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행기에서 울다

불이 꺼져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지 뭐야

by 지젤리

타닥 타닥.


전등이 꺼지고 창문이 닫혀 푸르스름한 새벽 같은 기내. 비행기 좌석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거나 목베개에 기대어 잠을 자는 사람들 사이에서, 현란하게 타자를 치는 내 모습. 예전에는 이정도의 사람들은 상무나 전무처럼 책임감을 어깨에 가득 짊어진 임원들일 거라고 추측해왔다. 하지만 여기 난 겨우 3년차 직장인에 불과하다. 그저 눈치문화와 6시 이후에 일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한데 뒤섞여 일을 하고 있을 뿐.


여느때처럼 좁은 좌석 테이블을 피고 어두컴컴한 기내에서 메신저를 확인하고 있었다. 머리에 퍼뜩 떠오르는 우선순위의 업무부터 해치우던 찰나, 갑자기 눈물이 났다. 맥락없이 흐른 눈물이었다. 대단히 힘든 업무를 하고 있는 것도, 누가 내게 뭐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흐르는 눈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나는 좌석에 놓여있던 작은 블랭킷으로 눈물을 자꾸 자꾸 훔쳐냈다. 그렇게 무려 15분간 혼자서 흑흑 울어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설움과 미어지는 마음을 어찌할바를 몰랐다. 그저 직장내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우울함과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란 무력감, 누군가에게 털어놓아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이 온데 섞여서 눈물이 수도꼭지마냥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얼마전 아빠는 내게 말했다. "지젤리야, 나는 사실 평생의 직장생활 동안 업무일지를 써왔다. 그게 내가 이 거친 직장생활을 살아남고 견뎌낸 방법이었어." 드라마 미생을 가장 감명깊게 보며 항상 저게 현실이라고 혼잣말하듯 내게 얘기해주던 아빠였다. 아무런 집안의 지원없이 혼자 3개국어를 독학하며 아득바득 올라갔던 아빠였다. 가족여행 때도 꼭 현지 제품을 보러 가는 걸 일정에 넣을 정도로 삶이 회사로 가득찼던 아빠인데도, 아빠는 자기가 운이 좋아서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나는 직장생활의 운이 정말 따라주지 않는 것 같은데, 나도 매일을 기록하면서 그 안에서 배울 점을 깨닫고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하면 아빠처럼 '그래도 제법 나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나는 궁금해졌고 간절해졌다. 이러다간 정체모를 화병이 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갔기 때문이다. 겨우 이 푼돈벌면서 정신과 비용까지 치를 순 없다. 스스로의 처방약으로 나는 업무일지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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