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X-01] 70년 개띠 아재의 개소리

양자택일 하라는 어리석은 질문

by 딸삼빠

"Don't trust anyone over 30." 한동안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올렸던 내용일 거다. 나이 먹고도 꼰대 되지 않기, 이건 X개가 X를 끊는 것만큼 힘든 일이 아닐까? 이 글 모음은 이런저런 잡다한 얘기를 담으려고 하는데, 세상을 보는 70년 개띠 아재의 '개X철학'이다. 그런데, 개X철학도 '철학'아닌가? 그거 부담스럽다. 그냥 70년 개띠 아재의 '개X'이다.


내 정치성향은 무엇일까? 난 그냥 대한민국 평균에서 약간 진보적인 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진보라고 하면 모든 이슈에 대해서 다 진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쉽게 비난한다. 모든 삶의 영역에서 진보일 수도 없고, 그 반대도 불가능하다. 종교적으로는 보수적인 편이다. 단적으로 한 번은, 단기사병으로 복무 중에 중대장이 예배에 내 보내주지 않아 탈영하려고 했었다. 신앙을 가진 후로는, 노동조합 임원이 되기 전까지 20여 년간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담배는 원래부터 피우지 않았다.


얼마 전 대선이 있었고,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소위 진보진영(실제로는 중도 우파)의 후보에게, 진보적 의제에 대해서 명확한 답변을 요구한다. 대표적인 것이 '동성애'에 대한 생각을 묻는다. 반면, 수구진영에서는 반미인지, 반일인지, 친중인지, 반중인지 묻는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솔직하지 않다. 그냥 자신의 표에 도움이 되는 답변을 한다. 그나마 당선권에서 먼 양 극단에 있는 정치인은 분명히 대답할 수 있다. 그런데, 1,2%로 당락이 좌우되는 후보들은 모호하게 답변하거나 질문하는 사람들의 의도나, 표에 도움이 되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 이렇게 대답했다고 난리가 난다. 소위 진보진영, 진보매체가 더 비난하고 공격한다.


이런 상황을 보면, 난 마음이 답답해지면서, 몇 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압박면접'이다. 챗GPT에 물어보니, 도발적인 질문: "이 정도 실력으로 왜 지원했나요?", 부정적인 피드백: "이 경력으로 이 직무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장시간 질문: 계속된 꼬리 질문으로 피로 유도, 침묵 혹은 무표정 반응: 지원자를 불편하게 만듦 등을 한다고 한다. 이유는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반응과 대처 능력, 심리적 안정성, 문제 해결력 등을 보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런데, 누가 이런 '압박면접'에 강할까? 냉정하고 계산적이고, 지능이 높고, 계획적이고 감정의 동요가 없는 사람이 잘할 것 같지 않나? 바로 '사이코패스'의 정의에 가깝다. 내 생각에, '압박면접'은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한 별로 도움이 되는 질문방식이 아닌 것 같다. 우리가 질문을 하는 의도는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을 뽑으려 하거나, 사이코패스를 원하기 때문이 아니니까. 박근혜도 대선 때는 문재인과 공약의 차이가 없었고, 윤석열도 검찰총장이 되기 위해서 모든 이들을 속이며 철석같이 검찰개혁을 약속했다. 선거 때 공식적인 질문들과 그에 대한 대답은 사실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른 하나는, 앤도 슈샤쿠의 '침묵'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에게 성화를 밟도록 하는 장면이다. 성화 위를 걷게 강제하는 이는, 성화 위를 걷는 이의 참 신앙을 정말 알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배제하고 제거하고 죽이려는 목적을 가지고 시험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모 후보의 혐오와 배제의 질문과 닮아있다. 덫을 놓는 질문은 오히려 거절해야 마땅하지 않나. 우리는 진실을 말하고 결연히 죽임을 당할 순교자를 뽑고 싶은 게 아니니.


글을 쓰다 보니, 하나 더 생각이 났다. 마가복음 12장의 사건이다. 13절을 보면, 바리새파 사람들과 헤롯 당원 몇이 말로 예수를 책잡으려고 왔다. 목적이 분명하다. 그들은 먼저 입에 발린 칭찬을 쭈욱 늘어놓는다. 그리고는, 양자택일의 질문을 던진다. 식민지 이스라엘을 지배하는 황제에게 세금을 내야 하는지 말아야 할지. 내라 하면 백성들이 욕할 것이고, 내지 말라하면 법에 걸린다. 예수께서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드려라."라고 훌륭한 대답을 내놓았고, 그들은 예수께 경탄하였다고 한다. 그 때는, 악당이라고 해도 순수한 구석이 있었나 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대선토론회에서 이런 식으로 대답한다면, '미꾸라지 같은 비겁한 대답'이라며 천하의 예수님도 양쪽 진영으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것 같다.


개X같은 나의 생각은 이렇다. 거짓말을 잘하거나 혹은 진실하지만 순진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세우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런 질문들을 하는 것도 지혜롭지 않고, 그 표면적 대답에 따라 비난하고 욕하는 것은 더 문제가 있다. 그럼 어떻게 옥석을 가릴 수 있을까?


야고보서 2:17~18 이와 같이 믿음에 행함이 따르지 않으면, 그 자체만으로는 죽은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너에게는 믿음이 있고, 나에게는 행함이 있다. 행함이 없는 너의 믿음을 나에게 보여라. 그리하면 나는 행함으로 나의 믿음을 너에게 보이겠다."


그나마 조금 아는 게 성경이라 성경을 인용하는 것을 용서하기 바란다. 야고보서에서는, 어떤 이의 보이지 않는 '믿음'이나 혹은 신념, 가치관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알려준다. 그것은 말로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행동'을 보는 것이다. 그 사람이 지방자치단체장이었으면, 그가 단체장으로서 그동안 해왔던 예산과 사업, 정책들을 살펴보면 어떨까? 그가 국회의원이었으면, 어떤 법을 발의했고 어떤 법안에 찬성과 반대표를 던졌는지 확인해 보면 되지 않을까?


갑자기 사족 하나를 붙여야 겠다. 상당수의 보수 기독교인들이 혐오와 차별을 당연시 여기고,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면 죽일 듯 공격하던데, 우연히 같은 야고보서 2장에 이런 내용이 보인다.


야고보서 2:1 "나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은 영광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으니,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지 마십시오."


이는 주의 말씀이니, 따름이 마땅하다.