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특별한 우울> - 린다개스크 의 이야기
평범한 인간 만사를
전부 예민하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은
풀 자라나는 소리나 다람쥐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을 테니,
고요함의 이변에 도사리를 굉음을
못 견디고 죽을 것이 분명하다.
- 조지 엘리엇 “미들 마치”
[병들린 의사의 이야기]
“이 책은 우울증 극복에 대한 이야기면서, 상실의 아픔을 받아들인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 책의 프롤로그 첫 번째 문장.
정신과 의사이지만, 정신병을 앓아온 한 사람의 글을 소개해볼까 한다. 자신과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은 각자의 이야기를 각자의 인격이 특별하듯 모두 특별하게 다룬다. 모든 사람의 마음이란 이와 같이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우울증 분야의 전문의였던 린다는 아이러니하게도 성인기 내내 우울증을 앓으며 살아야 했다. 책의 도입부에서 저자는 자신처럼 살아온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게 목표라고 밝힌다. 아픔과 가난을 겪는 이들이 그렇듯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향한 마음이 있었다. 오직 그녀의 특별한 아픔에서 열리는 지평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울의 문제 ; 상실]
“문제는 우울의 늪에 빠지만 희망을 다시 품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12p.
우울증을 겪는 이들을 사람들은 똑같은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조차도. 기분이 가라앉은 이들은 언제나 색안경과 낙인이 따갑게 날아와 피부에 박힌다. 내적인 이유로나 외적인 이유로나 한번 빠져들면 좀처럼 헤엄쳐 나갈 수 없는 이유가 이런 곳에 다양하게 있다.
저자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계기가 주로 “상실”에 있다고 말한다. 우울은 또 다른 상실을 낳을 수 있으며, 상실은 사람이 제 구실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애통과 우울이 있다.
성격이 예민한 사람들은 주변 이들의 언행에 너무나 쉽게 영향을 받는다. 작가 스스로도 그렇다 밝혔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는 자신과 환자들을 보며 말했다.
“의사는 환자가 안고 있는 문제의 ‘이력을 알아내는’데 그치지 말고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18p.
책의 도입부를 마치며 작가는 우울의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통해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대처하는 힘을 키우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아프기 때문에 품을 수 있는]
책을 읽으면 작가는 수많은 결핍과 상실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정에서의 불화가 이어져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어렵게 만들었고, 몇 차례의 사랑에 실패한다. 작가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환자의 이야기 역시 아픔과 상실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를 읽으면서 더욱 가라앉거나 우울해지지 않는 것은 그 시기를 회상하던 작가만의 통찰이 살아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자신이 치료해야 하는 병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의사의 이야기가 아이러니할 수 있다. 실제로 전문의가 되기까지 그리고 의사로서 활동을 하고 난 이후에도 린다는 꾸준히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는다.
“불안이 끊임없이 계속되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당시에는 벗어날 방법이 전혀 없는 듯 보였다.”
-47p.
그러나 작가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으며, 당시의 아픔은 과거가 되어 멀어져 갔다. 벗어날 방법이 없는 듯 옭아매는 우울도 언젠가는 그저 회상하며 분석할 수 있는 옛날이 되었다.
그러나 단지 마음의 문제만이 아닌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질병으로 보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질지 모르겠다. 작가의 이야기와 우울증 두 가지에 관해서 말이다.
같은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공함할 수 있는 글이 더 많아서 그런 걸까. 나는 글을 읽는 내내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나의 마음에 파고들며 영감을 주는 문장을 수도 없이 많이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서적 외상 emotional trauma을 겪고 나면 우울증에 취약해지기 쉽다.”
-64p.
그러나 세간 어디에나 볼 수 있는 아마추어 일반인의 글이 아니라 해당 분야를 실제로 연구하고, 치료하는 의사의 말이기 때문에 더욱 직접적으로 와닿고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글을 읽으며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이 있었고, 나 자신의 상태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해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려면 먼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내가 아버지를 잃었을 때 하지 못한 일이다. 그것은, 상실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63p.
이것은 상실의 아픔을 겪은 이가 적은 이야기이며, 앞으로 이어질 당신의 이야기를 향한 마중물이 될 책이다. 진실로 그렇게 되길 바란다. 언젠가 이 아픔이 편견에서 벗어나 담담히 고백할 수 있는 것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