM이 제품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 대해 이전보다 더 깊이 협의하게 된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에서 말하는 애자일 방식을 일부 느끼게 되었다. 또, 제품 개발 시에도 일정한 주기에 따라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회고하는 스프린트 업무 방식을 경험하고 있다.
배우고 느낀 것. 일하는 방법이 바뀔 때는 모두가 혼란스럽다. 그리고 상위자가 이를 주도할 때는 더더욱 그러할 수 있다. 실무자는 무엇을 위해 바뀌는 것인지 이해하고 실무단에서 지속 그 의도에 맞춰서 실무자간 규칙을 만들거나 제안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규칙은 어디까지나 더 일을 잘하기 위한 제안이므로 관습화된 규칙에 종속되어서는 안된다. 규칙에 종속되면 이후 이슈나 변화가 발생할 때 이를 해결해나가는 역량을 잃게 될 것.
일. 이전에 진행한 사업 파일럿을 종료하고 본격적인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이전에도 비슷한 관계로 BO(비즈니스 기획자)와 몇 번 일을 해봤는데,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좀 더 고객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BO 역시 이런 경험에 공감하였는지 사업팀 내부에서도 고객 관점에서 방향을 찾는 것을 시도하고 있어서 좋은 변화라고 느꼈다.
기획이 원래 정답이 없는 일이지만, 새로운 기획은 더욱 정해진 답이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어렵다. 설정한 고객 퍼소나가 정답이 아닐 수 있고, 데이터 역시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일방향으로 기획을 진행하기 보다는 여러 관점에서 가설과 제안을 평가해보는 방법론을 진행해보고, 이를 협업자들과 방향성을 찾아보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이전에는 진행하지 않던 워크샵을 몇 차례 진행해보기도 하고, 직접 현지 탐사를 하는 일도 해본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배우고 느낀 것. 사업 기획자 및 협업자들과 워크샵을 통해서 사고의 단계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의 중요성. 특히, 협업자중 고객이나 제품과 친하지 않은 이들이 친해지도록 하는 것 또한 PM의 역할이다.
- 그럼에도, 초기 기획에서 목표 산출이 명확하지 않기에 플래닝과 진척도 관리는 더욱 중요해보임
최근 링크드인이나 PR 서비스를 보고 있다보면 IT 종사자들이 계속해서 자신을 노출하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이번 달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얻은 것, 이직이나 퇴사를 결심한 배경, 새로운 테크 기술 스터디 경험, 외부 사람들과의 만남 등.. 사무실에서 맡은 일을 하는 것 말고도 지속해서 이를 정의하고 알리려 한다.
이런 경향은 개인주의적인 내 성향상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을 노출하는 것은 결국 산출물이나 역량을 평가하기 어려운 직종일 수록 더더욱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PM으로서 더욱 기록하고 이를 공유해야 내 자산으로 남는다는 생각이다.
다만, 빨리 평가를 받고 싶고 답을 찾으려 잦은 이직을 시도한다거나, 커리어가 충분히 인정받는 기간을 갖기 전에 직무를 변경한다거나, 단편적인 경험에 의존한다거나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나 역시 이제 쏘카에서 PM으로서는 갓 2년을 넘긴 신인인데 결국 특정 도메인이나 직무 역량을 쌓는데는 시간이 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만큼의 역량을 쌓기 전이라면 이 과정을 좀 더 인내하고 견뎌야 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해외 출장 후 보고, 중간 규모의 프로젝트 1개 진행, 사업 기획자와의 새로운 사업 기획, 개발 조직 내 실무자와의 일하는 방법 협의하는 과정들을 수행했다. 특히 개인적으로 작년과 다르게 시도한 여러 일들이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빠르게 산출물을 만들거나 목표한 기간 내에 제품을 출시하는 일들은 아니었고, 오히려 올해 사업 확장을 위한 첫 걸음을 뗀 프로젝트나 일시적인 중단과 같은 변수를 대처해야 했던 상황을 대응해야 하는 일을 했다. 또 쏘카가 앞으로의 10년 비전으로 삼고 있는 스트리밍 모빌리티나 전기차 분야에서 고민해야 하는 일들을 출장을 통해 미리 고민해볼 수 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2분기에는 현재 맡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것과 출시는 물론이고, 내년도에는 어떤 방향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이끌어야 할지 방향성을 잘 수립하는 것이 주요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