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폴 오스터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그의 소설을 처음 접한건 2005년 무렵이다. 고등학생 2학년, 그때 처음 접했고 이후 대학 생활과 군대에서, 그리고 30대가 되어서도 20년간 여전히 그가 내놓는 신간을 읽으며 나름 내 청춘을 함께 보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읽으면 내가 그 책을 읽었던 장소들과 그 시간이 떠오른다.
작가와는 나이 차이는 40년 가까이 나지만 어쨌거나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그가 신간을 내놓으면 그것은 과거에 어떤 때에 존재했던 작품이 아니라 지금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내게 또 한 번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선물같은 것이었다.
2013년 미국에 갔을 때, 가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이 딱히 떠오르지 않다가 달의 궁전에서 소개 된 문라이트라는 그림이 생각났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노인의 말만 듣고 따라서 브루클린에서 어느 미술관까지 지하철을 타고 찾아갔던 것 같다. 나는 인터넷 검색 끝에 그의 그림을 워싱턴 DC에 왠지 인디언들의 물건들과 미국의 건국 시절의 기념품들이 전시된 박물관에서 찾았는데 지금 찾아보니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이었던듯 하다.
그곳에 있다는 말만 듣고 더운 여름날, 한참을 걸어 박물관 2층 어딘가 벽면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기뻤던 기억이 있다. 특별히 그 미술 작품에 대해 애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폴 오스터란 인물이 내게 보낸 메시지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나보다.
작가는 암 투병 중에 [4321]이라는 제목의 장편 소설을 출간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기 전에 알고 읽었다면 여전히 이전의 작품들처럼 나는 그가 여전히 브루클린 어딘가에서 보내는 편지처럼 읽었을 것 같다.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 이 작품으로 이제 그는 과거의 인물이 될 것이고, 내게 전하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