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1일(금) 쓸쓸한 폼페이를 지나, 나폴리로
6시부터 일어나 서둘렀지만, 8시 30분이 넘어 폼페이를 향해 출발했다.
폼페이 유적지는 생각보다 넓다더니, 정말 꽤 넓은 곳이었고, 정말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뜨거운 날이었다. 태양을 피할 그늘은 건물벽 밖에 없었고, 흙먼지가 날렸다. 바위가 깔린 길은 걷기에 조심스러웠다. 딸들은 챙있는 모자를 썼으니 양산을 아빠한테 좀 달라고 했다. 둘째 딸내미가 자기도 더워서 일부러 챙겨 왔는데, 왜 아빠에게 줘야 하냐고 찡찡거렸다. 여행 내내 조금만 힘들어도 툴툴거리며 인상을 구기던 둘째에게,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폼페이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다녔다. 그래서, 오늘은 더욱 내 사진이 없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작은 고대 도시가 그대로 고대의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사람들만 사라진채. 2천 년 전에 공중목욕탕, 아궁이도 있고, 잘 정비된 도로와 집과 정원, 타일과 그림과 문양, 아폴론 신전과 원형 경기장까지 대단한 문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도자기, 맷돌, 돌탁자, 코를 가리고 죽어간 사람들과 괴로워하며 뒤틀려있는 반려견의 석고상. 여전히 발굴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과 사람들이 보였다.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이곳은 엄청난 비극으로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죽어간 곳 아닌가. 그런데, 사람은 다 사라진 채 길과 건물이 남아있다. 누군가의 빈 집과 정원, 우물, 수돗가, 목욕탕. 삶에 몰래 들어와 훔쳐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묘하게 쓸쓸하고 허무한.
이제 아말피를 향해 달린다. "구아르 달 마레 꼬메 벨로~ 스피라 딴또 센띠 멘또~" 80년대 말 영등포고등학교를 다녔으면, 동양 최고의 3옥타브 죠스 선생님의 지도로 누구나 외우고 있을 "돌아오라 소렌토로(또르나 쏘렌토)"에 나오는 그 소렌토 항구를 지났다. 아름다운 항구와 집들, 바다와 수많은 하얀 요트, 멀리 베수비오 화산이 보였다.
'포지타노'라는 알록달록 아름다운 마을과 멋진 하얀 요트들이 가득한 바다를 지나, 아말피 해변을 향해가는데, 길이 점점 좁아지더니 나중에는 그냥 차들이 서 있다. 앞에 도로공사를 해서 못 간단다. 헐~ 미국서부여행 때 신나게 캘리포니아 1번 해안도로 타고 샌프란시스코 가다가 길이 폐쇄되었다고 못 가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는 길이나 좋았지, 되돌아가는 길은 경치는 좋지만 정말 좁은 도로를 계속 지그재그로 누벼야 하는 길..ㅠㅠ 되돌아서 엄청 피곤한 길을 달려 나폴리에 도착했다.
영어를 거의 못하시는 이탈리아노 주인 부부와 구글 번역기로 대화하며 들어왔다. 집은 이번에도 좋았다. 도로 옆이라 좀 시끄럽긴 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