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많이 힘들구나 알 때

아무런 글도 써지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by 광규

[아무런 글도]
아무런 글도 써지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나는 지금 내 상태가 비정상인 것을 알았다. 좋아하는 일도 겨우 해내고, 아무런 일도 해낼 수 없이 초조했다. 그렇구나 지금 나는 많이 힘들구나.


[어떤 노래도]

아무 노래도 듣고 싶지 않았다. 노래를 듣다가 꺼버렸다. 마찬가지로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기타를 억지로 치면서 정말 억지로 시간을 보냈다. 아무런 가사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사실은 지금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어떠한 음악도 그저 삼켜버리고 싶을뿐 나는 내뱉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단한가지, 비명만은 지르고 싶었을까 단말마의 소리는 저 하늘 너머로 내뱉고 싶었을까 답답한 한숨은 땅이 꺼져라 내쉬는데 정작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작은 사람인 내가 문득 한심해지는 날이었다.


[아무런 말도]

이럴 때는 아무런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밀려오는 자괴감과 겨우 싸우고 있었다. 어떤 말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조차도 장담할수가 없는 그런 하루가 내게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걸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 어쩌면 당신 주변의 우울증 환자가 당신을 잠시 떠나있길 바란다면 그런 시간이 필요한걸지도 모르니 조금만 기다려줬으면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그것이 자아와 타자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명하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가장 어리석은 선택을 할수는 없잖은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도망 처럼 보이는 보호를 선택하기로 했다.


[가사를 쓰고 싶지도]

가사를 쓰지도 않았다. 시를 쓰지도 않았다. 정말로 그땐 아무런 글도 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을 겨우 쓸 수 있게 된건 며칠 밤을 보내고 나서야 큰 결심 이후 때때로 뱉는 긴 한숨들과 함께 문장들을 켜켜히 쌓아 올려갈 뿐이다. 글이 제대로 써지고 있는지도 모른채 어디 정신이 팔린 것 처럼, 넋이 나간 것 처럼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런 상승과 하강이 반복되며 내 마음도 오르락 내리락 사람 미칠듯한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쓰게 웃지도 못하고서]

쓰게 웃지도 못하고서 한참을 걷는다. 걷다가 걷다가 어딘가에 앉는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채 그저 앉을 자리가 있어서 머문다. 그동안 어디에 머물지도 못했고,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채로 지내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순간은 나에게 현재를 아무것도 아닌양 느낄 수 있는, 지금은 그저 흘려보낼 수 있는 그렇기에 여유라고 부를 수 있는 몇 안되는 순간이었다.


[내일은]

그렇게 내일은 좋아지겠으면 하는 삿되지 않길 바라는 소망 하나만 가슴에 품고서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래 나는 살아 남았다.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약을 입에 털어 넣고서 물 세모금을 크게 들이킨다.


[나의 오늘은]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은 누군가에게 줘버리고 싶다. 내게 필요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자선과 봉사를 할 때가 많다. 내게 가치가 없다고 느낄 때가 있기 때문에 남들에게 내어줘 버릴 때가 있고, 내게 그만큼 간절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남들에게 값 없이 나눠 줄 때가 있다. 내게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그만큼 채워주고 싶을 때가 있다. 나의 것을 구하지 않음은 나를 제대로 사랑하지 못해서지만, 나의 유익을 구하지 않음은 진정 사랑하길 바라며 사랑을 닮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살았으면 좋겠고, 사랑을 위해 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의 오늘은... 나의 오늘은 그렇다.


그대에게도 사랑이 있기를 진정으로 그러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대는 행복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