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수~21.금 찡짞, 마사지, 마지막 장보기
11월 19일 수요일
오늘은 총의 생일 겸 용관의 아내 모씨의 생일이다. 남겨둔 치즈케이크 세 조각을 생일 케이크로 올리고, 용관은 카톡 통화로 아내를 위해 준비한 노래를 불렀다.
어제저녁에 숙소에 손님이 찾아왔다. 귀여운 도마뱀. 태국어로는 찡짞, 캄보디아말로는 찐짜라고 불리는 녀석이다. 투명한 게, 어린 새끼 같았다. 벌레들을 부탁한다.
총은 오전 중에 홀로 카페에서 작업하러 집을 숙소를 나섰다. 뭐, 생일인데 이런 낭만도 있어야지.
점심은 비빔면을 준비했다. 마크로에서 쩐내 나는 한국산 삼양 사리면을 괜히 15개나 샀다가 해치우느라 고생이다. 여러 번 물로 헹궈 쩐 맛을 제거하고, 오이, 당근, 토마토, 사과를 듬뿍 넣고 계란 프라이를 얹어 그럴듯하게 먹었다. 용관 말로는 '쇠자'같다는 식칼로 채를 써느라 애먹었다.
늘 그랬듯 운동과 수영, 그리고 서둘러 마사지샵으로 향했다. 태국에 온 지 거의 3주 만에 처음 가본다. 1시간 타이 마사지에 200밧. 이곳에서 본 최저가 마사지 샵이라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있었다.
사장님이, 며칠 전 그 앞을 지나가면서 다시 오겠다 했던 총의 얼굴을 알아보고 몹시 반가워한다. 나는 영어를 거의 못 하는 아주머니에게 마사지를 받았다. 내향적인 나는, 아무 대화 없이 마사지만 받으니 오히려 좋았다. 조금 떨어져 있는 총과 용관 근처에는, 호호호 깔깔깔 웃음소리가 요란하다. 처음 우려가 무색하게, 역시 태국 마사지는 기본 수준이 높은 것 같다. 생선에서 살을 발라내듯, 몸의 모든 근육을 잘근잘근 눌러 주는 느낌이다.
오늘이 총 생일이라는 얘기를 들은 마사지샵 아주머니들이, 어느새 작은 초코 조각케이크에 초를 켜고 생일 축하를 해 준다. 참 친절하고 고마운 태국 사람들이다. 총의 강권대로, 내 생각에는 과하다 싶게 50밧씩 팁을 드렸다. 저녁은 샵 근처의 현지 식당에서 평소처럼 먹었다.
11월 20일 목요일
오늘 아침까지 열심히 2차 냉장고 털이를 실시했다. 이번이 마지막 대량 장보기가 아닐까 싶다.
오늘은 낮 최고 기온 25도 밖에 되지 않는다. 바람이 선선하고 걸어갈 만하다. 어제 가족들에게 태국에서 사다 줬으면 하는 것을 물었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다. 과자, 라면, 벤토, 태국 차를 샀다.
어떻게 하면 태국에서 현금을 가장 저렴하게 인출할 수 있나. 최종적으로 알아낸 SCB은행 ATM기로 GLN QR인출을 시도했다. 그런데, 또 수수료가 많이 붙었다. 수수료 무료 이벤트라 85밧을 환급해 준다는데, 그래도 계산이 안 맞는다. 뭐가 잘못된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GLN에서 미리 바트화로 환전을 해 뒀어야 했나.
늘 그랩에서 standard 대신 saver라는 등급의 차량을 70밧대에 타고 돌아갔다. 그런데, 용관이 호출한 이번 그랩 기사는 11분 거리에서 전혀 움직이질 않는다. 문자도 답이 없고 그랩 전화도 끊어버린다. 우리가 취소하면 30밧이나 페널티를 문다. 이럴 때, 그랩이 대책 없다. 내가 다른 차량을 수소문했지만, 거의 100밧을 내도 호출이 안된다. 날도 선선하니, 그냥 장본 짐들을 3개씩 들고 숙소까지 걸었다. 한 15분쯤 걸었을 때, 그 못된 그랩 기사가 어쩔 수 없이 자기 측에서 콜을 취소했다. 아마 약간의 페널티를 먹었겠지. 자업자득이다.
돼지고기와 닭날개 등을 많이 사 왔지만, 너무 지쳐서 그냥 버섯과 숙주를 넣어 라면을 끓여 먹었다. 물론 사리면의 쩐맛을 제거하기 위해서, 면만 먼저 삶아 여러 차례 씻어 다시 조리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오후에 나는 쉬고, 체력 좋은 둘은 운동과 수영을 했다. 저녁에는 좀티엔 야시장에 가려 했지만, 총이 너무 피곤하다 하여 그냥 숙소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그리고 빨래방에 다녀왔다.
11월 21일 금요일
장본 다음 날이라 먹을 것이 많다. 일주일 전에 사놓았던 구아바는, 분홍빛이 감도는 게 아주 잘 익었다.
점심은 소금과 후추로 간한 닭날개를 구웠다. 영계를 주로 먹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닭날개가 굉장히 커 한 입에 먹기 버거울 정도다. 여기서도 역시 용관의 피클이 위력을 발휘한다.
오후에 운동과 수영, 샤워를 마친 후, 총은 근처 식당에서 식사 후 일을 하고, 용관과 나는 좀티엔 야시장에 가 보기로 했다. 태국에서 여성들이 치마처럼 두르거나 비치웨어·랩스커트처럼 사용하는 얇은 천인 '사롱'을, 용관이 사고 싶어 했다.
'사롱'을 파는 곳은 없었다. 10밧짜리 미트볼 꼬치구이 4개, 5가지 맛 타코야끼 2개씩 총 10개 60밧, 수박 30밧을 사 먹었다. 케밥, 스테이크는 다음번에 먹어보자 했다.
용관의 e sim이 갑자기 만료되어 총과 연락이 어긋났다. 총은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노점에서 로띠와 코코넛을 사서 숙소에서 저녁을 먹었다. 로띠 파는 청년이 의외로 전문가의 포스가 있다는 얘길 하며.
오늘도 밥 먹는 얘기만 했다. 이제 1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