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목~15.토 파타야인가? 좀티엔인가? 폭식과 계엄
11월 13일 목요일
총과 용관이 왜 브런치에 매일 밥 얘기만 올리냐 하지만, 사실 밥 말고는 평범한 일상에 할 얘기가 없다. 총이 나의 브런치 여행기 제목을 파타야 여행기에서 좀티엔 여행기로 바꾸라 한다. 왜냐하면 진짜 파타야는 이곳처럼 이렇게 시골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검색해 보니, 또 좀티엔은 행정구역상 파타야의 일부다. 그냥 두기로 했다, '50대 세 남자의 파타야'라는 뭔가 어그로스런 타이틀로.
오믈렛을 만들어 보았는데, 늘 그랬듯 채소를 너무 많이 넣어서 모양이 잘 안 나왔다. 게다가 적양배추 때문에 푸른빛이 나서 더 그랬다. 용관은 바나나와 빵을 버터에 구워 토핑을 했다.
오늘은 '냉털', 냉장고 털이의 날이다. 마크로도 내일 가기로 했다. 일단 점심엔 김치볶음을 해서 순두부를 먹어 치웠다. 부족해서 현지 라면 두 개를 끓여 먹었다.
저녁 먹은 후 속이 부대낀다는 얘기가 있어, 운동과 수영 시간을 다시 오후로 옮겼다. 오늘은 낮에도 비가 제법 내리고 천둥 번개가 쳤다. 물을 두려워하던 총이, 이제는 물속에 들어가 아이폰으로 수면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찍는 수준에 이르렀다.
저녁은 또 단골 식당인 재나 팟타이에 가서 먹었다. 이제는 거의 모든 메뉴를 섭렵한 듯싶다.
2주 이상 벌써 이곳에 머무르다 보니, 이제야 머리맡의 그림이 보였다. 왠지 낯이 익다. 2017년 5월 우리 가족이 방문했던, 로키의 루이스 호수 다른 쪽 끝까지 걸어가면 있었던 작은 섬 같다. 호수 속 작은 섬에, 내가 바지를 걷어 올린 채 막내를 업고 물을 건넜던 기억이 난다. 로빈슨 크로우가 된 양, 그 작은 섬을 탐험했었지. 동영상도 남겨 두었었다.
오늘 수능 보고 지쳐 돌아온 막내딸. 고생했다
11월 14일 금요일
오늘 아침은 오믈렛이 나름 그럴듯한 모양으로 나왔다. 한국에서 먹던 해동한 패션푸르트는 너무 시어서 먹지 않았는데, 현지에서 생과일로 먹으니 아주 향긋하고 새콤하니 먹을만했다.
냉장고 털이를 어느 정도 마치고, 오늘은 용관과 함께 마크로를 향했다. 총이는 숙소에 남아 글쓰기 교실 관련 일을 하기로 했다. 벌써 세 번째 가는 길이다 보니,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전봇대에 올라 작업하는 아저씨들이 보인다. 사다리가 특이하다. 대나무로 엮어 만든 사다리다. 그래, 이곳에서는 가벼운 대나무 사다리가 유용하겠다. 저번에도 보았던 유칼립투스 나무 조림된 숲이 보인다. 살랑살랑 유칼립투스 향기가 난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걷던 기억이 났다.
멋진 모자와 선글라스를 쓴 강아지를 태우고 다니는 한 태국 사람을 보았다. 너무 재밌어서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으니, 흔쾌히 승낙한다. 여기 개들은 축 늘어져 있다. 아마도 땀구멍이 없어 더위를 힘들어하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땅을 파고 차가운 흙이 나오자 거기에 배를 깔고 눕는 강아지를 보았다.
불교 국가답게 코끼리상과 탑 등 조각들이 보인다. 마크로의 근처에는, 아쿠아리움도 있다.
오늘도 3천 밧 넘게 쇼핑을 했다. 열대 과일의 나라이니 과일 종류를 많이 샀다. 다음 주 총과 용관의 생일용 치즈 케이크도 샀다, 비록 조각 케이크이지만. 8밧짜리 요거트 소프트콘도 하나씩 먹어줘야지. 샐러드 코너에서 시식을 하고 샐러드 한 팩이 얼마냐고 물으니, 판촉행사로 무료라고 한다. 이게 웬 개꿀. 1인당 한 개씩 가져도 되냐 했더니, 그건 안 된단다. 내가 좀 너무 했지?
가장 저렴한 그랩을 10분 동안 기다려 돌아왔다. 지쳐고 배고파 사 온 것들을 쑤셔 넣었다. 무료 시저 샐러드와 찹쌀밥과 망고에 코코넛 밀크를 얹어먹는 '카오 니여우 마무앙', 블루베리잼과 땅콩버터를 바른 빵, 바나나 등. 여기에 김치볶음밥까지, 엄청 먹었다. 핸드폰을 보니, 우종학에게 페이스북 전화가 와 있었다. 웬일인가 하여 연락하니, 용인 근처를 지나다가, 점심이나 할까 해서 전화했다고 한다. 내 브런치를 전혀 안 보고 있었군.
오후에 용관은 오이피클을 만들었다. 저녁은 역시 삼겹살.
11월 15일 토요일
인간들이 나의 건강 식단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바나나를 기름과 버터에 구워 황설탕을 뿌리질 않나, 땅콩버터와 블루베리잼을 듬뿍 발라 '정(제) 탄(수화물) 폭탄'을 폭식하질 않나. 지적질하는 내게 '폭식'이란 폭력적 단어를 쓴다며, 둘이 협공한다. 조만간, '계몽적 계엄'을 선포해야겠다.
오늘은 습도도 낮고 산들산들 바람도 불어 상쾌하다. 총은 식사 후에 수영장 썬 베드에서 작업하고, 용관은 베란다에 앉아 글을 쓴다.
자고 먹고 운동 외에는 뭐 하나 싶겠지만, 나머지 시간은 온갖 수다를 떤다. 온갖 잡상식과 정치, 역사, 언어, 민희진과 뉴진스까지. 오늘 아침에는 설겆이, 삯월세, 자장면이 설거지, 사글세, 짜장면이 된 이야기와 의견, 영어와 한국어의 문어와 구어의 차이와 변화 등을 떠들었다. '용과'를 앞에 놓고서는, "이 용관은 생각보다 껍질을 벗기기 쉬워."라거나 "용관은 냉장실에 넣어둬야 시원하게 먹을 수 있지."라는 아재 개그를 한다든지.
점심은 닭날개를 구워, 용관이 만든 오이피클과 함께 먹었다. 식전에 일부러 오이와 토마토 한 개씩을 먹었다. 이것으로 만족할 수 없던 우리들은 식빵과 잼과 땅콩버터와 바나나 등으로 고열량 폭탄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룽안을 먹었다.
지난주처럼 주말이면 이곳 리조트에 손님이 더 늘어나는 것 같다. 하루 종일 수영장에 사람이 많다. 단골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식당에서는 무선 데이터에 속도가 빠르다. 아마도 숙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린 것 같다.
운동과 수영을 오후에 해보니 저녁 식사 후 부대낀다는 얘기가 있어, 오늘은 시간을 저녁으로 옮겼다. 그랬더니 이번엔 물이 차갑다.
길고 긴 4주 파타야 살이의 반환점을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