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강원도
춘천에는 건실한 청년 단체가 하나 있다. 춘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모임이다. 바로 '춘뿌리' 라는 지역 커뮤니티다.
춘뿌리를 만들어 이끌고 있는 '나길이 대표'와 방꾸남은 인연이 깊다. 방꾸남이 만들어 운영하던 자아 탐색 모임에 나길이 대표가 10주 동안 회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이후 관계에 공백기가 생겼지만, 방꾸남과 나길이 대표는 같은 직장 소속으로 우연히 다시 만나 둘 사이에 새로운 다리를 놓았다.
두 사람은 모두 모임을 통한 청년들 간의 연결과 청년들의 건강한 성장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수년 동안 다양한 커뮤니티에 참여해왔고 직접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그 관심을 표현해왔다.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두 사람은 종종 SNS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나길이 대표가 방꾸남을 춘천으로 불렀다. 춘천의 명물 중 하나로 떠오르는 춘천 청년 단체 ‘춘뿌리’의 1주년 기념행사에 초대한 것이다. 방꾸남은 흔쾌히 초대에 응했다. 행사 참석을 위해 1박 2일로 춘천에 방문했다. 춘뿌리 멤버 ‘뿌리들’의 따듯한 환영를 받았고, 뿌리들과 함께 늦은 밤까지 진한 대화를 나눴다. 그날 이후로 방꾸남은 춘뿌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춘뿌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춘천에 뿌리내리고 싶은 청년들의 커뮤니티’이다. 춘천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춘천을 잘 모르는 청년들, 춘천을 알고 싶거나 알리고 싶은 청년들끼리 모인 모임이라고 한다. 춘뿌리 네이버 카페 가입자 수는 2024년 9월 기준 450명을 이상이며,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000명이 넘는다. 중·고등학교 하나에 해당하는 수의 사람들이 나길이 대표를 믿고 춘뿌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춘뿌리는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소풍, 힐링캠프, 체육대회, 문화 체험, 가벼운 식사나 티타임(tea-time)을 포함한 번개모임 등이다. 또, 일자리 정보를 공유하거나 서로의 사업장에 찾아가 응원해주는 등 청년의 일상에 밀접하게 관련된 활동을 두루 수행하고 있다. 나길이 대표의 말에 의하면 춘뿌리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이 청년들로 하여금 지역에서 재미를 느끼도록 돕고, 서로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며, 지역 정착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한다. 방꾸남도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나길이 대표는 이런 춘뿌리의 역할에 대해서 ‘느슨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울타리를 쳐주는 역할’이라며 한 문장으로 정리해주었다.
방꾸남은 춘뿌리와의 좋은 기억 덕분인지 춘천에 방문하니 괜스레 나길이 대표 생각이 났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도 나길이 대표를 찾아갔다. 나 대표는 잘 지내고 있는지, 춘뿌리는 잘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만난 김에 꿈 인터뷰를 할 겸 함께 카페를 찾았다. 나길이 대표의 차를 타고 춘천 외곽에 있는 한 카페에 들러 이야기를 나눴다. 여느 인터뷰이에게 묻듯이 인터뷰지에 있는 질문을 하나씩 던졌다.
방꾸남은 약 1년 전에도 나 대표에게 꿈과 버킷리스트를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나길이 대표의 대답은 일관성이 있었다. 꿈은 ‘경험학교’를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학교는 나 대표가 세우고 싶은 학교의 가칭인데, 정답을 배우고 오답 노트를 쓰는 학교가 아닌 경험을 통해 각자 자기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학교를 말한다. 대안학교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이때, 다양한 연령대가 어우러져 서로가 가진 창의력이나 연륜, 경험을 더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버킷리스트도 일관성이 있었다. 나길이 대표는 작년이나 올해나 똑같이 “저는 행동이 빠른 편이고, 다 이루면서 살아서인지 버킷리스트는 딱히...?”라고 이야기했다. 방꾸남은 웃으면서 “그럼 이뤘던 것 중에 사람들에게 몇 가지 추천을 좀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나 대표는 페스티벌, 여행, 팬카페 운영, 카페 창업 등 꽤 흥미로운 버킷리스트 몇 가지를 추천해줬다. 자세한 이유는 나중에 나길이 대표가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면 TV를 통해 들어보시기를 바란다.
나길이 대표가 자신의 차로 다음 목적지까지 방꾸쟁이들을 데려다주었다. 데려다주는 길에 나 대표가 “그, 혹시 감자빵 먹어봤나?”라고 물었다. 방꾸남은 “들어는 봤어. SNS에 올라오더라.”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나길이 대표는 “춘천에 오면 다들 감자밭에서 감자빵 하나씩은 먹고 가더라. 사줄게, 먹고가!”라고 이야기했고, 갑작스레 목적지를 감자빵 베이커리로 바꾸었다. 운전을 못 하는 방꾸쟁이들을 위한 배려이자 나 대표가 주는 작은 선물이었다. 물론 숙소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올 수도 있지만, 버스를 타기에는 왕복 2시간이 걸리는 다소 먼 거리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방꾸쟁이들이 춘천에 오려던 이유 중 하나는 ‘감자밭 베이커리에서 감자빵을 먹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길이 대표 덕분에 얼떨결에 감자빵을 먹어보겠단 소원을 이뤘다.
우리가 가진 크고 작은 소원과 꿈들은 때때로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걸 우린 행운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런 행운은 밖으로 나가 사람을 만날 때 가장 커지는 것 같다. 감자빵을 먹으면서 문득 ‘나길이 대표와 춘뿌리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다음 이야기(2025.06.29.일 업로드 예정)
□ Chapter4.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 전라도
"특이점이 존재하는 정읍의 버스정류장"
→ 전라북도 정읍, 그곳의 버스정류장에서 방꾸쟁이들은 살면서 처음 보는 문화를 발견했다. 여름에만 볼 수 있는 계절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