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세 남자의 파타야 한 달 살기 04

11.10.월~12.수 태국 음식이 점점 지겨워진다

by 딸삼빠

11월 10일 월요일

양상추, 당근, 토마토, 패션푸르트, 파인애플, 사과, 계란 스크램블, 옥수수

용관이 다소 심하게 운동을 하여, 근육통이 심한 것 같다. 관리 안 된 숙소의 후진 침대는, 용관이 잠결에 어깨를 주무를 때마다 좌우로 요동을 친다. 새벽에 깬 김에, 혹시 태국에 다이소 같은 곳이 있는지 검색을 해 보았다. MR.D.I.Y 숙소에서 10여분 거리다. 오늘은 총이 온라인 수업하는 날이니, 오전에 용관과 다녀와야겠다 마음먹었다.

평범한 거리 풍경, 짓다만 건물과 꽃

평소보다 좀 일찍 수업 전에 식사를 마치고, 해변 반대쪽 동쪽을 향했다. 마크로에 가던 날 우산을 잃어버려서, 어쩔 수 없이 긴팔 토시와 가림막이 있는 모자를 쓰고 나섰다. 여전히 태국의 햇살은 뜨겁다.

쓰나미 스시 부페. 1인 600밧에서 1000밧이란다. 못가겠네.

가다 보니 아침부터 55밧짜리 닭 한 마리를 굽는 연기가 요란하다. 나중에 저녁 치맥으로 먹어야겠다. 쓰나미 스시 뷔페라는 곳이 나타난다. 얼마나 쓰나미 같은 스시를 제공하는지 궁금해졌다. MR.D.I.Y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그런데 내가 사고 싶었던 근육을 풀어줄 때 사용하는 '땅콩'이라 불리는 기구는 없었다. 그래서 대신 '개공'을 샀다. 원래와 다른 용도를 찾아내는 나의 잔머리는 유명하다.

근육을 문질러 풀 용도로 산 '개공'

구글맵 평에 계산대에 점이 있는 여직원이 불친절하다는 말이 있었다. 처음에는 나도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영어를 못해서 그런 것 같았고, 생각보다 착한 아이처럼 보였다.

태국 다이소, MR.D.I.Y

139밧짜리 자동 우산이 제일 저렴했는데, 계산할 때 보니 300밧 이상 구매 시 그 가격에 주는 250밧짜리 우산이었다. 43밧어치를 더 사야 했는데, 마땅히 살 게 없어서 그냥 더 비싼 다른 우산을 샀다. 용관은 아마도 태국에서만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홀리바질 씨앗 2종과 고추 씨앗을 구입했다. 그리고 침구 등 곳곳에 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청소용 롤과 곰팡이 핀 벽지를 뜯어버리고 거기에 붙일 테이프를 구매했다. 이 집주인은 우리 덕에 집이 업그레이드된 것을 알까.

두리안 파는 부부, 롱안과 두리안

돌아오는 길에 어디선가 두리안 냄새가 난다. 30m쯤 앞에서 노점에서 두리안을 잘라서 팔고 있다. 역시 냄새가 강력하다. 잠깐 고민하다가 인사하고 떠나려는데, 아저씨가 맛보기로 '럼야이(롱안)'라는 조그만 누런 열매 과일을 주었다. 먹어보니 맛이 나쁘지 않았다. 두리안을 안 산 게 미안하기도 해서, 큰 봉지 하나 가격을 물으니 60밧이었다. 숙소까지 돌아오니 땀범벅이었다. 세븐일레븐에서 산 마지막 드립 커피를 내렸다.

단골식당, 재나 팟타이. 뭔가 전문가적인 포스.

단골식당에서 태국 한달살이 첫 똠양꿍과 볶음밥 두 개에, 공깃밥 하나를 시켜 먹었다. 1999년에 먹었던 괴랄한 똠양꿍이 이젠 맛나기만 하다. 총이 감기 기운이 있어 생강차와 드립 커피, 요거트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야간 수영하는 나

왜 플레인 요거트에 굳이 '요거트향'이니, '우유향'을 섞는 것일까. 다음엔 안 먹는다 다짐하며 다 먹고, 또 잔다. 총이는 글쓰기 저녁반 수업이 있어, 미리 운동과 수영을 하고, WIFI를 양보해야 하는 용관과 나는 저녁에 운동과 수영을 했다. 이 숙소 수영장이 엄청 크다는 사실을 이제야 실감했다. 5시 반쯤 그냥 간단히 저녁상을 차렸다. , 그리고 몇일 전 뱀, 자세히 사진을 살펴보니, 장난감 뱀 같다.

태국 음식이 살짝 지겨워지기 시작해서, 있는 걸로 저녁을.

열흘이 지나도록 아내가 아무런 연락이 없다. 날 버렸나 보다.


