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J-01] 70년 개띠 아재의 시

Killing Field에서

by 딸삼빠

Killing Field에서


너무 고요하다


푸른 하늘과

티 없는 구름이

시린 햇살을

평화로운 땅 위에


어그러지고

뒤틀린 줄기들이

땅속에서

죽은 자들의

앙상한 팔들마냥


흐드러지게 춤추는

나비들도

그들의 원혼처럼

왠지 쓸쓸하다


구덩이에 고인 물도

까칠한 잡초들도


믿어질까


이 아름다운 땅 위에서.


내 뒤를 따르는 건

들릴 듯 말 듯

구슬픈 소리를 내며

자비를 구하는

두 명의 아이들


죽은 자는

죽은 자.

산 자는

오늘 살기 위해

죽은 자를 판다


그리고

그저 조용하다


그래서

화가 난다


1999.2.17.수


※ 1999.1월 프놈펜의 '킬링필드 기념탑'을 방문한 후에 쓴 글이다. '킬링 필드 기념탑'은 죽임 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유골이 무더기로 묻혀 있던 지역에 세운 해골로 이뤄진 기념탑이다. 너무도 아름다운 평화로워 보이는 이 땅에 높이 세워진 웅장한 탑 속에 누렇게 빛이 바랜 해골들이 차곡히 쌓여있었다. 그곳에 날아다니던 많은 새들과 나비들이 마치 그들의 영혼들인 것처럼만 느껴졌다. 그곳의 보리수나무는 여러 뿌리와 줄기가 뒤엉켜있어 등걸이 굵고 높고 울창하게 서 있었다. 작고 구슬픈 소리를 내며 우리 뒤를 따라다니며 구걸하는 여자 아이 둘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