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린이의 첫 캠핑에 대한 소회
캠핑을 해보자고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덜컥 캠핑장부터 예약을 했다. 아무런 장비도 지식도 없이 말이다. 장비를 알아보고 구입하고 준비하기까지 폭풍의 일주일을 보냈고, 드디어 첫 캠핑... 아니 캠프닉을 다녀왔다. 캠핑에 대한 첫인상은 예상한 것도 있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분도 참 많았다.
캠핑 장비를 처음 구입하면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브랜드가 적합할지에 대한 부분은 정말 많이 알아보았던 것 같다. 그렇게 결정하여 구입한 장비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도착하면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갖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 캠핑을 자주 다니신다는 회사의 동료분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장비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들어보시더니 혹시 차에 장비들을 실어보았냐고 물어보시는 것이었다. 아뿔싸, 우리 차는 트렁크가 작은 트랙스인데....
그날 밤, 퇴근하자마자 가장 길이가 긴 테이블(마렉스 롤테이블 1000 브라운)을 들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다행히 트렁크에 테이블을 가로로 눕혀 놓을 공간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장으로 떠나는 날, 장비를 모두 가져와 테트리스를 하는데 공간이 도저히 안 나와 결국 밀크박스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캠핑 장비를 구입함에 있어서 내 차에도 무리 없이 실을 수 있는가를 고려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할 때 나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는 편인데, 너무 초보티를 내고 싶지 않기도 했고, 설치할 때 당황하지 않고자 수많은 캠핑 관련 유투버들의 영상을 찾아보며 캠핑장에서의 할 일 들을 미리 머릿속에 그려보곤 했다. 그리고 다가온 캠핑 당일, 유튜브 속 캠핑과 현장은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 데크에는 텐트를 설치할 때 '오징어 데크팩'이 사용하기 편하다고 해서 캠핑샵에서 오징어 데크팩을 무려 두 세트나 사 왔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데크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아 오징어 데크팩 자체를 쓸 수 없었다. (결국 캠핑샵 사장님이 같이 구매해야 한다고 했던 나사팩으로 해결을..) 그나마 집에서 미리 연습을 해봤던 텐트 치기는 어찌어찌 넘어갔는데, 유튜브로는 수도 없이 찾아봤지만 한 번도 실물을 보지 못한 타프 치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채 멘붕에 빠졌다. 유튜브 속 캠핑은 이미 캠핑에 익숙한 분이 촬영을 하는 것도 있고, 편집이라는 요소가 있어서 그렇지 실제 현장에는 더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고 아무리 머리에 그려보아도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아기가 스스로 잘 걸어 다니고 제법 의사소통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장비의 세팅과 철수 시간 외에는 손잡고 주변 산책도 하고, 의자에 앉아 간식도 먹고, 텐트 안에서 낮잠도 자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건만...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18개월 아기와의 캠핑에는 낭만 있게 여유를 부릴 새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모든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싶어 하고, 의사는 생겼지만 아직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18개월 아기는 처음 본 캠핑장의 풍경이 모두 신기하기만 하다. 특히 우리가 머문 캠핑장은 사이트 바로 옆에 주차가 가능해 평소 빠방이를 너무 좋아하는 아기에게 캠핑장은 축제의 현장이었다. 하이퍼 상태가 된 아기는 캠핑장을 뛰어다니며 차들을 향해 빠방을 외치고 있고, 어른들은 번갈아가며 아이를 붙잡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오히려 조금은 통제가 되는 4-5살 무렵에 아이와 함께 캠핑을 떠난다면 훨씬 추억도 많이 만들 수 있고, 여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다 같이 찍은 사진 한 장이 없네... ㅋㅋ)
1박을 하는 캠핑을 본격적으로 하면 좋았으련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18개월 아기가 함께하고 있어 아직 우리에겐 1박이 어렵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체크인 시간에 들어가서 이른 저녁을 먹고 철수를 하는 캠프닉을 시도했는데 저녁을 먹고 보니 이미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고, 장비 한 두 개를 정리하고 보니 주변이 모두 캄캄해지고 말았다.
설치보다 철수가 쉬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날이 어두워져서 그런지 철수의 속도가 너무 더디었다. 랜턴을 아무리 비추어도 시야가 확보되지 않다 보니 도저히 속도가 나지 않았다. 자칫 장비에 대한 분실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만약 캠프닉을 한다고 한다면 한강에서 그늘막 텐트를 치고 하는 피크닉처럼 해가 지기 전에 철수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일정을 잡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캠핑은 말 그대로 사서 고생하는 여가생활이다. 장비부터 음식, 옷까지 준비할 것도 많고 현장에서 설치를 하고 장비를 세팅하고 요리를 하고 치우고.. 집에 돌아와서는 장비를 다시금 정리하는 일까지 고된 노동의 연속이다.
집에 돌아와 무거운 장비를 나르고 정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면서 힘들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는 뿌듯함과 기쁨이 있었다. 캠핑장에서 즐거웠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지금의 수고로움이 아까운 것만은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캠핑을 지속 가능하게끔 하는 정말 중요한 요소는 준비부터 정리까지의 모든 요소를 '즐기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캠핑(혹은 캠프닉)을 갈 것인가'라고 한다면 나는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고된 캠핑이었지만 어쨌든 캠핑을 다녀온 당일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모든 과정이 즐거웠기 때문이 아닐까?! 곧 날씨가 허락하지 않는 순간이 오겠지만 조만간 바다가 보이는 캠핑장에서 두 번째 캠핑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