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를 좀 들어보시겠어요?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어"
요즘 자주 듣는 말이야.
내 친구 중 한 명이 얼마 전에 스물 일곱 청년의 사무실에 전기를 설치하러 간다더군. 나는 옆에서 잔소리도 좀 하고, 수다도 떨고, 차도 한 잔 얻어먹고 싶은 마음에 신나게 따라갔어.
지하 1층 현장에 도착했는데, 6평짜리 직사각형 사무실에 콘센트가 하나밖에 없더군. 그래서 사무실 청년은 콘센트를 벽면 4면에 각각 하나씩 설치하기를 원했지. 요구사항을 확인한 내 친구가 바깥에 주차해둔 트럭으로 가서 장비를 꺼내오는 동안 청년은 갸우뚱거리면서 사무실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있었어. 그렇게 3분에서 5분 정도 흘렀나? 그때 내 친구가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사무실로 돌아왔지. 그러곤 바로 전기 작업을 시작했어.
시간이 또 3분에서 5분 정도 시간이 흘렀으려나?
청년은 갸웃거리면서 돌아다니더니 내 친구에게 이런 질문을 하더군.
"이미 설치하고 지나가신 자리에 젯소를 좀 칠해도 될까요? 시간을 아끼고 싶어서요."
사무실을 차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생각해볼 법한 질문이었지.
그런데 거기다 대고 내 친구가 뭐라고 했을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어요. 좀 기다리세요. 뭐가 그렇게 급해?"라고 하더라.
맞아. 내 친구는 자기가 생각했던 인테리어 순서가 있었던 거야.
그런데 반대로 청년도 자신이 생각했던 효율적인 인테리어 순서가 있었을 테지.
하지만 청년은 순순히 내 친구의 말에 순응하고 기다렸어. 아마 내 친구가 경험적으로 우위에 있으니 그의 말을 듣는 게 더 나을 거라고 판단했나 봐.
하지만 내 생각에는 청년이 "어떤 순서로 하는 게 좋을까요?"라거나 "제가 생각한 일의 순서는 이런데, 이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물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아. 어떤 일의 결과로 향하는 과정에는 순서가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 순서를 설정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너무나도 다르니까 말이야. '효율적이다'라는 것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니까 말이야.
난 말야, 사람들이 과거에 정해둔 순서에 너무 초점을 두고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 때로는 안타까워. 물론 그게 최선일 수도 있겠지. 조직 목표 달성의 효율적 측면에서는 말이야. 하지만 이미 정해진 순서를 따라가면 언제나 순서대로 갈 수밖에 없어. 그리고 정해진 속도의 범위 안에서 움직여야 하지.
그러니 때로는 과거에 누군가가 정해둔 순서를 뒤바꾸거나, 아무 순서도 따르지 않는 선택을 해보는 건 어때? 내가 나아가는 과정이 즉 순서가 되도록 해보는 거지.
우리는 순서를 따를 때 얻을 수 있는 빛깔 좋은 결과물이 있다는 걸 알아. 하지만 순서를 뒤바꾸거나 순서를 따르지 않을 때만 얻을 수 있는 것을 모르지. 그래서 '순서 없음'을 간과하거나 두려워하곤 해.
나와 네가 정해둔 순서를 따르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남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고, 역전과 추월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뜻밖의 역주행이나 쾌속 전진을 경험할 수 있어.
물론 위험하거나 남들보다 느릴 수도 있지만 말이야.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자면, 어떤 일을 할 때 순서에 너무 집착하지 마. 목표, 방향, 과정. 그것들에 조금 더 집중해 봐. 순서라는 것은 어쩌면 누군가 만들어 둔 꼬부랑길에 불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