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ing Field에서
Killing Field에서
너무 고요하다
푸른 하늘과
티 없는 구름이
시린 햇살을
평화로운 땅 위에
어그러지고
뒤틀린 줄기들이
땅속에서
죽은 자들의
앙상한 팔들마냥
흐드러지게 춤추는
나비들도
그들의 원혼처럼
왠지 쓸쓸하다
구덩이에 고인 물도
까칠한 잡초들도
믿어질까
이 아름다운 땅 위에서.
내 뒤를 따르는 건
들릴 듯 말 듯
구슬픈 소리를 내며
자비를 구하는
두 명의 아이들
죽은 자는
죽은 자.
산 자는
오늘 살기 위해
죽은 자를 판다
그리고
그저 조용하다
그래서
화가 난다
1999.2.17.수
※ 1999.1월 프놈펜의 '킬링필드 기념탑'을 방문한 후에 쓴 글이다. '킬링 필드 기념탑'은 죽임 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유골이 무더기로 묻혀 있던 지역에 세운 해골로 이뤄진 기념탑이다. 너무도 아름다운 평화로워 보이는 이 땅에 높이 세워진 웅장한 탑 속에 누렇게 빛이 바랜 해골들이 차곡히 쌓여있었다. 그곳에 날아다니던 많은 새들과 나비들이 마치 그들의 영혼들인 것처럼만 느껴졌다. 그곳의 보리수나무는 여러 뿌리와 줄기가 뒤엉켜있어 등걸이 굵고 높고 울창하게 서 있었다. 작고 구슬픈 소리를 내며 우리 뒤를 따라다니며 구걸하는 여자 아이 둘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