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장 마음에 남았던 글.
<어른>
너희는 대한민국 사회의 병통과 폐단이 낳은 썩은 눈덩이의 희생양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많은 이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이 모든 병폐를 낳은 사회와 너희를 희생시킨 이들과 너희를 이용해 이윤을 추구한 이들과 너희를 이용해 여론을 독식한 위정자들. 그 모든 이들을 위해 나는 차마 자애를 구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은 아직 그 역겨운 병처를 차마 다 도려내지 못하고 썩어가는 환부의 악취에 신음하는구나.
죽고싶지 않았겠지.
내일을 살고 싶었겠지.
사랑하는 사람이 무척 그리웠을테지.
싸우고나온 어머니께 못다한 사과와 사랑한단 그 말이 못내 마음에 걸렸을테지.
희망을 놓고싶지 않았겠지.
이루지 못한 꿈이 가슴속 깊이 담겨 세상을 향한 그대들의 젊은 표효는 끝내 목청을 뚫고 터져나오지 못한채로 누군가의 가슴속에 영원히 너희는 묻혀있겠지.
시간이 흘렀다면 너희는 나와 같은 나이로 청춘을 누비고 있어야 할 텐데 지금까지 그자리에서 멈춰서있구나
친구들아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때의 너희와 같은 나이였던 나는 그때의 우리가 올려다보던 어른이 되었다.
그때의 어른들은 우리더러 놀러가지 말라고 조심하라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그 말 밖에 해준게 없었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촛불을 들었고 고요하고 깊은 바다의 성난 파도와 같이 작은 빛의 물결은 마침내 광장을 뒤엎었다. 그들은 분노한 국민의 염원을 토해냈다.
온 나라가 그때만큼 정의를 부르짖은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때도 끝내 너희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이 아니면 해주지 못한 못난 어른들만 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우리가 모든걸 바꾸고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행여나 무슨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목숨걸고 구해낼테니 너희는 무사히 청춘의 추억을 새기고 오라고, 지켜주겠다고, 버리고 도망가지 않겠다고...그 말을 해주는 어른은 지금까지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어른이 되었다. 강산의 형세는 이미 변해가는데 우리는 여전히 가슴속 작은 별을 지닌채로 어두운 곳을 헤메이듯 걷는다.
이곳의 모두가 얼마나 외로움에 타들어가고있을까.
누군가는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랄만큼 외롭고 힘든 시간일텐데, 사랑하는 이의 웃음을 지켜주기 위해 누군가는 쉬지 못한채 분투를 이어가고있다.
적어도
누구도 피어나지 못할 광야에 꿈을 그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나는 남겨줄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너희는 꿈을 꾸던 그때 그대로인데
나는 말라 비틀어진 촛불의 심지를 놓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간다.
어른은 바꿀 수 있는줄 알았어.
하지만 내가 맞닿은 어른은 바꾸는 이들이 아니라 순응하는 이들이더라.
개인으로 불리는 어른이 아니라 새로운 이름을 입은 우리가 바꿀 수 있는거였더라.
먼지와 뒤엉켜 녹아버린 밀랍이 편지지 위에 가득하다. 아직도 못다한 말들은 전해지지 못했다.우리는 사랑의 고백을 적지 못하고, 여전히 이 편지에 마침점을 찍지 못한채로 있다.
교회에 가지못한 부활절이 지났어.
우리가 키워야할 아이들에게 물려줘야할 세상은 예수께 자랑할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곳일까.
한사람의 힘이라도 아쉬운 시간에 우리가 저지른 실수는 결코 돌이킬 수 없어 그것이 참 슬프구나.
예수님은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않겠다고 하셨는데. 그때에 많은 이들이 어디에 계신가 물어본 예수님은 너희를 품고 눈물을 흘리셨을까. 너희를 찾아간 성자는 차가운 손을 잡아주셨을까.
다음에 어른이 되어야할 우리의 아이들에겐 어른이란 순응하는 이들이 아닌 바꿀 수 있는 이들로 남겨졌으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