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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카리 May 16. 2022

드디어 찾아온 내 아이의 이름은

콜 호너

나에게도 그것이 찾아왔다.

누구든 살면서 한 번쯤은 겪을 수 있는, 어찌 보면 축복이라고 해야 할까, 나를 한 단계 성장토록 하는 그것.

그 존재 때문에, 나는 힘든 시간도 겪고 보람도 느낀다.


내 친구는 그 존재에게 이름 하나를 지어줬다.

Cole Horner,

한국어로 콜 호너.


그렇다, 나는 임신...!

은 아니지만 두 줄이다.


코로나, 양성.

일주일 동안 격리라니...!


나는 혼자 살고, 혼자 일하고, 혼자 밥 먹고, (대개) 혼자 여가를 보낸다.

내 옆에 오프라인으로 존재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일주일에 한 번 할까 말까 하는 일상.

나는 준법정신이 투철한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반강제적으로 철저히 준수한다.


그래서 나는 확신했다.

나는 코로나에 걸릴 일이 없다


걸리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일단 선택권이 내겐 없었다.


분명 그랬었다.

그렇게 믿었었다.



크흠... 큼큼... 으흠!

주말에 목이 살짝 부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느꼈다. 저번 주에도 목이 불편했을 때, '코로난가? 드디어 난가?'하고 자가진단키트를 두세 번이나 했지만 모두 음성, 그리고 반나절 후 멀쩡해졌다.

이번에도 '약간 피곤한가 봐~'하고 잠이나 더 자려고 했다. 쓰레기를 너무 열심히 주워서 몸살이 살짝 왔겠지.


아니 근데 이번엔 다른 것 같다.

벌써 2~3일째다.

게다가 오늘은 월요일, 잠에서 깼을 때 '오늘 일하기 조금 힘들겠는데? '하는 느낌이 왔다.

아무래도 오전만 일하고 오후에 반차를 써야겠다.

목 상태가 나아지긴커녕, 약간 더 악화했다. 어제도 했던 자가검사키트를 하나 더 뜯어본다.


음성, 여전하네.


마침 간만에 연락해 온 친한 친구 하나가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됐다고 한다.

별로 아프진 않고 목만 많이 불편하다는데, 내 증상을 듣더니, 목이 쉬다 못해 뒤집어진 목소리로 한마디 해준다.

"흐에... 목... 한 번... 흐어... 긁어봐..."


목소리가 영 듣기 힘들어서 자연스레 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더 듣기 싫어서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기다란 면봉으로 목을 찔러야 한단 말이지?

헛구역질하면 어쩌지... 하면서 최대한 목 가까이 면봉을 갖다 댄다. 영 기분이 별로다.

인터넷에 보니까 이걸 다시 코에도 넣어서 한번 휘저어야 한다고 한다.

아니 입에 넣었던 걸 다시 코에 넣어요?

후... 어쩌겠어... 반대로 하는 것보단 낫잖아...

숨 한 번 크게 참고 코로 집어넣는다.


이번에도 T라인이 보이지 않는다.

이걸 사진으로 찍어서 친구한테 보여주려는데, 뭔가 이상하다.

그림자가 희미하게 진 것 같다. 뭐랄까, 잔상처럼 얼룩처럼.

내 눈이 이상한 건가? 핸드폰 앱으로 사진의 밝기와 대비를 극단으로 조절해본다.

이야, 이거... 두 줄 같다?

희미하고 또 희미하다... 희미했지만 나는 생명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았다.


점심 먹고 회의를 끝낸 후, 잠깐 병원에 갔다오겠노라 얘기했다.

병원 가는 10분 거리에서, 나는 유채꽃이 핀 이 풍경을 충분히 즐겼다.

이젠 일주일 동안 다시 바깥에 나올 수 없을 테니까...

유난히 풍경이 예뻤다.

유난히 예쁜 유채꽃 풍경. 내가 볼 수 있는 이번 주의 마지막 유채꽃 풍경이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목에 넣었던 면봉을 코에 넣기 전에 얼마나 고민했는지 아실 리가 없었다.

망설임 없이 목을 휘휘 감았던 솜뭉치를 코 깊숙이, 다시는 꺼내지 않을 것 같이 넣었다.

