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담배를 피워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전도사의 이야기

by 광규김

"전도사님 죄송하지만 담배 한 대만 피워도 괜찮겠습니까?"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 한 청년의 청이었다. 전도사와 청년으로 만난 관계에서 그것도 비흡연자의 면전 앞에서 담배를 피워도 괜찮겠느냐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날 내겐 그 부탁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오히려 조금 다른 생각과 기분이 났다.


"맞담배를 피워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일평생 담배라고는 입에 대본적도 없는 거리의 담배 냄새를 그렇게나 싫어하던 나의 대답이었다. 담배 냄새는 싫어했지만 그날의 날씨가 사람은 싫지 않았다. 웬일인지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 순간에는 꼭 저 대답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우리는 서로 무엇이 그렇게 죄송했을까. 나는 그가 담배를 찾게 된 이유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사역자로서 그에게 더 미안한 게 많았다. 어쩌면 형제의 아픔과 고민을 내가 지나치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말쟁이]

그날의 나는 말쟁이였다. 사역자란 말로 먹고사는 일이면서 자신의 말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 그동안 쌓은 모든 것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그런 직종이라 할 수 있었다. 나는 여러 팀에 소속되어 활동을 이어나가며 매달마다 강사로서 강단에 올랐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못난 말쟁이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그를 정죄하리라 그리고 싫어할지도 모른다 생각했을까. 그렇다면 나는 그동안 나의 모습을 너무나 잘못 알려주고 있었던 것과 같았다. 나는 담배냄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가 내 앞에서 연초를 꺼낼 만큼 나를 믿고 있어 준다는 그 사실이 좋았다.


[그 뒤로 한참]

그 뒤로 한참 우리는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여러 사역을 함께 했다. 얼마 전부터는 내가 새로 만든 팀에 들어와 이제 함께 일하게 될 사이가 되었다. 그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는 참 서로 모르는 게 많았다는 생각을 했다. 양쪽이 신비주의 기질이 있는 만큼 서로 가지고 있는 비밀과 말하지 못하는 쑥스러운 생각들이 참 많이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점점 더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쉽게 마음을 말할 수 있게 된 만큼 나는 마음이 갖는 무게가 너무나도 크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그것을 상처 입히지 않고 서로 오해를 만들지 않도록 이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관심과 정성을 들이더라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사람 간의 사이이기 때문이다.


[대뜸 연락이 오는 이들]

대뜸 연락이 오면 참 반갑다. 인간관계가 넓지도 깊지도 못한 타고난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는 내겐 특히 그런 일이 많이 있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하는 일에는 매우 서툴렀기 때문이다.


그들은 언제나 나와 만나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꺼내놓았고 이후 몇 마디를 나누면 눈시울을 붉히며 몇 방울의 눈물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내게 연신 고맙다 말하며 자리를 떠나갔다. 훗날을 기약하여도 우리는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사이였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좋았다. 비록 내게 올 땐 짐을 가지고 오더라도 이곳에 그것을 풀고 다시 자신의 인생길을 떠나는 뒷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위로를 잘해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많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라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쁘고 평화로울 때는 나를 찾지 않기 때문에 나는 어디선가 잠잠히 그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기뻐한다. 그러나 그들을 배웅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행복했다. 내가 기쁨을 나눌 만큼 신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내게 가져 오는 소식은 진지하고 무거웠다.


[수고하고 짐 진 자들아]

평안히 가라 하면서도, 수고하고 짐 진자 들은 자신에게로 부르는 목소리처럼 내 마음도 그런 사랑을 닮길 바랬다. 아직까지도 나를 전도사라며 찾아주는 형제들이 있다. 부디 평안할 땐 나를 잊어버리라. 이런 나라도 사랑을 받는다는 마음이 들게 해 준 그대들에게 너무나 고마운 게 많이 있다.


받은 사랑에 비해서는 참 못나게 살았지만, 이제부터라도 받은 사랑에 부끄럽게 살지 않도록 나는 살아가려 한다. 이제 와서야 그대들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부디 내게 와서 그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고 다시 한번 삶의 다음 걸음을 내디뎌 떠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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