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쉬면 행복할줄 알아?

백수 혹은 가정주부 혹은 취준생 혹은 입시생

by 광규

수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지금 특별히 고정된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다. 쉰다는 말도 웃기다. 여러 시험을 준비하고, 음반을 내기 위한 밑작업을 하고 있고, 고정된 팀 사역을 주도하고 있다. 사실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할 수 없을만큼 정신 없은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집에 박혀있기 어려울 만큼 우울한 날이 있다. 그런 날엔 무조건 밖으로 나와야한다. 소속이 없는 삶에 대해 부모님이 걱정을 하신적이 있다. 나 역시 반년간 그랬던적이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에 속으로는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동안 "어디에도 쓰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할 준비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쓸모 없는 사람이란 생각을 갖기 시작하면 사람은 서서히 나락으로 빠져들기 쉽다. 그런 생각으로부터 나오는 부정적인 감정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꿉꿉한 날씨의 습도 처럼 남아 마음을 괴롭게 만든다. 극적이지 않지만 천천히 때로는 막을 수 없는 물결 처럼 밀려오며 마음을 좀먹는다. 집에서 쉰다고 다 행복한건 아니다.


쉬지 않기 위해 이것저것 집안일을 한다.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가만 있으면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어디하나 쓰임 받는 곳 없이 스스로 할일을 찾아서 해야한다. 내가 해야할 일들을 내가 따내야하고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제의와 제안들을 긴급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생각하며 나의 거취를 결정해야한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일을 하고 싶다는 유혹에서 벗어나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고 있고 지금은 그걸 위해 필요한 기간이라는 생각을 놓아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는다면 또다시 나는 스스로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나날을 보내며 귀중한 삶을 낭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집에서 놀고 있다는 내 말에 부러워하지만 그 속내는 다르다는걸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잠시라면 그럴 수 있다. 잠깐이라면 그렇게 시간을 보내도 좋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혼이 병들기 가장 쉬운 길이 바로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 시간이 고착화된 환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정된 일정 혹은 소속을 만드는 것은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내기 위해 나는 필수적인 환경 조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금새 권태감을 느낀다. 뭘 할지 모르고, 특별히 할 것이 없다면 의미 없는 행위가 모여 의미 없는 삶을 쌓아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집에서 쉰다고 다 행복하진 않다. 때때로 쉬고 충분히 쉴 수 있다면야 좋겠다. 과도하게 쉬는 일은 사람사는 삶이 아니다. 나는 의미있는 일들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바빠지고 싶고, 쉼이란 그 속에서 잠시 내일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가져갔으면 한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지 말라.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