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느끼는 내 고향 한국
"Crying in H Mart"(H마트에서 울다)는 코로나가 한창인 2021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1년이 넘도록 베스트셀러로 사랑 받은 어느 한국계 미국인의 자전적 에세이다. 작가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라는 미국 유명 밴드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미셸 자우너인데 이 작품을 통해서 음악가로서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도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작가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살며 어린 시절 정체성 혼란을 겪고 때로는 방황을 한다. 성격이 강인한 어머니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암투병과 죽음을 맞이하게 되며 어머니를 간호하고 추억하게 된다. 어머니와 가장 중요한 매개인 한국 음식을 통해 어머니와 계속 소통하고, 나아가 그 음식을 통해 스스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결국 본인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사실 이 에세이는 반칙이다. 이민자, 엄마, 죽음, 음식 등 살짝만 건드려도 사람 마음을 후벼 파는 소재들이 쉼 없이 버무려져 나오기 때문이다. 아울러 H마트 역시 미국에 사는 교민들에게는 모국을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고향 같은 곳으로 단순히 시장 이상의 역할을 하는 장소다. 에세이의 소재들이, 작가의 삶 면면이 곧 독자들에게, 바라보는 이들에게 울림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재가 강하다고 항상 좋은 글이 나오지는 않는다. 우리는 2023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을 가지고도 요르단에 완패하였다. 작가는 어쩌면 오히려 다루기 부담스러운 소재들을 가지고도 지극히 솔직함과 디테일, 성실한 감정 표현력 등을 보태어 결국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 성공하였다. 짐작컨대 작가는 글을 쓰며 그 누구보다 본인과 많은 소통을 하였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정체성 혼란 극복이나 엄마에 대한 사랑, 고향 음식의 소중함과 같은 주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보기에는 매 순간 디테일한 묘사들이 다소 장황하고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다. 그보다는 스스로를 내려놓고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솔직함 그리고 결국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슬픔, 좌절, 추억, 희망 등 글쓴이의 감정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글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조용히 작가의 감정선을 따라가보자.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미국 사는 한국인이라면 H마트는 피할 수 없는 곳이다. 쌀, 김치, 된장, 라면... 그리고 파, 마늘, 콩나물, 깻잎 등 다른 미국 마트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한국인 필수 식자재가 여기 다 모여있다. 자우너의 이 책 첫 문장을 공감할 수 있을 만큼 내가 그녀가 처했던 현실에 있지는 않을지라도 나 역시 H마트에 가면 가끔씩 가슴이 몽글몽글해진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맛이 없던 나물 반찬, 그토록 투정만 부렸던 장아찌 시골 반찬들이 떠오르며 한국에 있을 땐 못 느낀 그리움이 피어오른다. 내게도 타국 삶이 모르긴 몰라도 서러움이 묻어 있을 것이다. 다음번 H마트에 가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폴라포를 반드시 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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