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0일(목) 대중교통 파업한 로마, 도보 관광
오늘은 원래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늘어지게 늦잠이나 자고 그냥 숙소에서 하루 종일 빈둥거렸으면 싶었다. 그러나, 마님께서, "이 놈 돌쇠야, 로마에는 언제 또 와 보겠느냐?" 하셔서, 어제 가이드께서 추천하셨던 오렌지 정원, 아벤티노 언덕을 가기로 했다.
‘Tabacci’라는 담배도 팔고 버스나 전철 티켓도 파는 구멍가게에서, 1.5유로짜리 8장의 승차 티켓을 샀다. 만 10살까지는 무료여서, 막내는 표가 필요 없었다.
아무리 이탈리아라지만, 기다리는데 너무 버스가 안 왔다. 갑자기 한 이탈리아 청년이 “영어 할 줄 아냐?”라고 묻더니, “파업으로 오늘은 버스도 전철도 안 온다.”라고 얘기해 주었다. 어쩐지, 구글 맵에서, ‘이동 불가능’이라는 이상한 메시지가 뜨더라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집으로 돌아가서 그냥 쉴 거냐? 아니다. 마님께서 “아낀 버스비로 젤라또를 먹여줄 테니, 걸어가라.” 하신다. 거의 5km 거리지만, 그냥 가기로 했다.
최대한 그늘로 숨어 걷고 또 걸었다. 온통 천사상들이 가득한 St. 천사의 성과 천사의 다리를 지나, 테베레 강을 따라 걸었다.
로마의 유적지들이 내려다 보이던 매미소리와 햇살이 평화로왔던 오렌지 정원. 한국에서는 흔하게 보던 소나무 같은 침엽수가 오히려 독특해 보였고 아름다웠다. 오렌지 정원 앞에도, ‘짝퉁’ 진실의 입이 있었다.
아벤티노 언덕의 한 문에는, 성 베드로 성당이 보인다는 열쇠구멍이 있었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똑딱이 카메라의 한계로 열쇠 구멍 속 성당을 담지 못했다.
발목이 아프다는 막내. 툴툴거리는 아이들. 그렇게 조용한 오렌지 정원에 도착해서 로마 시내를 내려다보고, 아벤티노 언덕의 성당에서 성 베드로 성당이 보인다는 열쇠구멍도 들여다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물론 오는 길에 젤라또 하나 충전했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로마시내에서 경차들이 참 많은데, 오늘은 아예 차와 차 사이에 옆으로 주차한 정말 짧은 차도 보았다.
올해는 유럽여행을 준비하다가 음력 5월인 아내 생일을 놓쳤다. 하필이면 윤달이 있어서 평년보다 무지 빨랐던 것. 그래서 그냥 놓친 김에 ‘윤달 5월’을 임시생일로 정해놨는데, 그조차 여행 중이라 정신을 놓고 이틀을 지나버린 것이다.
돌아오면서 까르푸에 들렀는데,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치즈 케이크가 없다. 대신, 막내가 자기 돈으로라도 꼭 사겠다고 고집해서, ‘톰과 제리’에 나올 법한 큰 조각치즈 한 덩어리를 샀다. 그냥 어제 산 미역과 까르푸에서 산 쇠고기로 미역국을 끓여 먹였다. 케이크는 동네 베이커리 찾아서 저녁에 준비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