아아, 그 끔찍함이 기침으로 승화한 것처럼, 나는 연신 콜록콜록 기침했다.


신속항원검사는 이름처럼 신속하게 결과가 나왔다.

의사 선생님은 T라인에 물기가 젖자마자 코로나 판정을 내리시고 나가셨다. 방울을 떨어뜨린 지 10초도 안 됐을 텐데. 나는 '혹시 불량이면 어쩌지?'하고 기다렸는데, C라인은 늦어서 미안하다는 듯 선명하게 물들었다.


두 줄이다.


신속항원검사. 아직 C라인이 물들지 않았지만, 의사선생님은 코로나라 확진하시고 나가셨다. 아까와 대비되는 선명한 T라인.


코로나 투병기

회사에 병가를 내고 나니 두통이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약을 먹으니 버틸 만했다.

만약 자가검사키트의 희미한 줄을 눈 비비고 자세히 관찰하지 않았다면, 이 고통을 휴가와 약 없이 견뎠어야 했는데... 어우, 끔찍하다.


격리 둘째 날, 목이 조금 나아진 느낌이다. 약을 먹어서 그런가? 하지만 두통은 계속 있어서 타이레놀을 먹기 위해 밥을 꾸역꾸역 먹었다.

격리 셋째 날, 목이 급속도로 안 좋아졌다. 어제 나아졌다고 느껴진 건 착각이 확실하다. 이제는 말할 때마다 목이 아프고, 가래가 좀 걸려서 기침한다.

넷째 날, 일어나니 숨쉬기가 조금 편했다. 코가 조금 뚫렸나? 하지만 목은 여전히 아프다. 가래 색은 좋지 않았고, 반면 두통은 조금 약해진 느낌이다. 보통 확진 판정 후 넷째 날이 가장 심하다던데. 병가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을까? 이 상태론 절대 일할 수 없다.

다섯째 날, 드디어 조금 나아진 게 느껴졌다. 하지만 멀쩡하진 않다. 비유하자면, 코로나 하루 확진자 수가 60만에서 40만으로 내려온 느낌이다. 여전히 심각한데 조금 낫다.

격리 마지막인 일곱째 날, 목 아픈 게 사라졌다. 하지만 가래는 아직 남았고 두통도 약 없이는 힘들 정도다. 내일 격리 해제인데, 이게 하루 만에 나을 수 있을까?


격리 해제 첫날, 두통은 아직 있지만, 진통제를 끊어봤다. 참을 만할 정도라는 뜻이다. 그나저나 가래는 왜 여전할까? 이게 후유증이라는 건가?

자가검사키트는 음성이 떴다.


두통과 가래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격리가 끝나고 일주일이 더 지나고도 며칠이 더 지난 후였다.

증상이 옅어져서, 후유증이 남았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없어지며 자연스레 잊혔다.


아, 드디어 해방이구나!

코로나에 걸리고 나니 마음이 놓인다.

다른 사람과 만나는 약속을 잡을 때도, '혹시 며칠 전에 확진돼서 일정이 취소되면 어쩌지', '내가 코로나에 걸려서 상대방이 격리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날아갔다.

이제 진짜 제대로 된 백신을 맞은 것 같다.


해방이야! 나가자!


나는 일주일을 뭐하면서 보냈을까?

격리 후 2~3일은 추천받은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다른 무언가에 몰입하지 않으면 고통을 참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게임에 몰입하려고 시도해봤지만, 게임을 하다가 스트레스가 쌓이는 경우가 발생하여 그만뒀다. 롤을 했기 때문에

밀린 브런치 글을 써볼까 했지만, 아픈 상태에서 글을 쓰려니 글도 아플 것 같았다. 내가 아픈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그만뒀다.

그다음엔 얼마 남지 않은 생일을 준비하며 보냈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생일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지금 되돌아보는 코로나는, 평범한 감기보다는 아팠지만, 독감보다는 덜했다. 독감에 걸렸을 때 나는 누워있는 것 빼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는데, 코로나는 그 정도까진 아니었기 때문에.

백신을 맞아서 이 정도니, 만약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니 끔찍하다. 독감 백신 열심히 맞아야겠다.



콜 호너,

2주 정도 함께했던 그 아이는 이제 세상을 떴다.

정이 많이 들지 않아서 다행이다.


안녕, 이제 다시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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