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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호 Jul 02. 2024

부품화되는 인간

헤겔과 맑스의 자본주의 부정태

 헤겔은 자본주의 시민사회에 대해 굉장히 재밌는 진단을 내려요. 자본주의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에 빈곤이 창출된다고요. 그만큼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엄청난 모순과 흠을 지니고 있습니다. 리카도, 세이 같은 국민경제학자들은 자본과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는 자본주의법칙에 충실하게 노동자의 인격을 몰살하다싶이해요.

 헤겔은 국민경제학의 이러한 논의들을 기반으로 시민사회 내에 (도덕적) 천민 문제와 빈곤 문제를 비판하며 자본주의 부정태를 기술해갑니다. 하지만 헤겔 후대에 자신의 인생을 바쳐 자본주의 부정태를 기술하며 희미해져가는 인간성을 재조명한 철학자가 있는데 그게 바로 맑스에요.

 변증법 기반의 두 철학자 모두가 자본주의 부정태를 서술하는데 그 내용도 비슷하단 말이죠.- 기계제 대공업이 인간을 부품화시킨다, 엄청난 빈곤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으며 자유가 억압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루카치G. Lukács의 해석에 따르면 맑스는 헤겔이 보지 못한 자본주의 물신화Fetischismus의 문제를 포착했다 해석하죠. 저도 루카치의 의견에 동의하며 헤겔과 맑스의 자본주의 부정태 탐독에 차이가 존재한다고 바라봅니다.


 자본주의 부정태에 대한 헤겔의 탐독은 특히나 예나시기에 집중되어 분포하고 후에 『법철학』에 도달하여 시민사회장을 기술하는 것으로 나아갑니다. 헤겔같은 경우 시민사회를 제2의 인륜태로 기술하는데, 특수한 개별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해 상호관계를 맺는 시민사회는 자칫 보면 인륜Sittlichkeit이 상실된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 반대라며 시민사회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각인들의 이해관계를 경제환원적으로만 묘사하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그는 시민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빈곤과 모순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헤 경찰행정Polizei과 직능단체Koporation를 지목하는데, Polizei는 ‘복지행정’, Koporation은 ‘직업단체(헤겔 당대에는 길드를 단초로)’와 같은 형태로 헤겔은 이를 기술해가요.

 그러니까 시민사회의 모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현재적 사회복지국기의 초석을 닦은 것이 헤겔입니다. 그럼에도 헤겔은 시민사회의 여러 부조리들이 시민사회 내부 그 자체에서는 해소될 수 없다고 진단하고 최종적 인륜태인 국가로 향해요. 바로 이 부분이 맑스와 갈리는 부분이기도 하죠.


 맑스의 경우에는 헤겔과 동일하게 자본주의 부정태들을 진단하지만 맑스에게서만이 보여지는 단어 ‘물신화Fetischismus'의 문제를 『자본』의 상품장으로부터 출발하여 변증적으로 기술해갑니다. 어떻게 상품의 영구운동이 화폐의 영구운동으로 전화되고 그 화폐가 결국에는 절대적 가치를 지니는 리바이어던인 자본으로 군림하게 되는지, 이 나선운동을 개진해가며 결국엔 자본주의 대공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적확한 예측을 기술해요.

 맑스는 이러한 자본의 과정이 결국 자본이라는 무의식적이고 비인격적인 통치자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깡그리 자기 속으로 병합하며 하나의 거대한 자동기계가 등장하게 된다고 진단하고 그 속에서 인간은 네 가지의 소외를 겪는다고 『경철수고』에서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맑스는 이러한 시민사회의 모순점들을 규탄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충분히 성숙한 의식 수준을 지녀야 한다고 논하며 당시 프로이센의 문화 수준과 의식 수준을 맹렬히 비판해요. 그러면서 시민사회의 모순점들을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해 헤겔과 동일하게 자본주의 시민사회 내부에서 하나의 맹아를 발견하는데 바로 그것이 후에 그가 전개할 자신의 공산주의 이론이죠.

 어소시에이션 혹은 자유인들의 연합체라 불리는 맑스만의 해결법이 헤겔과 다른 지점은 맑스는 국가로 포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종교의 해체로 나아갑니다. 『고타강령비판』 에서 맑스는 ‘국가는 국민들에 의해 엄격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국민들의 의식 수준과 문화 수준이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지적해요.

 정리하자면, 맑스는 시민사회의 모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그들을 부품화시키는 자본의 예속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엄청난 의식적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에요. 반면 헤겔은 복지행정과 직업단체라는 제2의 가족태를 제시하지만 이것으로는 시민사회의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한다 진단하고 국가로 나아가는거죠.

 맑스는 헤겔이 정치경제적 지평에서는 이전의 국민경제학자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맹렬히 비판합니다. 결국 헤겔도 부르주아적이고 소극적인 해결법을 제시했다는 것인데, 이에 맑스는 『자본』에서 엄청나게 방대한 지면을 당시 노동착취 현상을 고발하기 위해 할애해요. 제빵사의 노동, 공장 아이들과 성인 남녀들의 노동, 공장 관리자의 노동, 여성노동과 워클리 부인의 과로사 이슈까지 굉장히 첨예하게 다루며 이러한 자본주의 태동기의 문제적 상황들이 현재 자본주의의 문제적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읽어내려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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