11월 11일 화요일


우리 중에 늘 용관이 가장 일찍 일어난다. 오늘은 일어나서 조용히 수영장에 내려갔다 왔다.

아침에 홀로 일어나 비치 의자에서 핸드폰 보는 용관

아침을 총이 준비했다. 집에서 자주 해 먹는 계란 토마토 볶음이란다. 먹을만했다. 저녁 시간대로 운동과 수영을 옮겨보니, 썬블록을 바르지 않아도 되고 시간 사용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오늘부터 저녁 식사 후에 해 보기로 했다.

총이 준비한 토마토 계란 볶음. 도시락에서 남긴 젓갈소스를 굴소스 대신 썼다.

오전에 총과 용관을 따라 책을 좀 읽었다. 비행기 타고 오면서 읽었는데, 열흘 만에 책을 편다. 자극적 콘텐츠에 익숙해졌는지, 진득이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다.


점심은 또 단골식당 재나 팟타이에서 볶음누들과 그린커리, 해산물 국밥을 먹었다. 아내와 통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단골식당 재나에서 시킨, 볶음누들에 계란 추가.

나와 같은 시점의 명퇴한 경희대 동문 후배인 직장 동료 동환이가 카톡을 보내왔다. 혼자 다낭에 여행을 왔는데, 내 브런치 글을 보고 파타야에 합류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만나, 일본 오키나와 자전거 여행을 같이 고민해 보자고 했다. 일본어도 곧잘 하고 자전거는 아주 잘 타는 친구다.

저녁으로 만든 김치제육덮밥과 볶음밥

오후에 쉬다가 먹고 남은 삼겹살을 버섯, 마늘, 양파와 구운 뒤, 김치, 밥을 넣고 제육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굉장히 많은 양이었는데, 다 먹어치웠다.


짧게 운동과 수영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11월 12일 수요일

계란토마토 볶음, 구운 바나나와 빵, 롱안과 용과, 삶은 땅콩 등

오늘도 아침에 총이 계란 토마토 볶음을 준비했다. 나와 용관이 이런저런 것을 덧붙이다 보니, 아침 식사치고 과하게 많아졌다. 아무리 건강한 밥상이라도, 이렇게 많이 먹으면 채식하는 코끼리처럼 될 수 있겠다 싶다.


에어컨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에어컨 먼지 필터를 청소했다. 어제는 화장실 팬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환기팬을 분해해서 샅샅이 청소했다. 도대체 우리가 이까지 와서, 왜 집 관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세븐일레븐으로 간단히 때운 점심. 슬슬 태국 음식이 지겨워진다.

태국 음식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세븐일레븐에서 간단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어느 블로그에 새우만두가 맛있다고 했는데, 괜찮았다. 용관은 산 똠양꿍 라면 두 개를 끓여 다 같이 먹었다. 먹을 만했다.

청과 판매 트럭. 러시아어 안내말이 나온다.

피곤해서 잠시 낮잠을 잔 후, MR.D.I.Y에 갔다. 커피 비용이 제법 들어서, 커피를 직접 내려 먹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숙소 앞에 픽업트럭이 와서 러시아말로 청과물을 판다. 왠지 정감이 느껴져 한 장 찍었다.


가는 길에 썽테우를 가득 채운 여고생들이 보인다. 어린 소녀들이 반짝반짝하다. 거리를 걷다 보면 썽테우에 같은 유니폼을 입은 일행들을 보는 경우가 잦다. 아마도 호텔이나 콘도에 일하는 직원일 듯싶다. 관광업이 일자리 창출이 도움이 많이 된다는 얘기가 있는데, 관광 대국 태국을 보면 맞는 말 같다. 솔직히 우리 눈에는 좀 지나치게 많다. 마크로에서도 정육 코너 계산대에 3명씩 서 있고, 숙소 앞 작은 세븐일레븐 매장에도 최소 3,4명에서 7,8명까지 있을 때가 있다. 느슨한 저임금 일자리가 많은 느낌이다.


커피 여과지와 깔때기가 있을지 반신반의하며 갔는데, 직원의 도움을 받아 다행히 35밧 70매 여과지와 59밧 깔때기 대용품을 구할 수 있었다. 세븐일레븐에서 165밧 분쇄원두 200g짜리를 샀다.

태국에는 곳곳에 직원들이 많다. 바리스타 용관의 커피

원래는 노점에서 구운 닭을 사려고 했었는데, 돌아오는 길에는 나름 대형 정육점을 발견했다. 125밧 계란 한 판과 175밧 닭날개 1.15kg을 샀다. 달러 환율과 함께 태국 밧도 비싸지고 있다. 저녁으로 후추와 소금 간을 한 단출한 닭날개 구이에 점심에 산 페낭식 커리 데워 먹었다.

정육점. 저녁 닭날개 구이와 패션푸르트, 사과

내일은 막내 딸내미 수능날이다. 고생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에게 힘과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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