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이 아니라, 언어적 성폭력이 아닐까?
단체교섭 과정에 1주일 만에 노무사로 사측으로 특채되어 변호사 및 변리사와 동일한 대우의 연봉을 받던 사측 인사가 있었다.
5년 전쯤 일이다. 그가 조합원에게 성적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노동조합은 그의 발언에 대해서 '성폭력'이라고 표현하며 강하게 질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자 대다수가 여성인 비조합원들이 그를 옹호하는 익명의 이메일을 보내며 여론전을 펼쳤다. 그는 평소 그럴 사람이 아니며, 그의 발언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는 있어도 '성폭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노동조합에서 정치적으로 과장하여 침소봉대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성폭력'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 전체'를 포괄하여 이르는 용어다. 곧 '성폭행'에서 '추행'이나 '성희롱'등을 모두 포함한다. 노동조합의 성명서에 대한 비조합원들의 비난은 "모씨는 경기도민인데, 노동조합에서 왜곡하여 한국사람이라고 말한다"는 식의 논리적 모순인 것이다.
오늘 하고 싶은 '개소리'는 '성희롱'이라는 용어에 대한 것이다. AI에 문의하니, "성희롱은 '지위를 이용해 원하지 않는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굴욕감 등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희롱은 대부분 형사범죄가 아니라 행정·노동법 문제입니다. 대표적으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나 국가인권위원회법 등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으로 가끔 심문회의에 참석하다 보니,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다루는 경우가 제법 있다. 그런데, '희롱'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 나는 신윤복의 그림에서 양반들이 기생들을 희롱하는 그림이 떠오른다. '희롱'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 말이나 행동으로 실없이 놀림. 2. 손아귀에 넣고 제멋대로 가지고 놂. 3. 서로 즐기며 놀리거나 놂." 유의어로는 유희, 장난, 장난질 등이 있다.
직장 내 성희롱으로 문제가 되어 지방노동위원회에 온 가해자들의 태도도 이 뜻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심각한 잘못으로 여기는 이를 본 적이 없다.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고, 오해라고 한다. 설사 잘못이라고 해도 징계가 과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주장이다. 이들의 반성 없는 태도의 일부 이유에는 '희롱'이라는 '용어 정의'에 있다는 생각이다. 그냥 '유희, 장난'이었다는 얘기다. 앞서 말한 비조합원들의 가해자 옹호 내용에도 등장한 뉘앙스도 그런 것이었다. '성폭력'이 아니라, 그냥 가벼운 '성적인 농담', '희롱'일뿐이라는 것이다.
난 '성희롱'이라는 가볍고 왜곡된 단어를 '언어적 성폭력'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폭력적' 신체 행위와 동일하게 '폭력적' 언어 행위라는 인식이 용어에서부터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말이 장난이나 희롱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것을 정확히 이름 붙이고 인식할 수 있다. '장난'이 아니라 '학교 폭력'인 것처럼, '성희롱'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과 자존감을 폭력적으로 짓밟는 '언어적 성폭력'으로 정의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