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로드맵을 떠도는 '유령 과제' 걷어내기

2025년 여름, 프로덕트 매니저 회고

by 지지

최근 한달 반 동안, 팀장대리 역할을 맡아 제품 조직을 정비했다. 동시에 전사의 1순위 과제를 검토했고 나는 의사결정자에게 해당 과제를 중단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이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이 과정을 되돌아봤을때, 새삼 프로덕트 매니저 구성원 한 명으로서의 하나의 과제를 검토하고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체 회사 관점에서 과제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상황에 밎게 조직의 방향을 조율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했다.


잘못된 문제를 멈추는 것도, 올바른 문제를 선택하는 만큼 중요한 일이다.




전사 상위 과제 검토하기

프로덕트 매니저 혹은 기획자가 가장 많이 하는 일 중 하나로 '문제를 발굴하고, 그 문제의 중요성과 빈도를 정의하며, 해결 가치가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회사가 집중해야 할 가치있는 문제를 찾고 , 그 문제 해결의 추진력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문제 해결이 본인과 조직 모두에게 중요한 목표로 정렬되어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문제는 보통 추진력이 부족해 완수되지 않거나 목표 달성에 실패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면 다시 이 과제는 회사의 ‘유령 과제’로 수년간 반복적으로 로드맵에 등장하곤 한다. 실제로 검증을 소홀히 하는 많은 회사의 로드맵에는 이런 의미 모를 과제들이 쌓여 있을 것이다.



고되지만 유의미한 설득 과정

이번에 다룬 과제는 사내에서 2년 넘게 언급되었고, 모든 구성원이 당연히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제였다. 일단 과제는 맡았지만 발제자가 명확치 않다는 점에서 문제 정의가 부정확할 수 있다는 의심에서 출발했다(정확히는 발제자는 따로 있고, 과제를 파악하기 위해 소통한 이해관계자는 그 문제를 크게 중요시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근무하는 환경은 제품 데이터가 고객 및 서드파티 제품에 의해 오염되기 쉬운 구조라 원하는 데이터만을 추출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대신 운영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 이력을 데이터화해 근거로 삼았고, 직접 사용자 관점에서 제품과 운영 환경을 직접 따라가면서 구조적 문제를 시각 자료로 정리했다. 이를 통해 다음 몇 가지를 검증하여 설득 근거 자료로 활용했다.


기능 구현을 통해 실제 기대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기대 효과가 과대평가되어 있었으며, 실제 효과는 기존 산정의 약 25% 수준임

소요 공수 대비 효율성이 매우 떨어짐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할 자세가 있었음을 어필하기 위해 대략의 공수 검토도 진행함)


스크린샷 2025-08-10 오후 1.57.03.png 마치 2년전 회의록에서부터 이 과제가 언급된 걸 발견한, 내 표정같은 징징이랄까


이 근거를 바탕으로, 상위자를 설득하여 우선순위 과제는 중단하였고, 기대효과가 유사하게 미비하다고 판단되는 과제를 선별하여 제품 조직의 타임라인을 재정비했다.


[회고] 주요 성과

상위 의사결정자의 기존 판단을 뒤집도록 설득

구성원들과 함께 하반기 제품 조직의 방향성 재정비


[회고] 아쉬운 점

모든 상황을 수용하려 하지 말 것

집중해야 할 과제를 더 명확히 선별할 것


[회고] 잘한 점

존경하는 리더의 모습을 참고해 리더십을 발휘한 것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다양한 리더를 보아왔다. 조직을 정비하는 능력이 뛰어난 리더, 탁월한 성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리더 등. 이번에 내 역할을 고민하며,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한 그분의 모습을 떠올리고 이를 내 방식으로 적용해보았다. 나름대로 큰 도움이 됐다.


더불어 피로도가 높은 기간이었다. 되돌아보면 모든 상황을 대비할 필요도 없고, 내가 깊이 고민하는 것보다 다들 그만큼 관심은 없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회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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