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2일(토) 나폴리 도보 강행군
나폴리는 가이드 투어도 없고, 특별히 어디를 가려는 계획도 없었다. 어제도 2만보를 넘게 걸어 너무 피곤해서, 오늘은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일정을 짜자고 했다. 한 블로거의 나폴리 도보여행 일정을 따라 일정을 잡았다. 그렇게 느지막이 11시가 넘어서 집을 나섰다.
먼저는 Castel Sant'Elmo, 세인트 엘모 성이다. 나폴리를 방어하기 위해서 세운 성이라는데, 벽체의 두께가 1.5미터는 넘는 듯 보였다. 곳곳에 총이나 대포 공격을 위한 구멍들이 있었다. 꼭대기에 지그재그로 올라가면 나폴리 일대가 다 내려다 보인다. 세계 3대 미항이라는데, 잘 모르겠다. Sant'Elmo 성 위에는 희한한 벽시계가 있었는데, 시곗바늘이 칼처럼 생겼고 정기적으로 칼날 휘두르듯 돌아갔다.
다음에는 Piazza Vittoria라는 해안가 광장으로 내려가는 길.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골목길, 계단길을 구글맵이 알려준다. 이탈리아 평범한 마을의 평범한 삶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정말 긴 계단과 집들. 우리로 치면 달동네 같았다. 옹알이를 하는 아기와 같이 옹알이로 대화하는 엄마의 목소리. 햇살에 널어놓은 빨래.
우리는 다행히 내려가는 길이었지만, 그 끝없는 계단을 올라오는 관광객들이 제법 보였다. 얼굴을 보며 쓰윽 웃어줬더니, '얼마나 더 가야 하냐?'라고 묻는다. 'Over 100m?' 절망 섞인 탄식.
40분여 계단과 좁은 골목을 지나서 도착하니, 이미 지쳐버렸다. 숙소로 돌아가자고 한다. 그럴 수는 없지. Vittoria 광장에 있던 사자상의 표정이 재미있다. 한 사자는 "엉?"하고 멍한 표정, 다른 사자는 "아앙~"하고 교태 띤 표정으로 아양을 떨고 있다.
잠시 나폴리 바닷가를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쉬었다. 유럽 사람들은 정말 햇볕을 좋아하는 듯. 그 땡볕에도 놀이터에 아이들과 부모들이 가득하다. 볕에 타다 못해, 거의 흑인처럼 보인다.
저 멀리 Ovo Castle(오보 성)이 보인다. 바다에 위치한 성인데, 파도와 그 짠물을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싶다. 바다 위에는 우리 서해나 남해에서처럼 뭔가를 양식하는 듯 부표 같은 설치물들이 보였다. 오보 성에 도착해서 아래를 내려보니, 바다에 헤엄치며 뭔가를 채취하는 사람들도 있다. 성 옆으로는 한 번의 날갯짓도 없이 갈매기가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난다.
'오보 성까지만 보고, 돌아가자.'는 걸, 어차피 전철역까지 가는 길에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 있으니 힘을 내자고 했다. Piazza del Plebiscito(광장), 공사 중이던 Royal Palace of Naples과 그 건너편에 성 베드로 대성당을 닮은 멋지고 웅장한 성당(십자가가 있는 부분은 약간은 이슬람 양식의 돔처럼 보였다), 극장인 San Carlo Theatre(Teatro San Carto)는 공사 중이었고, 성인 Castel Nuovo까지. 너무 지쳐서, 앞에서 사진을 찍기만 하고, 안을 구석구석 누비지는 못했다.
정말 가고 싶었던 Museo Cappella Sansevero는 가지 못했다. 거기에는 대리석으로 조각한 베일은 덮은 예수상이 있다는데, 사진으로 본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놀랍다. 어떻게 대리석으로 베일을 씌운 모습을 나타내며 그물을 표현해 낼 수 있을까? 지친 몸이 아쉬울 뿐. 어떤 블로그에서 봤던, 저렴하면서도 맛있다는 O'Luciano이라는 식당도 못 갔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