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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겸 Jul 14. 2017

정체성(IDENTITY)

얼마 전 TV 채널을 넘기다가 우연히 인생 역전에 성공하신 78세 여성분의 이야기를 보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셔서 박사까지 취득한 후 대학교 강단에도 서시고 관련 분야의 논문도 준비하고 계시는 분의 이야기였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 분의 인생이 변하게 된 순간이다. 이분은 60세 정도에 죽기로 결심을 하셨다. 그 이유는 사업을 이유로 지인들에게 많은 빛을 지게 되었는데 사업도 잘 안되고 스스로가 남한테 피해만 끼치는 사람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하 사업이 안된 부분보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어서 죽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날 죽으려고 산에 올라가서 자리를 잡았는데, 거기서 개미들의 행렬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돌로 개미들의 행렬을 막아보았는데 신기하게도 개미들은 어떻게 앞을 막아도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다른 길을 찾아서 나아갔다는 것이다. 그걸 보고는 갑자기 미물인 개미들 조차도 난관이 닥쳤을 때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찾는데 사람인 자신이 인생이 한번 힘들어졌다고 포기하고 죽을 생각부터 하니 그 점이 부끄러워졌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서 다시 인생을 살기 시작하셨고 지금은 여러모로 잘 되신 것 같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사람의 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남에게 피해 만주고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할 때는 죽을 결심까지 했는데, 개미들을 보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으로 생각이 바뀌는 순간 모든 행동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변하자 모든 것이 바뀌고 결국 미래까지도 바뀌었다.


정체성(IDENTITY)

모든 사람은 자신이 믿는 바에 따라서 살아간다. 그 믿음들 중에 우리 자신에 대한 믿음이 정체성이다. 그리고 이 정체성이라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과 행동을 '나'라는 틀에 가두어버린다. 그리고 이 틀을 지키고자 하는 욕구는 정말 강하다. 이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욕구가 얼마나 강력한지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벗어나면 극심한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위에 예를 들었던 저분은 왜 죽기로 결심을 했었을까? 왜냐하면 자신은 남들에게 피해나 주는 그런 사람이 아니어야 하는데 피해를 주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벗어나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별일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죽을 만한 일은 아닐 수도 있다. 이런 일들-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들에 저분의 기준을 적용한다면 세상에는 죽어야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런 예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소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항상 소심한 행동을 하고 자신의 기준을 벗어나는 대범한 행동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왜냐하면 자신은 소심한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체성을 벗어나는 것이 고통인 것이다. 자신이 뚱뚱하다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도 거기서 벗어나기 힘들다. 날씬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자신의 정체성은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만약 자신이 날씬한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된다면 살이 찐 자신의 모습은 고통이 되고 날씬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하게 된다.


따라서 정체성은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행동을 결정한다.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행동들은 모두 제한되는 것이다. 결국 정체성은 우리 행동의 범위를 결정하고 우리의 미래에 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만약 자신이 활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어떤 행동을 주로 할까? 그리고 그 행동이 한 번만 일어날까? 아니다. 활력 없는 사람이 하는 행동의 결과는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자신의 활력 없는 믿음을 강화하며 인생을 활력 없게 만든다. 우리들이 흔히 하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생각해 보면, 난 못할 거 같다, 난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 등의 믿음을 가진 사람은 무슨 일이 되었든 시도의 횟수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하여 적어질 것이다. 그만큼 성공할 기회도 적어지고 무엇인가를 배울 기회도 별로 없을 수 있다.    


인생에 국소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체성들, 예를 들면 가족 중 누군가 등 특정인과의 관계에 관련된 정체성 같은 경우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 전반에 걸쳐서 크게 영향을 미치는 정체성들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그 영향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정체성들은 인생의 전 영역에 걸쳐서 우리가 하는 모든 결정, 모든 행동에 영향을 주고 우리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은 잘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가족관계에서도, 친구관계에서도,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도, 새로운 취미를 갖는 것에도,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에도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극단적인 케이스지만 이 사람이 잘 풀리는 방법은 운 말고는 없다. 그리고 운 또한 시도하는 횟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운도 없다. 자신이 매력이 없다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매력 전반에 걸쳐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스스로가 아주 제한할 것이고 이것은 단순히 이성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삶의 다른 영역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신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믿는 사람은 계속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것이고 그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믿고 있을까?
그리고 이 믿음들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정체성은 바뀔 수 있다

매번 같은 이야기지만, 정체성 등 자신의 믿음에 관하여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은 이것이 아주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완고하지만 우리의 정체성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렇게 딱딱하게 지킬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어렸을 때의 경험으로부터,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등의 낯선 상황에서의 적응을 위해서, 직업을 갖거나 어떤 자리 때문에 만들어진 믿음들이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매 상황마다 특정 정체성을 갖기로 결심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나'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매 상황마다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언제나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었고, 지금도 열려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열려있다. 


나를 제한하는 믿음이 있다면 언제 그것을 받아들였을까?
내가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물론 현재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우리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상황에 의존적이기 때문에, 단지 편안함 때문에 정체성과 맞지 않는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다거나, 앞으로 10년 20년 뒤의 미래를 포기한 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스스로에게 정말 중요한 정체성들을 바꾸는 것은 힘들 수도 있지만 어쨌든 정체성을 유연하게 바꿔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바꾸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결심이 곧 정체성으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서 사업을 하며 자신은 '사장'이라고 굳게 믿기로 한 사람이 사업이 힘들어져서 다시금 직원의 위치에 간다고 해보자. 계속 자신은 '사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일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아 그래도 다시 직원의 위치에 왔으니 직원으로 열심히 해야겠다." 혹은 "비록 이렇게 되었지만 열심히 해서 다시 사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자신의 정체성은 바로 바뀌게 되고 행동도 바뀐다. 


정체성을 바꿀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 뇌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방법을 찾아내고 만들어 낸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변화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물론 한 번에 너무 높은 기준을 만드는 것은 무리가 될 수도 있으니 자신이 믿음을 만들고 허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금씩 높여가는 것도 좋다. 예를 들면 "나는 공부를 못해"에서 "나는 공부를 조금 못해", "나는 보통은 하지" 이런 식으론 높여가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것은 한 가지 방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영어, 수학은 못하지만 국어는 괜찮은 거 같아." 이런 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근거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하다 못해 "우리 부모님은 ~를 잘했으니까 나도 그럴 수 있는 재능이 있을 거야" 이런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바꿔볼 수도 있다. 


정체성을 바꾸는 것은 이밖에도 가치와 원칙을 바꾸거나, 초점이나 질문을 바꾸는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는가?



우리가 살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고 하는 것들 중 하나는 우리의 정체성이다. 이것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행복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강력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에 관해서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자신을 제한하기보다는 더 확장시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정체성을 안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정체성이든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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