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2일(수) 에제, 모나코, 이탈리아, 스위스 베른까지
오늘도 700km, 운전만 7시간 이상 예정된 날. 프랑스 에제, 에제 해변, 모나코를 찍고 이탈리아 북쪽을 거쳐 스위스 베른 근처 숙소로 향한다. 조용했던 프랑스 Villecroze 숙소 주인아주머니와 사진 한 장을 찍고, 출발했다.
프랑스 니스 옆, 작은 마을 에제, 어디서 찍어도 화보가 나온다는 에제. 관광안내소에 한국분이 계셨고, 한국어 안내지를 주셨다. 아침이라 그런지 구름이 산마다 걸려있고, 하늘이 예쁘게 나오지는 않았다. 대신 걸을만했고, 정말 곳곳이 아름다웠다. 고장난 디지털 카메라 대신 구매한 저가형 똑딱이 카메라가, 다 담아내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울 뿐. 해외에서 요즘은 보기 힘들었던, 일본인 단체 관광객들도 보였다.
어느 가게 앞에 옛날 카메라 필름처럼 색반전된 이상한 그림들이 있었다. 그 그림을 30초간 뚫어져라 집중해 보고 있다가 눈을 감으면, 실제 그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에제와 모나코 사이에 한 해변으로 구불구불 내려갔다. 해변은 동그란 자갈이 깔린 물 맑은 해변이었다. 주차할 곳을 겨우 찾긴 찾았는데, 해변에서 너무 멀어서 아이들과 아내만 내려보내고, 나는 그냥 주차장에서 대기했다. 아쉬움은 아이들이 찍은 사진으로 대신하고.
모나코. 지형은 에제와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번화하고 왠지 정신이 없었다. 주차하기 어렵다더니 역시였다. 시내에서 먼 곳은 주차할 곳이 많지만, 돈을 내고 주차하려고 해도 가까운 곳은 주차할 곳을 찾아 10분간 헤매다가 그냥 포기했다. 그레이스 켈리의 결혼식이 있었다는 성당 등을 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이번 여행에 1개국을 추가한데 의미를 둘 수밖에. 그냥 차 창밖으로 구경하며 언덕길로 모나코를 빠져나와 올라왔다. 모나코를 빠져나온 후 언덕 위 길가에 잠시 주차하고 위에서 내려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지중해 옆을 달리는 고속도로에는 골짜기마다 아름다운 이탈리아 마을들이 있었다. 스위스 직전 이탈리아 쪽 흔한 주유소에서 보이는 풍경도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차에서 아내가 준비한 주먹밥에 볶음 고추장을 발라서 점심으로 먹었다.
30유로 가까운 통행료를 내며 이탈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엄청난 규모의 터널을 지났다. 터널의 일부 구간은 산을 ㄷ자로 파놓은 형태여서, 한쪽으로 엄청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터널을 나와서 만난 스위스는 입이 딱 벌어졌다. 공기부터 풍경, 산, 구름, 너무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갑자기 현실에서 벗어나 동화 속의 나라에 들어간 것 같은, 정말 비현실적인 느낌.
스위스에는 1년 동안 유효한 ‘비넷’이라는 도로 통행권을 사서 차 앞에 두고 통행해야만 하는데, 첫 번째 가게에서 아주 선한 인상의 스위스 꼬부랑 할머니에게 사기를 당했다. 40 스위스 프랑 짜리 비넷을 파는데, 카드결제 말고 유로로 내도 된다면서 40유로를 받아갔다. 나에게 환차익을 챙긴 것.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어찌나 기분이 나쁘던지.
어쨌든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아가는 길도 아름다웠는데, 정말 산속에 떡 하니 홀로 자연 속에 있었다. 최고의 전원주택을 만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