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1일(화) 베흐동 호수&협곡, 동화 속 마을 무스띠에 쌩뜨 마히
일기예보를 보니, 폭염이란다. 10시만 넘으면 30도가 훌쩍 넘는 걸로 나왔다. ‘안 되겠다.’ 싶어, 6시에 일어나서 아침도 건너뛰고 7시가 되기 전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오늘 갈 곳은 Verdon(베흐동) 호수, 무스띠에 쌩뜨 마히(스펠링으로는 ‘마리’지만, 프랑스어 R발음은 우리말 ‘ㅎ’에 가깝다), 베흐동 협곡이다. 베흐동 협곡은 땡볕이라도 드라이빙 코스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걸어야 하는 코스인 호수와 ‘도자기 마을’ 구경을 11시 전에 끝내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베흐동 호수는 너무 아침 일찍 도착한 탓인지, 빛이 부족해 원래의 그 환한 옥색의 물빛이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러, 사진을 찍었다. 너무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동네 참새들만 짹짹 요란하다. 조용한 마을길을 걸어 호수까지 걸어 내려갔다. 호수는 평화로웠다. 잠시 수영을 할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미처 수영복을 챙기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무스띠에 생뜨 마히 가는 길에 펼쳐져 있던 뜨거운 햇살 아래 해바라기 밭들, 거의 반사적으로 고흐가 생각이 났다. 다소 엉뚱한 둘째 딸내미가 한 마디 했다. "해바라기 씨가 먹고 싶다." 또 다른 풍경은 광활한 보라색 라벤더 밭들. 두 가지 냄새가 났다. 하나는 당연히 라벤더 냄새, 또 하나는 희한하게도 빨래 덜 마른 냄새. 도대체 이유가 뭘까?
‘무스띠에 쌩뜨 마히’는 대한항공인가 광고에 나와서 유명해졌다는 곳인데,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바위 산을 끼고 집과 길, 냇물, 마을이 이뤄졌는데, 높이 보이는 좁은 골짜기 사이에는 줄로 연결해, ‘별’을 달아 놓았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내 건너편에도 집들과 종탑이 보였다.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전 9시가 막 지난 아침이라, 아마도 주민들은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듯했다.
마을 꼭대기에 있는 작은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도 좋았다. 난간과 계단이 모두 돌을 쌓아 만들었고, 중간에 성벽을 통과하는 통로도 있었다. 아마도 옛날에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방어하는 성으로서 기능했을지 모르겠다. 올라가는 길, 위에서 아래쪽으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의 알록달록한 붉은 기와지붕과 풍경이 아름다웠다. 산 위 성당은 조용하고 소박해서 아름다웠다. 멀리 베흐동 호수도 살짝 보였다. 사람도 많지 않고 조용했는데, 일찍 출발해서 움직이길 잘했다 싶었다.
아침, 점심을 대충 빵으로 해치워서 배가 좀 고팠는데, 갓 나온 바게트를 사서 가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어디서 파냐?”라고 물어서 빵집에도 들렀다. 빵집에는 희한하게도 파리가 아니라, 벌들이 많았다. 60cm 정도 길이의 바게트와 페스츄리 빵을 샀다. 마을에서는 아까 지나면서 보았던 라벤더를 원료와 주제로 한 말린 라벤더와 향수, 보라색 곰인형 등을 팔고 있었다.
다시 베흐동 호수와 협곡으로 돌아갔다. 햇살이 호수를 비추니, 에메랄드 빛깔의 물색이 살아나서 너무 아름다웠다. 호수에서 협곡으로 이어지는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카약이나 작은 뗏목 같은 것을 타고 협곡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베흐동은 그랜드 캐년처럼 깊은 협곡을 이루고 있었고, 협곡 사이에는 베흐동 강이 아름답게 흐르고 있었다. 운전하기 상당히 위험한 협곡이었다. 그 길을 거의 3시간가량 운전하니, 초긴장 상태가 되어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