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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호 Jun 30. 2024

가장 완벽한 1인 독재를 위하여

플라톤의 철인정치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이해하기 힘든 고대 철학자가 바로 플라톤입니다. 특히나 위대하고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플라톤의 이론이 굉장히 미화되었다고 평가하는데, 이런 직관은 그의 정치철학적 테제들에 있어서 더욱이 그렇습니다. 그의 정치철학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저서 『국가』에서는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개진해가며 '가장 좋은 이상적인 국가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해나가고 있죠.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현재 독재라고 불리는 정치체제 유형을 마주할 수 있는데, 플라톤은 영혼적으로 탁월한 철인에 의해 국가공동체가 다스려져야 하고 계급간 위계를 명확히 하여 서로가 서로의 일에 대해서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합니다.

 그의 국가론은 대개 금은동 신화에 비유되는데,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위치하는 철인왕(수호자)이 금, 그 아래 철인왕을 보조하는 보조자(군인)가 은, 그리고 피라미드 가장 아래 위치한 생산자(상인, 장인, 농부 등)가 동으로 이러한 3계급은 선천적이며 신이 조주하기에 계급 간의 이동이 굉장히 각박하고 희박하다는 거에요.


 피라미드 구조의 아래 두 계급(보조자와 생산자)은 철인왕의 통치에 따라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행하고 다른 이의 역할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국가로 지목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 두 계급 위에서, 피라미드의 정상에서, 모든 계급을 다스리고 국가 공동체를 견인해가는 철인왕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살펴보자면 그 내용은 형식에 비해 보편적이고 평등적입니다.

 한 명의 철인왕을 탄생시키기 위해 국가는 모든 자유인 국민들에게 무료 공교육을 행합니다. 여기서 학문 수학에 대한 우월성이 드러나는데, 먼저 체육과 음악교육을 학문 이전 단계에 있어서 강조해요. 이는 직접 타자와 부딪히며 '조화'를 교육하기 위함이죠. 그리고 이어지는 학문의 단계에서는 가장 먼저 수학과 기하학을 10년동안 공부시킵니다. 이는 이데아Idee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단계고, 순수수학 10년 과정이 끝나면 5년동안 철학교육이 시행돼요. 이데아에 도달하기 위한 가장 마지막 관문에 위치한 학문이 바로 철학인데, 이 5년 교육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철인왕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철학교육 이후에 15년동안 실무경험을 쌓아 50세에 최종적으로 철인왕으로 선발합니다.

 총합 30년의 과정 동안 이를 버티지 못하거나 이에 탁월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낙오되어 보조자나 생산자 계급으로 구성되는 것이고 30년 과정을 수학함에 있어 탁월성을 발휘하는 사람은 최종적으로 철인왕으로 선발되는 것이죠.


 이렇게 구성된 국가의 세가지 계급은 각자의 자리에서 더 좋은 공동체적 이익을 위해 자신의 직무에 충실해야 하며, 철인왕은 사익추구가 목적이 아닌 나라를 위한 통치를 해야 하죠. 그렇기에 철인왕으로 선발된 자는 그가 지닌 모든 것을 국가에서 몰수해가야 한다 플라톤은 주장합니다. 예컨대 아내 공유제도가 있어요. 철인왕이 여자라면 남편 공유제도가 되겠죠. 이는 철인왕에게 가족을 몰수해가는 것 입니다. 경제의 가장 근본적 지평이 되는 것이 바로 가족인데, 후대 생산을 위해 배우자를 두되 그 배우자와 1:1 계약관계 속에 있는 것은 아니에요. 즉 철인왕은 배우자 사이에서 아이를 낳아도 누가 자신의 아이인지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또한 철인왕의 개인적 재산도 불허하는데, 사적소유를 절대 금하며 여러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배제되어야 통치자가 통치기간 동안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공동선을 추구할 것이라는 거에요. 이렇게 플라톤은 철인왕이 지녀야 할 절제의 덕목으로 경제적 이해관계에서 배제될 것을 강조합니다.

 또한 생산자 계급에겐 신체적이고 물질적 욕망을 절제할 것을 강조해요. 즉, 생산자 계급이 감히 국가공동체를 통치하려 들지 말라는 거에요. 여기서 플라톤은 욕망을 지닌 무지한 자들이 통치자의 역할을 한다면 나라가 망할것이라 주장하며 민주주의를 비판하고 있는거죠. 생산자와 통치자 뿐만 아닌 중간 계급인 보조자 계급 또한 절제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그들이 지닌 기개(이기고자 하는 마음)를 절제하여 위로는 쿠테타를 행하지 않고 철인왕을 잘 보조해야 하며 아래로는 무력을 사용하여 생산자 계급을 억압하면 안돼요.

 즉 각자는 자신의 지위에 맞게, 영혼의 탁월성에 걸맞는 자리에서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며 더 좋은 공동체를 위해 나아가야하는 이상국가의 모습은 철인왕의 절대적 권한 하에 움직이는 자동기계와 같은 모습이죠. 국가공동체의 입법과 명령의 권한은 오로지 철인왕에게만 부여돼요. 그렇기에 단 한 명의 철인왕이 행하는 독재 형식의 국가가 바로 플라톤의 이상국가였습니다. 물론 그것이 더 좋은 공동체를 위한 긍정적 정치론이었음에도 통치자 외에 그 누구도 정치에 대한 접근 권한을 갖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후에 맑스는 자신의 저서 『자본』에서 플라톤의 이러한 국가 구상을 두고 '플라톤의 공화국'이라고 비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직접민주주의를 옹호했던 맑스의 정치철학 구상에는 아무리 좋은 공동체를 위한 기획이라 하더라도 인민 다수가 완전히 배제되고 소외되었기에 이는 좋은 형태의 정치관도 아니고 더욱이 좋은 형태의 독재도 아니라는거죠.

 당연하게도 플라톤의 철인왕을 중심으로 한 유토피아는 단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여전히 고전의 반열에 올라와 있는 것은 그만큼 읽을 가치가 있고 그 어떠한 사상도 폐기된 것이 아니라는 척도로 작용하기도 해요. 우리는 『국가』에서 기술된 '철인 독재'라는 결과가 아닌 '철인 독재'를 향해 나가는 그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이상적이고 이성적인 통치자의 자격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검토해 볼 수 있어요. 어쩌면 그 중 몇 가지 혹은 많은 부분은 지금 당장에 우리의 통치자들에게도 필요한 덕목으로 지목할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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