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7. 우리의 꿈(방꾸쟁이 이예닮)
운이 좋게도 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청년 갭이어’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말을 강조해 내세운 경기도의 청년 지원 사업이었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프로젝트 기획 → 서류 심사 → 면접 심사 → 교육 → 발표 심사]에 걸친 다섯 단계를 모두 통과해야 했다. 그중 첫 단계인 기획에서는 당연하게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합쳐 넣었다. 순진하게도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말하니 정말 다 될 줄 알았다. 그래서 기획한 것이 ‘인구 10만 이하 지역을 여행하며 해당 지역 청소년에게 멘토링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은 여행이었지만, ‘이왕이면 조금 더 의미 있는 여행이면 좋겠어.’라는 작은 바람을 담아 여행에 ‘청소년 진로 멘토링’을 더했다. 이때까지는 ‘기왕 하는 거 진짜 잘 해보자!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내는 거야.’라고 패기 있는 다짐을 반복했다. 그러나 그 호기로운 모습은 안타깝게도 갭이어 프로그램의 절차를 통과해감에 따라 점점 사라져갔다.
면접 심사까지 합격한 뒤, 3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 교육이 있었다. 첫 교육프로그램인 ‘탐색과 발견(1주차)’은 내가 대학 시절 해오던 동아리 ‘누구,나’의 활동과 거의 비슷했다.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활동이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2주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다양한 제약들과 마주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그램에서 금전 지원을 해주는 기간과 내가 기획한 프로젝트가 실행되어야 하는 기간이 맞지 않는다거나,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세목(회의비, 임차료, 재료비 등등)’에 제한이 있어 필요한 곳에 돈을 사용하기 어려운 등의 상황이었다. 특히 ‘여행’이라는 프로젝트 카테고리를 선택해 지원했지만, 막상 여행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전체 지원금 중 30%가 채 되지 않았다. 물론 멘토링에 쓸 수 있는 돈도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상태로 계속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품게 됐다. 그럼에도 일단 한 걸음씩 나아갔다. 프로젝트가 어디로든 가긴 갈 테니까 말이다.
금전적인 문제, 시간적인 문제는 당연하게도 계속 발생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견딜 만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방꾸남과의 갈등이 생기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나는 모든 문제와 질문에 대한 답을 쉽고 빠르게 생각해내는 반면 방꾸남은 온갖 생각을 깊이 다 해보고 신중하게 답을 내리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프로젝트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곤 했다.
방꾸남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연애할 때와 달리 차갑고 날카로운 모습의 방꾸남이 낯설었다. 일할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그의 직설적인 말투, 정색하는 표정이 나에게는 크고 작은 상처가 됐다. 반면 방꾸남은 감정정인 트러블보다는 나의 업무 처리 방식에 있어 답답함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이러다가는 ‘꿈속으로 떠나는 여행’이 우리에게 상처만 남기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았다. 호기로웠던 처음과는 달리 새로운 도전이 즐겁기보다는 두려워졌다. 프로젝트에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관계가 끝나버릴까 두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방꾸남과 3일 동안 논의한 끝에 프로젝트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1달이 넘는 시간을 쏟아부어 기획해 둔 프로젝트를 그만두는 게 아깝기도 했지만 가장 이른 시점에 포기하는 것이 매몰비용도 가장 적다고 판단했다.
우리 나름의 핑계를 대며 담당 FT님께 중도 포기 의사를 밝혔고, 신청서도 작성해두었다. 기획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발표를 2~3일 앞둔 시점이었다. 이때, FT님께서는 우리가 중도 포기 의사를 재고하도록 잠시 시간을 주셨다. “너무 잘하고 있는데 왜 거의 다 와서 포기해요. 한 번 다시 생각해보고 연락주세요.”라면서.
그 시점을 계기로 우리는 다시 깊은 대화를 나눴고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진짜 솔직한 대화들이 오갔고 우리 사이가 갈라질지언정 일단 프로젝트는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보자고 했다. 어차피 깨질 관계라면 프로젝트를 하면서 깨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작은 프로젝트를 하는데도 기우뚱거리는데 인생이라는 더 큰 프로젝트는 어떻게 같이 한담? 이 정도는 해내야 인생을 같이 걸어가든 뭐든 해보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우리 관계의 가능성을 더 거칠게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헤어질 각오를 했다. 헤어질 결심을 했었다. 진심이었다.
아마 FT님께서 우리의 포기 신청서를 바로 받아주셨다면 지금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고, 방꾸남과의 관계도 지금과 같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FT님의 결정과 작은 한마디 덕분에 오늘까지 올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나는 FT님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P.S. 방꾸남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그만둘 위기가 올 거라는 것도 예상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결국 끝까지 하게 될 거라는 것도 알았단다. 나는 그런 방꾸남에게 한 마디를 전하고 싶다.
“그걸 알았으면 네가 더 잘했어야지 인간아! 알면 뭐 해. 모르는 것보다 못한데! 그냥 몰랐던 걸로 해. 그리고 앞으로 나한테 더 잘해라. 정색 금지^^ 직설적으로 말하기 금지^^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하기 금지^^!”
■ 다음 이야기(2025.12.21.일 업로드 예정)
□ Chapter7. 우리의 꿈(방꾸쟁이 이예닮 편)
"꿈이란 무엇일까?"
→ 방꾸녀 예닮은 어떤 꿈을 어떻게 꾸며 살아가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